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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선악의 극단적인 대립이 깔린 서양의 문화제국주의
김영주 2005/01/21 16:15    

일이 몰려들어 미적거리다가 광주극장에서 상영했던 [룩앤미]를 놓쳤다.
지금은 [깃]과 [마이제너레이션]을 상영하고 있지만 미처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틈을 쪼개어 점찍은 영화가 [월드 오브 투모로우]이었다. 실패했다.
겉재미는 거창하고 엄청나며, 완전히 지 맘대로의 상상력을 총동원한 아이디어로 눈이 어지럽지만, 속재미나 긴장감은 하나도 없이 그저 어지러운 무슨 그래픽게임쇼를 본 듯이 유치하다. 그래서 타이밍이 지나버린 [인크레더블] [폴라 익스프레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이야기해 볼까 했으나, 내 스스로 김이 빠져서 별로 하고픈 맘이 일어나지 않는다.

미야자끼 하야오 작품을 엄청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이번 [하울성]이 좋긴 좋지만 조금 실망했다. [이웃집 토토로] [라퓨타성] [붉은 돼지] [마법소녀 키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보다 상당히 못하다.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보다도 못해 보였다. 돈도 훨씬 더 많이 들였고 애니메이션 기술도 훨씬 높아졌는데, 왜 그럴까?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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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문과 예술의 가장 큰 병은, 문화제국주의의 물결에 휩싸인 식민지 지식인의 문화사대주의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미국문화 사대주의로 ‘지나친 스페셜리즘(전문가주의)’에 뒤틀려 있다. 근대가 들어서기 전에는 세상이 ‘지나친 제너럴리즘’에 병들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세상이 ‘지나친 스페셜리즘’에 병들어 있다.
자기 전공분야에만 매달린 기능적 학문 그리고 그저 감각적인 손재주에만 매달린 기능적 예술이 생존경쟁에 몰려서 자기집착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날의 이러한 지나친 스페셜리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과학 기술이 생활 속에서 모두 밀접하게 서로 맞물려서 함께 돌아간다”며 그 연결고리를 찾아 더듬거리는 ‘제너럴한 접근’을 부평초처럼 떠도는 장똘뱅이로 비웃는다. 여기에 ‘허접스럽게 우쭐대는 만물박사’도 없지 않겠으나, 미국의 문화이데올로기에 사회구조적으로 스페셜리즘을 추구하는 사회적 억압이 숨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스파이더맨]를 뒤이어서 “영웅과 천재 그리고 공주병과 왕자병”과 “사랑 사랑 사랑! 그리고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이야기하여, 미국영화에 숨은 미국 공화당 이념을 들추어냈다. 이번에는 선과 악 즉 ‘천사와 악마’를 이야기해 보겠다.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낮과 밤 자체에 선과 악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실생활에서, 자전거 타기엔 낮이 좋고, 술 마시기엔 밤이 좋다” 그리고 “하루가 100%낮과 100%밤이라는 극단적인 둘로 딱 쪼개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밝음과 어둠이 서로 섞여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세상 만물과 만사에는 100%가 없다. 선과 악에도 100%가 없다. 선과 악도 서로 섞여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생활의 편의로 어떤 기준을 두어, 그 몇 개의 기준점을 우리끼리 약속하여 기대어 살아간다. 현실생활에서 그 기준점에 기대어 사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세상 만물과 만사가 서로 섞여서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본질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현실생활에서 그 어떤 기준을 두지 않을 수도 없다.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기준을 만들었다. 그게 문화권마다 다르다. 서양문화와 동양문화는 대단히 이질적이다. 그 이질성의 뿌리가 바로 ‘서양 이분법과 동양 음양법’이다.

