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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강추[변호인]의 먹먹한 감동, 무조건 보시라!
김영주 2013/12/30 19:12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영화관이 요란스럽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대목이다. 올해는 마땅한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름 전에 [호빗2]를 보았는데, 비쥬얼을 눈요기하긴 좋지만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변호인], 노무현의 변호사 시절을 그린 영화란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대목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용이야 좋겠지만, 다 아는 이야기인데 뭐 특별한 게 있겠어? 송강호가 또 열연하겠군~. 양우석감독? 누구지?” 개봉 전에 평점테러가 있었다고 하고, 개봉 후에는 티켓테러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랄발광을 하는구만! X~쌔끼덜!” 이렇게 그저 심드렁히 흘려 넘기고 있는데, “개봉날 관객들 반응이 평범치 않다 · 개봉 며칠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 감동이다 · 뭉클하다 · 200만 명을 넘었다 · 이대로만 간다면 1000만 명도 바라볼 수 있다 · · ·” 설마? 그런데 관련기사가 녹록치 않다. “영화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것도 없고~, 한 번 봐 볼까~? 노무현님도 다시 새기면서 . . .”

“[변호인] 1장이요. / 좌석이 맨 앞자리 3개뿐인데, 괜찮으시겠어요? / 에~애? ‘조조프로’가요?” 휘둥그런 눈으로 좌석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맨 앞 줄 양쪽 구석지에, 1번 · 11번 · 12번 좌석. 상영한 지 10일이 되었고, 평일인데도 그랬다. 내 영화캐리어가 50년 세월인데, 조조프로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조조엔 적으면 하나 둘, 많아야 스무 명 남짓이다. 놀라움에 호기심이 함께 일어났다. “설마 (예약을 취소한) 빈자리가 있겠지~. 없으면 가운데 통로에라도 앉지 뭐~.”

다행이도 여기저기 빈자리가 몇 개 있었다. 그런데 또 깜짝 놀랐다. 이런 사회파 영화는 ([도가니]처럼 사회이슈로 떠오른 경우를 제외하곤) 조조프로가 아니더라도 관객이 너 댓 명이거나 열 명을 넘어서기 어렵고, 젊은 청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이 스무 살쯤 대학생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하늘이 도대체 무슨 조화를 부린 거야? 도무지 믿어지질 않았다. “혹시~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사건 때문에? 그렇다고 설마, 이렇게까지~? 영화 자체가 그토록 잘 만들어진 걸까?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해도, 사회파영화에 젊은이들이 이렇게까지 모일 리가 없는데~?

영화를 잘 만들었다. 배우들 연기도 매우 좋았다. * 대중감동 A0(내 감동 A++), * 영화기술 A+,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사회파 A+.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내어 강조하는 ‘사회파 리얼리즘’은, 그냥 슬픈 게 아니라 무겁게 슬프다. 요즘 세상인심은 슬픈 이야기를 유난히도 싫어한다. 게다가 무겁기까지 하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무겁고 슬픈 내용으로 일반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나아가서 관객이 몰려들게까지 만들어내는 건, 드물고 드문 일이어서, 만장의 기립박수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지난 이명박정부와 이번 박근혜정부에서 구석지에 구석지까지 내몰린 노무현님이 일구어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훌륭한 영화이기에 더 더욱 반갑고 고맙다. “길고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예고편 보기>


