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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정몽주! 이성계와 이방원!
김영주 2014/06/07 01:14    

내가 한국사를 전공한다면 가장 공부하고픈 시점이, 이성계와 정도전에서 태종까지 그리고 대원군과 고종에서 일제의 등장까지 그리고 한국전쟁의 전후와 박정희의 등장까지 세 군데이다. 물론 정치사만이 아니라 경제사와 생활사까지 함께 공부해서, 장편 소설로도 만들어고 싶을 정도다. 그 만큼 이성계와 정도전이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우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공부방향이 달라서, 중고등시절 시험공부로 무턱대고 달달달 외운 껍데기 지식 그리고 한 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과 박시백의 만화[조선왕조실록] 그리고 틈틈이 드라마로 만난 [대원군] [민비] [장희빈] [용의 눈물] [왕과 비] [명성황후]와 다큐멘터리나 영상[근대 한국]씨리즈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주말드라마 [정도전]이 떠올랐다. 처음 두어 달 쯤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드라마에 빠져들면 시간을 워낙 많이 잡아먹기도 하거니와, 새누리당 정권의 어용으로 타락해가는 KBS·MBC의 프로그램들이 역겨워서 눈에 띄는 다큐멘터리 말고는 가능한 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이성계와 정도전이 이인임재상과 최영장군 사이에서 밀고 당기며 세력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삼각관계의 팽팽함이 긴장감을 바짝 돋우었다. 그리고 상식수준을 넘어선 구체적인 내용들이 그 동안 품고 있던 몇 가지 궁금증들을 풀어주었다. 명나라의 등장과 원나라의 쇠퇴 사이에 낀 고려의 처지가 마치 오늘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해 보여서 그 긴장감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틈새에서 최영장군이 놓인 상황과 입장 그리고 그 속에서 요동정벌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나아가서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이 어떻게 결정되며 그게 삼각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인임의 부침과 우왕이나 창왕의 폐위과정 그리고 최영장군의 장렬한 최후와 공양왕의 불쌍한 행태,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성계와 정도전 사이에서 정몽주의 고려왕조를 향한 고결한 충정과 이방원의 새로운 왕조를 향한 불타는 욕망도 자상하게 그려냈다. 그 선악과 시비를 딱 갈라 세워서 어느 한 쪽으로 밀고 간 게 아니라, 그 선악과 시비를 가름하기 어렵게 서로 팽팽하게 맞세워서 긴장감을 더욱 바짝 당겨주었다.

드라마가 공양왕이 폐위되고 머지않아 조선왕조가 일어서는 지점에 이르렀다. 정도전의 활약으로 보자면 한 가운데 반쯤에 와 있다. 이젠 갈등의 포인트가 “반역이냐 혁명이냐?”에서 “王權중심이냐 臣權중심이냐?”로 달라진다. 중국사상의 중심을 차지한 유가는, 송나라 이래로 主理論과 主氣論 그리고 주자학과 양명학으로 그 논점을 이루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반역이냐 혁명이냐?” 그리고 “왕권중심이냐 신권중심이냐?”로 크게 갈등한다. 맹자의 “백성에게 횡포를 부리는 임금은 동네깡패나 다름없으니 주저없이 갈아치워야 한다.”는 폐위론 나아가서 易姓혁명론은, 동양의 군주들에게 항상 가시방석이요 턱밑의 칼날이었다. 그래서 그 글귀를 지워버린 [맹자]책을 따로 만들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요, 동양의 왕조시대에 피바람을 몰고 다녔다. 이 드라마에서 부는 피바람은 조선건국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고려왕족의 몰살이 남아있고, 왕권중심을 이룩하려는 이방원과 신권중심을 부르짖는 정도전 사이에 피 튀기는 싸움이 이어진다.

큰 흐름은 그러하지만, 세세한 사건에서는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느 부분이 픽션인지 알지 못하니, 세밀하게는 내 나름의 견해를 펼치진 못하겠다. 선악과 시비를 가려내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 작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이 정도의 시나리오에서 그 팩트와 픽션을 가려내고 그 옳고 그름을 가려내려면, 몇 권의 책으론 어림없고 아예 학문적인 연구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소소한 점에서 불만스러운 곳이 없지 않지만, 이런 정도의 시나리오로 이만큼 흥미진진함을 일구어내기가 쉽지 않다. 여자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에게는 오랜만에 흡족한 드라마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굵은 생김새와 목소리 그리고 위압하는 남성 카리스마를 대표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코 궁예 캐릭터로 유명한 김영철과 함께 유동근이 꼽힐 게다. 백윤식도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씨니컬한 냉철함이 풍기면서 굵은 맛에 예리함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압도적이라기보다는 두렵거나 존경스런 풍모가 있다. 유동근이 황신혜와 함께 ‘아름다운 불륜’과 주제곡 ‘I.O.U.’로 세상을 뒤흔든 드라마[애인]에서 부드럽고 자상한 캐릭터를 보여주어서 깜짝 놀랐지만, 뭐니뭐니 해도 [용의 눈물]이나 [명성황후]에서 태종 이방원과 대원군 이하응의 모습이 가장 선연하다. 그래선지 [가문의 영광5]에서 코믹한 연기는 닭살 돋는 “아니올시다”였다.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야 하겠지만. 다시 오랜만에 이성계로 그 강단진 카리스마를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제대로 된 사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함경도사투리가 그럴 듯하게 잘 어우러졌다. 정도전 조재현이나 이방원 안재모도 상당하지만, 나에겐 역시 이성계 유동근이었다. 이제 이방원과 싸움이 남아있다. [용의 눈물]에서 자세하게 보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맛을 기대해 본다. * 여자들 재미 ? 남자들 재미 A0, * 연출기술 A0, * 연출자와 극작가의 관점과 내공 : 보수파 A0.

* 뱀발이 좀 길다. : 공맹사상이 상류층 1%에게 ‘참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며 ‘올바른 보수’를 향한 간절한 갈망을 주장한다. 공맹사상을 기초로 한 성리학 이념이 이 드라마 내용의 기본뼈대이므로 정치적으로 보수파 드라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가 세상의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민주파 개혁이 아니라 보수파 개혁이다. 맹자가 말한 民本주의를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라고 말하곤 하는데, 잘못이다. 북한체제를 ‘조선인민 민주주의공화국’이라며 ‘민주주의’라는 낱말을 끌어다 쓰는 게 잘못이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사이비 개차반’이듯이.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아주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추앙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게 그렇듯이 민주주의가 나쁘게 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아수라장 개판 세상'을 낳기도 한다. 반드시 좋은 게 아니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시스템들 중에서 어느 한 쪽을 강조하는 편파적인 이념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지난 200여 년 동안, 게나 고동이나 쥐나 캐나 ‘민주주의’라는 낱말을 끌어다 쓴다. ‘민주주의’라는 낱말을 제대로 말하려면 ‘민주주의 원조’에서 ‘민주주의 변형’까지 그 수없이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해야 하니 길고 긴 글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라는 낱말은 이젠 빈껍데기만 남아서 그 알맹이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어지러이 널린 어수선함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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