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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알렉산더]는 블록버스터영화가 아니다.
김영주 2005/01/06 10:10    

자세하게 말할 틈은 없었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종교·과학·기술은 생활 속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고 했다.
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20년전쯤이다. 그 동안 내 글공부의 반 이상을 이 연결고리를 짜임새 있게 찾아내는 일에 쏟았다. 거기에 상당한 도움을 준 영화감독이 바로 올리버 스톤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영화를 빼지 않고 보았고, 비디오로 거듭 보면서 그가 말하고자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이모저모 곰씹어냈다.

나는 그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알렉산더]를 만들었다. 예고편이나 선전물에서는 [벤허]나 [쿼바디스]에서 [글래디에이터]나 [트로이]에 이르는 역사물 블록버스터로 보였다. 고개가 갸우뚱했다.

“아니, 올리버 스톤이? 세상이 온통 돈에 휘둘리니까, 올리버 스톤도 변심했나? 설마?”
이 영화에 호기심이 잔뜩 일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체질이 다르고, 게다가 놓인 처지까지 다르니, 사람마다 생활스타일이 다르며 생각의 관점과 색깔이 다르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를 보는 눈높이와 관점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영화 자체도 그 스타일과 색깔이 다르다. 그 스타일과 색깔은 감독의 정치적 노선과 매우 밀접하다.

올리버 스톤의 작품은 미국 민주당의 진보적 색깔이 강렬하다. 그러니 이 색깔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알지 못하면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보아내지 못한다.(마찬가지로 로버트 저메키스나 조엘 슈마허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색깔과 농도를 알아야 [포레스트 검프] [폴라 익스프레스]나 [배트맨]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라는 영화 속에 숨어 있는 정치적 속뜻을 읽어낼 수 있다.)

일반사람들에게, [살발도르] [플래툰] [월스트리트] [JFK]는 좀 무겁기는 하지만 제법 재미를 갖추었으나, [도어즈] [하늘과 땅]은 맹물맛으로 보였을테고, [킬러] [닉슨]은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어리벙벙한 영화였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장대한 전투장면에 재미를 만끽했음에도 꼬인 스토리와 개인심리묘사에서 [닉슨]처럼 어리벙벙하고 지루했을 법하다. 겉모습은 블록버스터이지만 속모습은 올리버 스톤의 정치적 색깔을 담고 있다. 그래서 역사물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사람들은 “전투장면은 [트로이]나 [반지제왕3]처럼 엄청나는데, 스토리가 꼬이고 웬 잔소리로 장광설이 많은지 원! 쩝쩝!” 했겠고, 올리버 스톤의 진지한 진보적 문제의식을 기대한 사람은 “뭐 하자는거야! 재미야 문제의식이야! 죽도 밥도 아니구만!” 했겠다.

△ 오른쪽이 올리버 스톤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재미 없는 것도 있다. 그 겉모습이야 어찌하든, 항상 진지한 문제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그의 색깔을 알고 보면, 화면 하나 하나 대화 하나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도어즈]와 [하늘과 땅]부터 그의 작품에 어색한 어깨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킬러]와 [닉슨]처럼 난해한 상태로 빠져들어 보였다. 그래서 일반사람과 만나지 못하는 난해함을 반성했던 것일까?

부시정부의 잘못된 이라크 전쟁을 향한 분노를, 서양문명의 모태인 그리스문화와 이슬람문명의 뿌리인 오리엔트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알렉산더의 헬레니즘적인 융화정책에서 역사적 충고로 대신하려고 하였던 걸까? 그 무엇이든간에 어머니의 마녀적 욕망과 외디푸스 콤플렉스 그리고 동성연애라는 개인심리의 복잡한 갈등을 간결하게 다듬었어야 했다.

개인의 심리적 갈등을 너무 논리적 짜임새를 갖추려다 보니, 일반사람에게는 장광설로 보이고 스토리를 꼬이게 만들며 화면진행을 늘어지게 한 것이다. 그걸 배우들의 표정연기나 상징적 장면으로 깊은 암시를 주었어야 했다.

안젤리나 졸리가 역할에 잘 어울렸지만 2% 부족했고, 나머지 배우들은 연기가 겉에 흐른 것 같았다. 알렉산더역을 한 배우의 마스크가 ‘고르디우스 매듭’을 한 칼로 내려치는 강렬함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복잡한 개인심리적 갈등에서 헤매는 햄릿처럼 여려보이는 게 자꾸 눈에 거슬렸다.
전투장면은 [글래디에이터]나 [트로이]보다 훨씬 사실적이었지만, 주인공과 우리편의 멋진 모습만 강조하는 유치함은 그대로이다. 알렉산더의 검은 말과 인도의 코끼리가 부딪히며 마주 일어서는 장면은 정말 대단했다.


보아둘만한 영화이다. 그러나 올리버 스톤의 그런 스타일과 색깔을 잘 모르는 일반사람의 눈에는 그 볼만한 점이 사실적이며 스펙타클한 전쟁장면 뿐일 것이다. 설사 그의 그런 스타일과 색깔을 음미할 줄 안다고 하더라도, [플래툰]이나 [JFK]보다 못해 보일 것 같다. 아무튼 그가 순 재미중심의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변심한 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독자 의견 목록
1 . 올리버 스톤은 어떤 감독인가요 버버다리 2005-01-09 / 19:22
2 . 최대한 짧은 강의를 할 용의가 있습니다마는... . 김영주 2005-01-11 /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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