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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풍문으로 들었소] 풋풋한 코메디지만, 뒷맛은 씁쓸한 블랙!
김영주 2015/05/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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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의 깊은 슬픔이 소름 돋..



요즘 우리 영화가 도통 힘을 쓰질 못한다. [어벤져스 2]가 1편의 흥행 대성공에 힘을 입은데다가, 서울에서 촬영한 장면에 호기심까지 보태진 건지, 4일만에 300만 명이라는 심상챦은 흥행 폭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내 보기엔 1편보다 더 나을 것도 없고 더 못할 것도 없다.( 굳이 따져서 말한다면, 1편이 쬐끔 더 자연스럽고 덜 어수선해서 쬐금 더 낫다. ) 영화에 나오는 서울은 ‘국적도 없고 영혼도 없는 우리 도시’의 그렇고 그런 건물과 길거리 그리고 지하철이어서, 그 무슨 특별한 눈요기는 없다. ‘새빛 둥둥섬’과 ‘63빌딩’이 2~3초 얼핏 등장하고 스치듯이 휙 지나가는 한글간판 때문에 “으흠, 서울에서 촬영하긴 했구나!”할 따름이다. 우리 여배우 수현도 아주 잠깐 멀찌감치 나오니까, 그녀의 얼굴마저도 뚜렷이 잡아낼 수가 없다. 아예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는 게 더 낫겠다.

<어벤져스 2 -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3750&videoId=47385&t__nil_main_video=thumbnail

그래도 1편의 흥행 대성공 때문인지 볼만한 우리 영화가 별로 없어서인지, [어벤져스 2]의 대량 홍보와 함께 언론보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래서 [어벤져스 2]를 이야기해 볼 심산이었으나, 막상 이야기하려니까 1편의 이야기에 무엇인가를 더 덧붙여서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요즘 돋보이는 드라마[풍문으로 들었소]를 이야기하기로 맘을 바꾸어 먹었다. 총30회 방영에서, 20회까지 방영했으니 아직 10회가 남았다. 여러 모로 재밌어서 푸욱 빠져들었다.

MBC[하얀 거탑]에 반해서 연출자 안판석을 기억해 두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JTBC[밀회]로 그를 만났는데, 이번엔 SBS[풍문으로 들었소]로 그를 만났다. 80시절부터 30여 년 동안에,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부자와 빈자’ 사이의 골이 더욱 더 깊고 넓어졌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갑질’이라는 낱말이 갑작스레 널리 알려진 것도 바로 이 빈부격차의 심화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그 ‘부자와 빈자’ 사이에 ‘갑질과 굴욕’을 소재로 한 ‘블랙 코메디’라고 했다. 극본을 쓴 작가가 [아내의 조건]과 [밀회]로 안판석과 호흡을 맞춘 정성주라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기대가 잔뜩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드라마 제목이 70시절 그룹싸운드 ‘함중아와 양키스’의 노래 제목과 같았다. 그들의 곡과 연주 그리고 가사와 창법이 매우 독특한데, 그 노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연주와 창법에 코믹한 맛이 있어서 선택한 걸까? 영화[범죄와의 전쟁]에서 그 노래는 그 시대배경이 70시절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이 드라마는 그게 아닌데? 의아해서 갸웃거렸다.

이 드라마를 5회나 6회쯤을 보다가, 문득 1991년 MBC드라마[사랑이 뭐길래]가 떠올랐다. 극본의 뼈대가 매우 비슷하다. 두 남녀주인공 ‘최민수와 하희라’ 그리고 ‘이준과 고아성’이 가부장제로 남녀 서열이 엄격한 시댁과 평등가족제로 자유분방한 친정댁 사이의 갈등 속에서 신혼생활을 꾸려간다. 그리고 그 갈등을 코믹하게 이끌어간다. 그러나 갈등의 초점이 조금 다르다. [사랑이]는 유교적 가부장제와 서양적 평등가족제 사이의 애환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얽히고 설키지만, [풍문으로]는 떵떵거리는 부유한 권력과 고만고만하게 평범한 서민 사이의 애환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얽히고 설킨다. 그 수없이 다양하고 미묘한 이야기들을, 우리나라 최고의 극본작가라고 할 김수현과 최근에 혜성처럼 떠오르는 정성주가 예민하고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감수성으로 때론 노골적으로 부딪히고 때론 은근슬쩍 에두르면서 아기자기하고 쫀득쫀득하게 이끌어간다. 그 다양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행동거지와 대사들에 삶의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곰곰이 곱씹으며 생각할 점이 많아 그걸 그대로 흘려보낸다는 게 아까워서, ‘생활 속의 사회인문학 강의교재’로 더 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고편 모음> http://program.sbs.co.kr/builder/programReplayVideo.do?pgm_id=22000006730&pgm_build_id=8201&pgm_mnu_id=30002

