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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그 때 그 사람들]과 [제5공화국] 그리고 박정희!
김영주 2005/05/02 12:05    

내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말만 듣고 자랐다. 3선개헌도 유신헌법도, 내겐 암시랑 하지 않았다. 고등시절 유신반대데모에도 어리둥절했을 따름이다. 대학시절 리영희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서, 전혀 몰랐던 새로운 눈을 뜬 듯한 꿈틀거림이 있었으나, 유신체제의 서슬퍼런 위압에 눌려 숨죽이며 바라만 보았다.

79년은 참 뒤숭숭했다. 울 엄니도 어디서 뭔 말을 들었는지 “4.19 때 멩이로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그 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날 아침에 느닷없이 “박정희가 죽었다!"고 했다. 멍~했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양림다리 건너 라디오방을 지나치다가, 누군가가 라디오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의 조사내용을 발표하였다. 그가 ‘전두환’이라는 걸, 몇 달이 지나서 ‘봄 같지 않은 어느 봄날’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의 봄 · 오월 광주 · 제5공화국의 깊은 골에 음산하게 깔려드는 검은 땅거미’

△ 제5공화국

그 이야기의 앞부분을,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에 문화방송에서 [제5공화국]이라는 드라마가 보여주었다. 사실의 나열에 충실해 보였다. 익히 아는 바이지만 바짝 긴장되었다. 이덕화가 강단지고 독기어린 이미지로 전두환을 연기하는 게 눈길을 잡았다. 띄워주기 홍보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겨레신문의 기사로, 뭔가 참신한 접근과 새로운 연출기법을 조금 기대해 보았지만, 흔히 보는 TV드라마 스타일을 그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 허전함 때문인지, 문득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이 부쩍 궁금해졌다. 임상수 감독을 떨떠름해 하기에 그 영화를 보지 않았었다. 그래도 혹시나 했다. 역시나 였다. [바람난 가족]를 이야기하면서 임상수 감독을 맹렬히 비난하였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 비난은 그대로이다. 그의 영화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영화를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

“세상의 모든 것은 그 나름으로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그 무엇이든 100% 선도 없고 100% 악도 없다. 선과 악은 서로 함께 주고 받으면서 돌고 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문제는 그 시대상에 비추어 선과 악의 섞임을 어느 정도로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이겠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면 그 정도와 해석도 달라진다. ‘박정희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이 좁은 마당에서 그를 해석까지 하긴 힘들다. 나는 박정희체제가 좋은 쪽보다도 나쁜 쪽이 훨씬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 땅의 최고 악마인 ‘지역감정’을 국민들의 뼈속에 박아넣고 부채질한 죄가 가장 크다. 그 다음으론 숨겨진 친일과 노골적인 친미로 민족정기를 지나치게 훼손시키면서 의도적으로 ‘저질스런 극우 심성’를 넓고 깊게 심어넣은 것이다.(그 반발로 '격렬한 극좌 심성'을 낳았다. 그 극단적 대립의 심성이 아직도 지금 우리 사회를 많이 얽어매고 있다.) 그리곤 독재정치로 국민을 억누르고 폭행한 것이다. 그게 자기 개인의 권력욕을 채우려고 국민과 나라를 희생시켰기에 더 더욱 나쁘다.

그렇게 해서 우리를 ‘배부른 똥돼지’로 만들었다. 배부른 게 싫다는 게 아니다.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을 가리지 않고, 지금 우리 사회가 송두리째 지나치게 저질스런 수렁에 빠져버렸다는 게 너무 싫다. 무엇보다 이 똥돼지세상을 눈감아 버리고, 우아한 웰빙이나 개폼잡는 지적 유희로 "자기가 얼마나 높은 품격을 가진 사람인가"를 확인하려드는 '자기 미화작업'에 여념이 없는 '지식인의 퇴락'이 젤로 힘들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이 똥돼지세상의 울타리에 갇혀서 비틀거리고 있음을 자주 되새겨야 한다. 그걸 제대로 짜임새있게 통찰하고 투철한 색깔과 스텝을 잘 잡아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박정희체제의 죄악과 똥돼지세상의 천박은, 어찌 보면 주어진 시대상황에서 어차피 겪어야 할 ‘숙명적 코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박정희 개인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흘러온 발자취를 되돌릴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로 ‘역사의 가정’을 달리 해 보아도, 지금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배부른 똥돼지’의 모습은 박정희 개인과 그 체제에 책임이 많다. 그래서 박정희는 ‘나쁜 대통령’이다.

[제5공화국]에서 “만약 ...하면, 내가 발포명령을 내리겠다”는 단호한 말이 사실이라면, 오월 광주의 비극은 그 때부터 이미 싹트고 있었다. 나는 몸서리쳤다.


독자 의견 목록
1 . 임상수 감독에 대한 공부를 더 하신후 비판(특히 이런 공개판에는..)하시지요 명훈이 2005-05-02 / 23:41
2 . 관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 한용현 2005-05-03 / 09:50
3 . 비판이라..... 고사리 2005-05-03 / 14:09
4 . 일본이 깜 볼 만 하다 생각합니다. 하당 오솔길 2005-05-03 / 16:14
5 . 제 이름을 거론하신 분들께 드립니다 명훈이 2005-05-04 / 00:23
6 . 명훈님! 수많은 색깔의 의견을 항상 기다립니다. 김영주 2005-05-05 / 22:26
7 . 김영주님께 두가지 양해를 구합니다 명훈이 2005-05-06 / 15:03
8 . 명훈님께! 좋은 인터넷문화를 위하여! 김영주 2005-05-09 /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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