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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홀리데이]를 빛낸 이성재와 최민수 그리고 조연들
김영주 2006/02/02 15:35    

△ 단 1초라도 맑은 공기를 마셔보고 싶었다
비지스의 ‘할러데이’가 비장하게 깔려들면서 예고편이 시작되었다. 최민수가 껄껄한 목소리를 매섭게 쫘~악 깔고서 “세상이 너 같은 쓰레기를 기억해 줄 껄로 생각하니?” 손을 위로 묶인 채 추욱 처져있는 이성재를 총끝으로 어르면서 하는 말이다. 이성재의 눈빛에 어린 분노가 평범치 않다. 이어지는 악질 경찰 최민수, 평범치 않는 분노를 처절하게 소리치는 이성재. 아! 최민수 이성재! 영화가 확 땡긴다. [홀리데이]

최민수. 20년도 넘은 것 같은 어느 TV연속극에서, 커얼을 깊게 매긴 장발에 불량끼가 조금 섞여든 표정과 말투로 껀들거리며, 완숙하게 물오르는 이휘향에게 싱긋 웃으며 던지는 찐하게 비꼬인 농담. 그게 거북살스러워, 수준 낮게도(?) 연속극을 봄서 괜한 신경질까지 부렸다. “저 자식은 연기하는 게 아니라, 본래 인간 자체가 싸가지 없는 놈 아냐?” 사람은 실수하면서 ‘별 볼일 없는 자기 자신’을 확인한다. 그가 이순재와 김혜자의 아들 대발이로 나온 [사랑이 뭐길레?]에서, 가풍이 전혀 다른 집안끼리 결혼한 신혼부부의 역할을 천연덕스레 보여준 그에게 절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였다. 그를 쫓아다녔다. 그는 어떤 역할이든지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게끔 딱 맞게 백여시처럼 소화했다. 그의 그런 전천후 연기와 그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보면 오금이 저린다. 그런 그가 요 몇 년 사이에 잘 보이질 않는다. 그리곤 그가 출연한 [청풍명월]이 힘을 쓰지 못했고, TV연속극[한강수타령]에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가 중후한 장발로 정장을 한 채 그의 부인과 함께 멋진 표정으로 무슨 가죽제품 광고에 등장하였다. “그가 조금씩 뒤로 밀려나 이렇게 스러져 가는 걸까? 그만큼 좋은 배우가 많지 않은데, 이대로 스러지면 안돼!” 또 수준 낮게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세상사 잔물결에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도리질을 쳤다. 그런데 이 예고편을 보아하니, 그가 극렬한 악당역할을 맡아 뭔가 보여줄 것 같았다. 그의 빼어남에 목말랐다. 맘이 달근 달아올랐다.

이성재. [주유소습격사건]에서 여린 듯이 음울한 소심증이 폭발적인 반항아로 돌변하여 강렬하게 불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플란더즈 개]에서 띨띨하게 순박한 청년 그리고 [공공의 적1]에서 그의 서늘한 무표정이 범상치 않더니, [신라의 달밤]으로 이어지는 그의 액션과 연기가 상당하였다. 그를 쫓아다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언젠가 그의 진까를 보여줄 훌륭한 배우라는 예감이 점점 다가왔다. 이 예고편에서 그의 진까가 비쳐들었다. 그의 처연한 설움이 화면에 가득 찼다. 우리의 좋은 배우들에게서 외국의 좋은 배우들에게선 잡아내기 힘든 우리들만의 표정을 만났을 때, 그 오~진 맛은 아무도 모르는데 나만이 그 보물을 알아보고 찾은 듯이 옹골찬 기쁨으로 충만된다. 그 오~진 맛을 이미숙 최민수에게선 맨나 맛보았고, 설경구 최민식 한석규 엄정화에게선 자주 맛보았고, [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 [공동경비구역]의 송강호 이병헌은 그 영화에서 딱이었다. 최근에 [달콤한 인생]의 황정민은 소름끼치도록 대단했고, [외출]의 손예진은 감독의 역량에 덕을 입은 건지 모르겠지만 차암 좋았다. 좋은 감독의 좋은 영화도 그지없이 고맙고 감사하지만, 이런 정도의 좋은 배우의 기막힌 연기에 넋을 잃는다. 그걸 이성재에게 잔뜩 기대했다.