1회와 2회에서 스토리 출발이 현실적인 리얼러티에 호소력이 약해서 기대가 꺾이고 실망했다. 그래도 그 동안 안판석의 연출과 정성주의 극본이 보여준 실력을 믿고 3회와 4회로 넘어가니 조금씩 나아졌고 5회와 6회에 이르러서는 많이 안정된 완숙함이 자리를 잡으면서, 그 독특한 매력에 빨려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시댁 집의 호화스러움 그리고 한옥과 양옥을 뒤섞은 건축양식이었다. 참 특이해서 눈요기가 쏠쏠했다. 게다가 배경음악은 독특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했다. 상류층의 호사스런 사치와 거들먹거리는 행동에서 오는 위선적인 세련미가 메스꺼웠다. 그들의 호사함이 모두 서민의 피와 땀을 갈취하여 누리는 허세와 허영이지만, 잠깐 잠깐 그 우아한 고상함에 휘말려들어 누리는 눈사치의 즐거움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특히 유호정의 다양한 의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수많은 명품들에 절로 감탄했다. 그들을 경멸하는 내가, 잠깐이나마 이렇게 후욱 넘어가서 무릎이 꺽이고 휘청거리니, 허세와 허영에 들뜬 사람들의 명품을 향한 열광을 일단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주인공 이준 그리고 조연들이 낯선데도 불구하고 연기력이 평범치 않아서 인터넷마당을 찾아보았더니, 이준 말고는 연극마당에서 거의 20~30년에 가까운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역시, 그랬구나!” 그래도 TV로는 신인일 터인데, 그들을 믿고 맡겨준 연출자의 안목과 추진력에 믿음이 더욱 깊어졌다. 그 참신한 조연들의 연기를 하나 하나 나열하며 칭찬하고 싶지만, 숫자가 너무 많기도 하고 이번에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서 몇 번 더 만나면서 천천히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건 ‘아나운서 앵커 백지연’이 연기자로 감쪽같이 변신한 모습이다. 연기가 훌륭하다고 할 순 없지만, 서툴지도 않고 좋다.( 그런데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너무나 심하게 바짝 말랐다. )

유준상과 유호정이야 오랫동안 연기를 해 왔으니 연기를 잘하는 게 당연하다. 매스컴에선 유준상의 오만 가지 표정과 몸짓을 높이 평가하지만, 난 유호정이 부부싸움을 하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의 미묘한 연기가 훨씬 더 어려운 연기라는 점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유호정이 언제 저렇게 연기를 잘 했나? 타고난 예쁘고 귀여운 얼굴로 버티는 줄 알았는데 · · · , 이 드라마가 익어갈수록 더욱 농익은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이에 반해서 이제 갓 20살인 고아성의 영민함은, 부자집의 엄한 시집살이에 잘 적응한다 싶기도 하지만 너무 영악스러워보이기도 해서 조금은 부담스럽다. 고아성의 오바 연기라기보다는 연출가와 작가의 의도인 듯한데, 수더분하게 순진한 측면을 강조하는 게 여러 모로 더 나을 듯하다. 만년 조연 장소연을 난 그 동안 그저 괜찮은 조연으로 편안하게 바라만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대사는 똘망똘망하면서도 찬란히 빛나는 광채가 서렸다. ‘특급 칭찬’을 해 주고 싶을 정도다.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 하나 소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토록 훌륭한 연기를 이끌어낸 건 그들 자신이지만, 그 일등공신은 안판석의 연출력과 정성주의 필력이라 하겠다. 연출가는 자기 작품을 대표하니까 밖으로 드러나 그 찬양을 한 몸에 다 받지만, 극본작가는 어지간해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 찬양의 부스러기를 줍는 풍토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만큼은 그 찬양을 연출가와 극본작가가 동등하게 차지해야 한다.( 물론 무대나 음악 또는 의상 담당자를 비롯한 다른 스텝들의 숨은 고생도 마찬가지로 훌륭하지만. ) 그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을 ‘블랙 코메디’로 그려냈다는 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다. 예술장르 중에서 ‘블랙 코메디’가 가장 어렵다. 너무너무 어려운데, ‘풋풋한 코메디’에 ‘씁쓸한 블랙’의 뒷맛을 넘치지 않게 잘 버무려 담았다. 기립박수!!!

그런데 그녀의 필력이 이토록 훌륭한 만큼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욕심을 부리고 싶다. [미생]에서도 느낀 아쉬움인데, 아무래도 대중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작가들의 난제이겠다. 지금 우리 현실은 너무나 비열하고 잔혹하다. 그 비열하고 잔혹한 세상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다양하고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어중간한 성선설로 훈계하거나 하나마나한 덕담으로 위로하려고 하지 말고, 그 비열하고 잔혹함을 맨 얼굴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10회를 그녀가 어중간한 성선설이나 하나마나한 덕담 쪽으로 이끌어갈 듯한 냄새가 난다. 대중적인 인기가 중요하니까, 스토리의 줄기를 그렇게 이끌어가는 걸 이해한다. 대중드라마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게 너무 상투적인 쪽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정도면 그녀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셈이니까, 앞서 이야기했던 [리바이어던]정도로 시니컬하지는 않더라도, 적당한 민주파가 아닌 따뜻한 사회파 쯤 되는 작품을 모색하길 바란다. [이끼]와 [미생]의 만화가 윤태호는 [내부자들]과 [인천상륙작전]에서 그걸 시도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더욱 고마워하고 감동한다.

오랜만에 좀 길게 이야기했다. * 대중재미 A0(내 재미 A+), * 연출기술 A특급, * 연출가와 극본작가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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