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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추@[찌질한 로봇, 찌지직 소리]로, 날 울린 가장 큰 감동!
김영주 2016/02/26 20:44    

위안부 영화[귀향], 이렇게 슬프고 무거운 영화는, 개봉 첫 날 1만 명에 총 50만 명에서 100만 명만 달성해도 크게 성공했다고 떠들썩한다. 그런데 개봉 첫 날 관객이 16만 명이나 몰려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단다. 깜짝 놀라서 인터넷을 서핑해 보니 심상치 않은 유령이 맴돌고 있다. 10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기진맥진해 있는 [검사외전] 그리고 어처구니없이 허당 삐딱한 헐리우드 영웅을 내세운 [데드 풀]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야심작 [주토피아]를 물리치고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러나 방정 떨지 말고, 몸과 맘을 조신하고 ‘금·토·일’을 지켜보아야 한다. [도가니]가 500만 명을 달성하고, [변호인]이 1000만 명을 달성했으니까, [귀향]도 그러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더구나 [귀향]이 보여줄 일제의 만행은 [도가니]의 성폭행과 [변호인]의 독재국가를 낳은 악마의 뿌리이다. 더욱 준엄한 민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옷깃을 여미는 숙연한 사명감을 생각하면, 국민운동의 차원에서 영화관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토록 간절한 염원이 이루질 터전은 국민운동을 촉구하기에 앞서서 그 작품성이다. 벌써 어떤 일베충이 “선거 앞두고 위안부 반일감정 만들려는 정치세력들이 진짜 졸작을 대단한 영화인양 조직적으로 사기치는 듯”하다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악귀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변호인]처럼 훌륭한 작품성이나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의 높이쯤은 되어주어야 하겠지만, 그해 오월 광주의 [화려한 휴가]처럼 중간쯤이라도 되어주기를 . . . ” 간절히 기도합니다.

*****

우리 영화에, 로봇이 나타났다! 왠 로봇? [로봇, 소리]? 이호재 감독? 포스터에, 드라마[미생]에서 오과장 캐릭터로 인기가 치솟은 이성민, 그리고 그의 옆구리에 [스타워즈]의 유명한 알투로봇을 빼닮은 로봇이 유모차에 실려있다. [로봇 태권V]를 비롯한 만화나 애니메이션 말고, 우리 영화에서 로봇을 소재로 한 실사영화가 있었던가? 미국 영화에서는 [아이언 맨]을 비롯해서 로봇영화라는 하나의 장르를 갖고 있을 만큼 중요한데, 우리 영화에선 그 동안 로봇영화가 하나도 없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영화는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할 만하다. 강력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한 미국의 거대 블록버스터도, 우리 영화에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액션기술에서 중국을, 컴퓨터 그래픽기술에서 미국을, 따라잡질 못하고 있다. 그래도 액션은 최근에 ‘리얼 액션’이 많이 좋아져서 그나마 그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은 거의 불모지에 가까울 정도로 뒤떨어져 있다. 능력보다는 제작비가 뒷받침을 못하는 듯하다. 그런데 왠 로봇영화? 예고편을 보니, 본격적인 로봇영화가 아니다. 로봇 영화이긴 하지만, 로봇 영화라고 하기에 쑥스러울 정도로 장난감 수준이다.

<예고편 보기>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가장 찐한 관계는 가족이다. 그 가족은 20세기에 이르러서 도시의 핵가족으로 변모했다. 농촌의 대가족제도에 비교하면, 그 혈연의 끈끈함이 많이 엷어졌지만, 좋든 싫든 우리는 그 끈끈함에 기대어 나와 가족을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30여 년 사이에 그 핵가족마저 흐트러지는 게 여실하다. 이에 아빠가 유난히도 처량할 정도로 초라해졌다. 우리 세대까지는 부모를 향한 짙은 애잔함이 주로 어머니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아버지가 그 애잔함의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로 50시절과 60시절에 태어난 세대들이다. 아직 가부장제의 꼰대 기질을 버리지 못한 아버지는 그 가부장제의 쓸쓸한 황혼마저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자식들과 티격태격한다. 서로 오바하는 감정들, 세상은 이미 통째로 변해버렸고 되돌릴 수 없는 세태가 되었다는 걸 느즈막에야 깨달았다. 그건 내 잘못이라기보다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 잘못이다. 그러나 그걸 세월에게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니, 그 남은 찌거기라도 소중하게 잘 살려보려는데, 그 초라함이 오히려 더욱 날 쪽팔리게 만든다.

이 영화는 암암리에 그걸 배경으로 깔고 있다. 더구나 ‘아버지와 딸’ 사이에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이라는 비극이 겹쳐든다. 실제는 자기 책임이 아닌데, 그 모든 게 자책감으로 몰려든다. 어찌 대구의 ‘지하철 화재사건’만 그러하겠는가! ‘세월호 사건’도 ‘그 해 오월 광주’도 마찬가지이다. 억울하게 그것도 느닷없이 가족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들의 멍든 가슴에 사무친 이야기들이다. 그 사무친 이야기를 그 찌질한 로봇을 소재로 삼아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매우 훌륭하다. 인공위성에서 외떨어진 그 로봇을 조금 손질해서 우리말을 하게끔 만들고 분홍빛 후두 외투를 입혀서 데리고 다닐 때부터, 딱딱하고 건조한 로봇이 아니라 심장소리(Voice from the Heart)를 나누는 어린애로, 그리고 이성민이 애타도록 찾아 헤매는 딸의 아바타가 될 때까지, 감독의 그 세심하고 잔잔한 연출이 관객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일으킨다. 이 감동에는, 또 하나 숨겨진 더 작은 로봇의 소리가 있다. 핸드폰, “핸드폰을 함부로 바꾸지 말라! 당신은 그 누구에게 그토록 소중한 소리를 들려 준 적이 있었는가?”라는 싯귀가 저절로 떠오르는 소중한 장면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로봇 캐릭터 동영상>

젖내가 가시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미국 영화에서 만난 그 다양한 로봇들의 그 수많은 파워풀하고 기기묘묘한 능력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 볼품없는 로봇에서 찌지직거리며 흘러나오는 겨우 몇 마디 ‘소리SORI’ 하나로 이토록 큰 감동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로봇의 등 쪽에 새로 붙여준 태양전지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초라한 그 로봇이 ‘처절하게 서글픈 아빠’의 영원한 안식처로 남게 될 듯한 마지막 장면은, 내가 만난 그 어떤 해피엔딩보다도 감동적인 행복감(Happy Heart)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소박하고 조촐한 영화로 이토록 큰 감동을 만들어준 감독님께 높은 존경과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는 찬양을 올리며, 독자들께 강강강추합니다.

*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이래로, 적은 제작비로 만든 영화이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감독의 깊은 내공과 어우러져 만난 대단한 작품이다. 그걸 잡아내지 못하고 건성건성 흘려보내 버리면 재미가 그저 그저 B0쯤이겠지만, 그걸 잘 잡아서 음미하면 나처럼 특급A의 재미를 느낄 겁니다. 그런데 깊이 음미할수록 가슴 깊이 슬퍼집니다. 심장에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나마 다행이도, 분홍빛 후두를 입은 로봇의 귀여움(짱!)이 그 상처에 상당한 위로가 됩니다.

* 세월호에 희생당한 그 어린 학생들과 그 부모님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너무나 애달파하다가 저 세상으로 훌쩍 떠나버린 참 좋은 친구 정의행에게, 부처님께 이 영화 택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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