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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잘 만들었기에, 더욱 나쁜 영화!
김영주 2015/04/04 10:45    

위플래쉬whiplash? “whip 채찍질하다.”에서 비롯한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흔히 “많은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고 말할 때, 편달鞭撻의 겉뜻은 ‘채찍과 회초리’이지만 속뜻은 ‘따끔하고 쓰디쓴 가르침’이다.( 주인공의 연주곡 제목이기도 하다. )

이 영화의 중심무대인 뉴욕의 셰이퍼 음악대학은 재즈천재들의 학교란다. 난 재즈에서 들려오는 자유분방함이 좋아서, 한 달에 서너 번쯤 KBS 클래식FM의 ‘황덕호의 재즈수첩’을 접속한다. 열광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고 그저 흘러나오는 대로 내버려둔다. 대도시 뒷골목의 가물거리는 불빛 사이로 거나한 취객이 지껄이는 허튼 소리와 함께 자잘하게 재잘대며 울려퍼지는 그 아련한 선율이, 처연하게 처량하고 쓸쓸해서 좋아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선 재즈음악 자체를 이러쿵저러쿵 말할 만한 지식이 전혀 없다. 이 영화에서 나에게 잡혀온 이야기꺼리는 ‘선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최고 모습은 우선 그 학생의 개성과 수준에 발맞춘 가르침이요, 나아가서 그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잡고 스스로 해결해 나감에 틈틈이 그 흐름과 방향을 짚어주고, 마침내는 모든 걸 스스로 잡아낸 문제의식으로 스스로 해결해 가는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겠다. 1명이나 두어 명에서 너댓 명을 가르치는 경우에나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30명이나 50명 심지어는 100명이나 200명까지 가르치는 경우엔 엄두도 못낸다. 저능학생이든 문제학생이든 우등학생이든 천재학생이든, 과목이나 내용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는 10명 이상을 가르쳐선 안 된다. 막무가내 암기는 교육을 빙자한 폭행이므로, 주입식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독약이다. 선생이 가르치는 시간은 일주일에 10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에만 힘쓰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어야 한다. 연구는 자기 전공분야와 전공에 관련된 주변 학문을 두루 아울러서 골고루 공부해야 한다. 스페셜하면서도 제너럴하고 제너럴하면서도 스페셜해야 한다. 학문에 예술을 아우르고 예술에 학문을 아우르면 더욱 좋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거나 연구할 수 없는 장애물들이 수두룩하다.

이 영화에서 떠오르는 초점은, 선생이 학생들에게 “칭찬을 중심으로 가르치느냐? 꾸중을 중심으로 가르치느냐?”이다. 여기에 그 무슨 정답이 있을까마는, 이 영화에서 그 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 정도면 잘했어!”란다. 그러니까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할지는 몰라도, 천재는 못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재가 아닌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그 학교는 천재들만 모이니까,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공포분위기를 만들고, 실력이 약하거나 담력이 약한 학생은 내쫓기고, 뺨을 때리고 인종차별 폭언이나 혐오발언을 퍼부어대며, 학대와 경쟁의 극한으로 내몰아도 되는 걸까? 그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떨어져 나가고, 몇몇 학생은 폐인이 되거나 죽는다. 선생이라기보다는 폭군이다. 이 영화에서 그 선생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그래서 드라마틱한 영화의 재미가 있다. 영화의 재미 때문에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극단적으로 이끌어갔을까?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83493&videoId=47092&t__nil_main_video=thumbnail

아무리 천재학교라고 하더라도 그런 교육은 잘못이며, 천재학교가 아니라면 더 더욱 큰 잘못이다. 아무리 천재 만재 억재라고 하더라도, 그 영혼이 비뚤어지면 그 천재 만재 억재가 오히려 더욱 큰 재앙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이 영화의 그 폭군선생만큼은 지독한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교육에서 그 방향이 그 선생과 같은 쪽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내 학창시절도 주입식 교육에 점수벌레 붕어빵 교육이었다. 내 인생에서 내 나름대로 꿈꾼 세상 중에 하나가 “내 학창시절의 나쁜 교육이 절반으로 줄어든 세상”이었다. 그런데 우리 애들이 자라는 모습에서 오히려 다섯 배 열 배로 더욱 나빠진 교육을 보았다. 우리 애들도 우선 생존이 중요하니까, 이 더욱 나빠진 교육시스템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교육에 너무나 분노했고 학생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걸까? 고칠 방법은 없는 걸까? 너무나 암담하고 심난하다. 결국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할까?

이 영화는 제작기술이 A+로 좋다. 대중재미는 재즈를 즐긴다면 그 재미가 A+이겠지만, 재즈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B+쯤 재미를 줄 수 있겠다. 이렇듯 영화기술과 대중재미가 좋아선지, 초반에 인기가 떨어지다가 입소문을 타고 다시 역주행하여 인기순위가 1위까지 올라선 저력을 보여주었다. 나도 그 입소문에 느즈막에 찾아보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 나쁜 폭군선생이 마치 무슨 심오한 교육신념이나 가진 것처럼 오해될 수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그 배우가 연기를 아주 잘했다. 그래서 보수파 영화제인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그가 남우조연상을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 폭군선생의 교육방법은 아주 교활하며 나쁜 교육이다. 천재교육에서도 나쁘지만, 일반교육에서는 더욱 나쁜 파쇼교육이다. 게다가 그는 이 나쁜 교육이 옳다는 드높은 자부심까지 갖고 있으니 그 굳은 신념이 불러올 재앙이 심상치 않다. 재즈음악은 엄격한 클래식음악과는 달리 자유분방한 서민음악임에도, 이런 파쇼교육을 미화하는 소재로 삼아서 이런 극우파의 작품을 번듯하게 만들어낸 보수파 내공으로 A+이다. 그러나 그 높은 외공과 내공이 나쁜 폭군선생을 미화하는 데에 사용되었기에 오히려 더욱 나쁜 작품이다.

[뷰티풀 마인드] [이미테이션 게임] [위플래쉬]는 모두 천재를 소재로 영화이다. 그러나 그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따라서 그 맛이 사뭇 다르다. [위플래쉬]는 극우파 영화이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민주파에서 보수파 쪽을 향한 영화이고, [이미테이션 게임]은 민주파에서 사회파 쪽을 향한 영화이다. 내 평가가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그러나 “길가에 널린 돌맹이도 인간의 손안에 들어오면 정치적이다.”고 했듯이, 이 세상에 모든 것은 사람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 사람의 영혼과 땀이 적셔들기 때문에 그 모두가 정치적이다. 그 무엇을 만나든 그 기본스타일이 정치적으로 어떤 성격인가를 파악하는 건, 그 대상의 기본뼈대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진 잔챙이이고 융통성이요 악세사리일 따름이다.

앞서 [버드맨]은 좋은 영화이지만 대중재미가 전혀 없는 ‘저주받은 명작’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번 [위플래쉬]는 잘 만들었기에 더욱 나쁜 영화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둘 다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상을 3개씩이나 받았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서로 반대되는 열매를 맺은 참 얄궂은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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