노무현, 만감이 교차하는 이름이다. 그토록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했고, 좋아한 만큼 맘에 상처도 깊었다. 지금도 그를 떠올리면, 애증의 쌍곡선이 마구 소용돌이친다. 그에게 하고픈 말이 많고 많지만, 정리하고 정리해서 딱 두 마디로 줄여 보겠다. “인간 노무현은 존경하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실망스럽다. / 현실과 타협할 건 이상으로 밀어붙였고, 이상으로 밀어붙일 건 현실과 타협해 버렸다.” 그의 실패는 그 개인의 낭패로 끝난 게 아니라, 민주화 세력이 피와 땀으로 겨우겨우 일구어낸 숲 전체가 말라비틀어질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그게 그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그의 순박함이 너무나 지나쳤다. 인간세상의 간악함과 비열함이 너무 극렬하기도 했지만, 그가 장기적 이상과 단기적 현실의 포인트를 잘못 잡고 출발했다. 한 시절 노무현을 사랑했기에 그의 죽음이 처절히 애통했지만, 한 시절 노무현을 미워했기에 그의 명복을 제대로 추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미워한 게 사랑이 지나쳐서 비롯되었기에, 이 영화를 계기로 삼아서 그 미움을 지우기로 했다. 지금 우리를 뒤덮고 있는 어둠이 너무 깊기에 더욱 그러하다. [레미제라블]마지막 장면에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라는 민초들의 웅장한 합창도 나를 위로하지 못했는데, 대자보 앞마당과 조조영화 좌석을 가득 메운 젊은 청년들에게서 그 짙은 어둠을 걷어낼 ‘새벽의 빛’을 보았다. “민주화는 한 판의 승부가 아니다!”

송강호, [초록물고기]의 양아치 모습에서부터 [관상]의 족집게 관상쟁이까지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았다. 꾸밈없이 수더분한 서민 모습을 잘 그려내는 배우이다.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군장교 캐릭터가 가장 좋았다. 그러나 그의 연기에 감동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가 나에게 특별한 노무현이 겹쳐들어서일까? 아니면 지난 이명박정부와 이번 박근혜정부에 너무나 지쳐서일까? 그의 연기에 감동했다. 특히 법정장면에서 “국민이 국가다.”를 외치는 눈빛이 어찌나 격렬한지 오금이 화악 저려왔다. 이러한 감동은 송강호에게서만 비롯된 게 아니다. 조연들도 잘 어우러졌다. 조연이 잘 살아나는 영화는 분명코 좋은 영화이다. 엄마 김영애도 참 잘했지만, 고문경찰 곽도원이 빼어나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그의 ‘검사스런 모습’은 감동이라기보다는 감탄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감탄을 일으켜 송강호의 감동스런 연기를 더욱 빛내주었다. 송영창의 판사 연기도 참 좋았다.

양우석 감독, 이 영화를 참 잘 만들었는데, 첫 작품이라니 더욱 놀랍다. 얼핏 그 연출이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실화로 있는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풀어갈 따름이다. 그러나 그걸 일정한 시간 안에 짜 넣어야 하고, 중심줄기와 주변가지를 잘 잡아야 하며, 중요한 건 중요한 대로 잘 강조해야 하고, 덜 중요한 건 덜 중요한 대로 주변에서 잘 받쳐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흘러가는 흐름의 완급을 잘 조정해야 한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고 관객의 심장에 리듬을 주어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잘 뽑아내야 하지만, 대사도 적절하게 잘 잡아내야 한다. 이게 여간 어렵지 않다. 그걸 잘 잡아내고 잘 이끌어가는 게, 바로 기술이요 내공이다. “이런 게 어딧써요, 이라믄 안 되는 거자나요! / 국민이 국가다.”라는 대사처럼, 너무나 평범한 상식이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걸, 꾸밈이 없고 잘난 체 없이 담백하게 잘 연출해냈다. 꾸밈없이 담백하면서도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그 어려운 걸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그래서 영화기술도 A+ 주었고, 내공도 A+ 주었다.

하마터면 ‘이 꾸밈없이 담백한 연출’이 평범함으로 묻힐 뻔했다. 그게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지난 이명박정부와 이번 박근혜정부의 불행한 시대분위기 때문이겠다. 그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토록 나쁜 정부가 이 영화의 관객을 두세 배로 늘려주었다. 만약 1000만 관객을 넘어선다면, 이 영화가 상영된 타이밍이 큰 역할을 했다. “하늘도 도와주었다.” 이 세상은 살을 에는 겨울의 칼바람 속에서도 “봄날은 온다.” 물론 그 다음에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다시 또 겨울이 오겠지만 . . .

독자 의견 목록
1 . 잘보고 갑니다 소리 2018-09-18 /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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