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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다빈치 코드]에 숨겨진 사악한 권력음모
김영주 2006/05/29 13:39    

소설[다빈치 코드]를 보지 못했다. 영화[다빈치 코드]가 원작소설의 내용에 충실한 대신에 영상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데에 정성을 쏟았단다. 아무튼 영화로만 이야기하겠다. 흥미진진하다. 단단하다. 비쥬얼도 매우 좋고 배우들도 딱 적절하다. 차암 솜씨 좋은 감독이다. 그리고 종교를 더욱 진지하게 돌이켜 보도록 해 준다.

[다빈치 코드]가 이토록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연인이고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으며, 그 아이의 자손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자자한 화제꺼리이다. 예수교도들이 그걸로 난리법석이란다. 그렇겠다. 그들은 예수가 결혼하지 않고 자식이 없다는 걸 신성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가졌다. 그걸 깨뜨리는 이야기에 화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그건 예수를 간곡하게 믿는 사람들 입장이다. 이 세상에는 예수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생활 에티켓으로 예수교를 믿는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모독하지 않으려고 배려할 필요는 있겠지만, 누군가가 예수를 색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권리를 그들이 막을 순 없다. 그 권리는 그들이 갖는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소중하다. 그들은 그 색다른 해석에 짜임새 있는 반박을 내놓으면 된다. 어느 한 개인에게 막무가내로 자기 편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 어느 한 개인이 그 어느 쪽에 고개를 끄덕이는 선택도 그들이 갖는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두고 보면 더 더욱 그렇다.

[다빈치 코드]의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짜임새 있게 잘 어우러져 있다. 하루가 낮과 밤이 다양하게 서로 섞여서 어우러져 이루어지듯이, 세상만사는 팩트와 픽션이 다양하게 서로 섞여서 어우러져 이루어져 있다. 그런 팩트와 픽션을 굳이 따져서 말하자면, <성경>에 처녀임신으로 탄생 · 물위를 걸어감 ·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부활 ···처럼 예수의 신성함을 증험하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픽션이지만, [다빈치 코드]의 픽션은 현실적으로 넉넉히 이해되는 픽션이다. 내 보기엔 <성경>의 ‘이해되지 않는 픽션’은 굳건하게 믿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다빈치 코드]의 ‘이해되는 픽션’은 펄쩍 뛰면서 절대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 너무도 심하다.


나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 ··· 들려오는 예수님과 부처님의 거룩하신 위대함에 주눅이 들어, 교회 · 성당 · 절을 다녀보려고 애써보았다. 거기에 얽힌 사연도 많고 많다. 시건방진 건지 어리석은 건지, 그 분들의 말씀이 도무지 가까이 다가오질 않았다. 더구나 세속종교가 상류층과 밀고 당기며 벌이는 파워게임에 깊게 얽혀 있으며, 또 하나의 권력으로서 ‘사회구조적 횡포’가 깃들어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 개인만 보자면 결국은 ‘유치한 자기 집착’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화장도구로 또는 세상살이에 갖가지 편리함을 얻어내는 생활방편으로 보인다. 내가 무슨 ‘삐딱 귀신’에 사로잡힌 모양이다. 그런데 이 잡귀가 잠시 졸았나? 생전 처음으로 예수의 삶에 감동한 적이 있다. 교육방송에서 2002년 연말에 방영되고 2003년 연말에 다시 방영된 3부작 다큐멘터리 [예수]가 ''역사적 사실로서 예수의 삶과 행적''를 추적하여 그려주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찬양하고 경배하던 그 어떤 말과 글이나 영화에도 나의 이 못된 삐딱함이 흔들린 적이 없었는데, 이걸 보고서야 예수님을 스스로 우러나서 존경하게 되었다. 나란 놈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 주어야 알아먹는 체질인 모양이다. ··· ” 그런 체질 때문인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진한 입맞춤을 했든 하지 않았든 예수의 아이가 있든 없든, 내가 예수를 존경하는 것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그런 일이 있는 게, 나에겐 예수를 존경하는 맘이 더 리얼하게 깊어진다. 그들의 ‘넘치는 사랑’과 나의 ‘리얼한 존경’ 중에서 어느 게 예수님의 본뜻에 더 참답게 다가서는 걸까? 예수님이 진짜로 이 세상에 재림하신다면, 그 어느 쪽을 더 반기실까? 그 분께서 겨우 이것 밖에 되지 않는 인간세상을 참으로 지혜롭게 통찰하시고, 이 세상의 이토록 낭자하게 잔혹한 죄악을 참으로 안타까워하시는 분이라면 ... .

난 자기종교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사람들이 싫다. “봉우리가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 극렬한 찬양은 극렬한 저주를 동반한다. 오늘날은 종교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에도 그런 극단성이 난무한다. 난 이런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겹고 싫다. 그래서 스필버그감독의 [뮌헨]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 국가와 민족 그리고 종교와 이념을 드높이 외치며 ‘지나치게 높은 이상향’을 향한 ‘자기 순수성’을 극렬하게 집착하여 확인하고 싶어 하는 ‘고결한 근본주의자’가 너무 싫다. 우리에게 위대한 인물로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이 내 눈엔 거의 대부분 ‘고결한 근본주의자’들로 보인다. 그들은 학문과 예술 그리고 사상과 종교로 인류의 스승이라고 찬양받고 있다. 일반사람들이 범접하기 힘든 그들의 ‘극렬한 순결성’을 본받으라고 세뇌하며 우리들을 꾸짖고 담금질하여 닮아가야 한다고 짓누른다. 온 세상이 2000여 년 동안 그렇게 세뇌하고 짓누르며, 우리 인류는 이토록 잔혹한 역사의 발자취를 걸어왔다. 미국 네오콘의 부시정권과 이슬람 근본주의 빈 라덴은 이 잔혹한 역사의 거룩하신 선구자들이 말씀해주신 드높은 이상향을 향하여 내달리는 ‘가장 극렬한 행동대장들’이다. 그 ‘고결한 진리와 정의’의 이름으로. ··· ··· 우리 인류가 걸어온 긴 발자취에는, 이렇게 ''천사와 악마’를 놓고 딱 갈라서서 서로 박치기하고 물어뜯으며 흘린 ''죄악의 피''로 흥건히 적셔져 있다. 누가 진짜 악마일까?”


내 생각이 이러하매, 영화에서 레이 티빙이 주장하는 천주교를 비롯한 기존의 종교에 대한 반감과 거의 닮았다. 그러나 그가 자기의 주장을 실현해 내는 방법에서 ‘극렬한 행동대장’을 이용하고 있다. 모순이다. 마치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이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올드보이]가 잘 만든 영화이면서도 문제 있듯이, 그의 견해가 매우 중요한 논쟁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에 자기모순의 수렁을 파고 있다. 우리가 진짜로 제대로 논쟁해야 할 포인트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연인이고 그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의 후손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에 대한 신성모독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는, 레이 티빙이 주장하는 종교관과 그가 범한 모순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리도 시끌벅적한 야단법석에서도 함께 말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맛이 간 외눈박이 원숭이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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