△ 최민수도 대단했지만 이성재는 더 대단했다

최민수, 역시나 그대로 대단했다. 특히 그가 이성재의 총부리 앞에서 목소리가 갱기면서 당황하며 쪽팔려하는 모습은 그의 연기에서 손꼽힐만한 백미이다. 이성재, 기대를 넘어섰다. 어느 한 틈도 비어있지 않았다. [박하사탕]의 설경구 · [올드보이]의 최민식 · [초록물고기]의 한석규에게서 느꼈던 전율이 구석구석 밀려왔다. 빠짝 깡마른 모습이 그의 근육과 눈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였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예감하는 야수의 강렬한 분노와 허탈한 체념을 장면마다 달리 절묘하고 섞어서 기묘하게 보여주었다.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스럽다. 그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옳진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연기의 달인 최민수가 이성재의 연기에 끌려 다니는 걸로 보일 정도이다.

게다가 조연들도 모두 연기가 매우 좋다.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 그리고 질박한 대사가 하도 실감나는지라, 울컥울컥하다가 두 번이나 찐하게 울었다. [와이키키 부라더즈]의 이얼과 땅달보 아무개와 맹한 홀로 아줌마의 연기는, 이성재와 최민수의 유명세에 가려서, 관객들의 관심을 못 받았을지 모르지만 결코 흘려 넘길 수 없다. 특히 홀로 아줌마가 안경배기에게 겁탈 당하려고 하면서 저항하는 모습은 몸이 저리도록 놀랍게 리얼했다. 아주 짧은 그 장면, 정말이지 대단했다. 이 모든 게 양윤호감독의 역량이 아닐까? 어떻게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게 이런 연기를 뽑아 올릴 수가 있을까? [바람의 파이터]에선 그를 약간 싱겁게 보았는데, 그래선지 이 영화에선 그가 더욱 놀라웠다. 이 능력은 이창동감독과 박찬욱감독과 허진호감독에 막상막하이겠다. 앞으로 그의 영화를 찾아다녀야겠다.

△ 탈주사건이 벌어지기 이전까지는 거의 픽션이다. 그런데 그걸 지나치게 선과 악을 몰아쳐서 갈라 세웠다는 게 상당히 서운하다

탈주사건이 벌어지기 이전까지는 거의 픽션이다. 그런데 그걸 지나치게 선과 악을 몰아쳐서 갈라 세웠다는 게 상당히 서운하다. 그 점 때문에 관객들에게 최민수의 연기가 좀 오바한 걸로 보일 수도 있겠고 연기력이 깍여 보였을 수도 있겠다. 최민수의 연기가 잘못이라기보다는, 선과 악을 극렬하게 대립시켜 밀고 간 감독의 방향이 잘못이다. 물론 그런 방향설정은 감독의 선택이다. 감독은 일반관객의 눈높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잘못이라는 건, 순전히 작품성만으로 한 말이다. 관객들이 그러하니 내가 그를 이해해야겠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선 서운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심장을 찌르는 말로 이 세상을 이야기하고도 싶고, ‘범죄인과 그 인권’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러나 최민수와 이성재 그리고 조연들이 보여준 빼어난 연기를 소홀하게 다룰 수가 없었다. 출연배우 모두에게 찬사를 보내며, 그런 연기를 뽑아낸 양윤호감독이 더욱 훌륭한 감독으로 올라서기를 바란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 이 영화처럼 무겁고 시니컬하고 악에 바친 영화가 널리 히트칠 리는 없겠지만, 이런 정도의 작품이 많이 히트치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이 [왕의 남자]로 난리법석이다. 1000만을 돌파할 꺼라고 한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순 있어야지?” 이 영화의 중요한 대사이다. “이 세상은 아주 많이 잘못되어 있다. 어떤 영화가 얼마나 인기를 끄는지는 이 세상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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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모처럼 극찬한 영화군요 도토리 2006-02-08 /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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