△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과 악의 극렬한 대립’을 기본 구도로 하는 영화가 거의 대부분이다.
서양 이분법은 사색틀이 매우 극단적이다.(동양 이분법의 사색틀이 더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 극단성은 ‘선과 악의 극단적 대립’에 의한 강렬한 자기애착으로 드높은 이상향을 향한 매우 자기중심적인 이념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 이념에 대한 강렬한 집념을 보이면서, 자기 내부로는 엄격하고 혹독하게 결벽한 순결성과 고결한 이상향을 향한 갈망을 갈고 다듬으며, 타자 즉 자기와 다른 이념이나 다른 문화를 멸시하거나 극렬한 마녀사냥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니까 서양 이분법을 뿌리로 하는 서양문명은 자기가 선택한 코드를 강렬한 천사로 놓고, 거기에서 벗어난 다른 코드를 극렬한 악마로 두어, 마구잡이로 몰아치는 속성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E. said의 [오리엔탈리즘]도 이러한 서양의 자기집착적인 문화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다.)

그게 서양문화의 모든 것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에도 그게 여실하다. 오늘날에는 지구촌의 모든 문화권이 여기에 물들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과 악의 극렬한 대립’을 기본 구도로 하는 영화가 거의 대부분이다. ‘무턱대고 좋게 단장시켜 놓은 우리의 주인공’과 ‘막무가내로 나쁘게 덧칠해 놓은 악당’을 극단적으로 대립시켜서 극렬하게 싸운다. 그 위험과 역경을 간신히 이겨내는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기가 좋은 사람”임을 재확인하는 충만감에 환호한다. 영웅과 천재 그리고 사랑과 환상으로, 신나게 재미있고, 앗싸하게 화끈하고, 깨소금처럼 고소하며, 상큼하고 달콤하다. 자기 대리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지은 죄악과 생활 속에 얽힌 갈등의 스트레스를 잠깐이나마 씻어낸다. 이른바 ‘문화적 마약’이다. 그 문화적 유치함과 천박함에 아무 관심도 없고, 그 위험한 수렁을 경고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래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이야기하면서, “이 영화는 위선과 무지가 낳는 극렬한 잔혹함에 악惡을 걸고 인류의 죄악을 대신하는 거룩한 숭고함에 선善을 두어, 그 악에 처절한 분노를 일으키고 그 선에 사무친 사랑을 바치도록 몰아간다. ... ... 그 분노와 사랑이 훨훨 불타오르도록 선과 악의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가열차다.”고 그 강렬한 극단성을 염려하였다.

미국영화는 그 극단성을 밑바탕에 그대로 깔고서 겉모습을 수없이 다양하게 바꾸어 왔다. 그 극단성이 [드라큐라] [뱀파이어] 같은 흡혈귀이야기나 [에어리언] [고질라] 같은 괴물이야기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배트맨] [스파이더맨]이나 [람보2] [다이하드] 또는 [브레이브 하트] [로빈훗] 그리고 [러쎌 웨펀] [트로이] [인디펜던트 데이]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액션영웅은 물론이고, [시애틀의 잠못 이룬 밤] [사랑은 통화중]같은 달콤한 사랑이야기 뒤에도 은근슬쩍 숨어 있고, [포레스트 검프]나 [나홀로 집에]처럼 생활이야기 속에 깊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고, [아마데우스]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예술이야기에도 깔려있다.
[타잔]이나 [인디애나 존스]처럼 백인문화 우월주의가 노골적으로 깔려 있는 경우도 있고, [미션] [늑대와 함께 춤을] [포카혼타스] [매트릭스] [투모로우]처럼 얼핏 보기엔 다른 문화나 환경보호에 호감으로 다가가지만, 실은 기독교적 백인우월주의를 최종목적으로 하는 교활한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니체에서 푸코 데리다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상 그리고 피카소에서 백남준에 이르기까지 현대예술은 이러한 서양문화와 현대기계문명에 깔린 이데올로기적 음모와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지나치게 비비꼬여서 그로테스크하게 자학적으로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면서 이야기하니까, 일반사람에게는 아리송하고 어지럽고 해괴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즈그들만 잘나고 똥폼잡는 ‘현대사상과 현대예술’도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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