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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응답하라 1994], 90시절의 아날로그한 재미
김영주 2013/12/20 11:01    

TV드라마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기 때문에 보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쩌다가 인기가 자자한 드라마를 보려고 해도 닭살 돋고 지루해서 10분을 넘기기 힘들었다. “어떻게 저런 게 인기가 있을까?” 2008년[엄마가 뿔났다]와 2009년[아이리스]이래로, 참 오랜만에 TV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응답하라 1994], 전라도와 경상도를 비롯한 팔도에서 촌놈들이 ‘신촌 하숙’에 모여들어 알콩달콩 벌어지는 사건들이 싱그럽고 편안해서 저절로 드라마 안으로 빨려들었다. 총21회에서 17회까지 방영하였으니,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 마무리해 가고 있다.

나에게, 60시절과 70시절은 비록 가난했어도 아련하고 아름답다. 80시절은 그 나름의 추억들이 없지 않지만, ‘전라도 광주’가 너무나 아파서 우울했고,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고 방황하며 고통스러웠다. 90시절은 결혼하니 모든 게 전혀 새롭다. 우리 아이들이 10살을 향하여 세월은 흘러갔다. 영화와 비디오 말고는, 대중문화가 젊음에서 멀어져 가고 컴퓨터 세상을 겨우겨우 간신히 뒤따라가는 이른바 ‘아날로그 세대’가 되어갔다. 그래서 [건축학 개론]이 감성은 엇비슷한데 구체적인 내용이 낯설었다.

신승훈과 김건모 그리고 김광석과 김현철은 아직 좋은데, 들국화 신해철 공일오비 이승환은 낯설어지고, 서태지와 아이들부터는 도무지 왜 그렇게 설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노래방에 가면 90시절의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이 부럽지만, 7080노래로 그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조카들이나 젊은이와는 따로 동떨어지는가 싶더니, 이젠 우리 아이들과 전혀 공감영역이 없다. 희끗한 흰머리가 무성해지면서, 버스 안에서 자리 양보를 받는 일이 틈틈이 일어난다. “아! 내 청춘이 담장 너머로 가버렸구나.” 그래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을 ‘쉰 즈음에’로 바꾸어서 자주 부른다.

<1994년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5분>
http://program.interest.me/tvn/reply1994/4/Vod/VodView/201307169075/894954/44864

**********

[응답]에 빨려든 것은, 팔도의 촌놈들이 서울생활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사건들 그리고 양아치영화[바람]에서 인상 깊었던 정우와 손호준 때문이다. 하숙집 아줌마 이일화와 그 딸 고아라는 처음 보지만, 연기를 편안하게 참 잘 한다. 특히 고아라가 캐릭터와 연기력이 빼어나게 돋보인다. 김성균을 악당이나 깡패로만 만나다가 순박한 경상도 삼천포 새파란 촌놈으로 만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야구선수 칠봉이도 충청도 괴산촌놈 빙그레도 좋지만, 아빠 성동일 · 순천촌놈 해태 손호준 · 여수촌년 서태지 광팬 조윤진이 전라도 사람으로 나와서 재미를 북돋운다. 손호준의 천연덕스런 모습도 참 좋지만, 조윤진이 서태지 공연에서 열광하며 춤추는 광기어린 연기에 입이 떠억 벌어졌다.( 그 코믹한 장면들을 감초로 “음메-~~” 맴생이소리로 마무리하는 게 기발하고 맛있다. )

<사투리 배틀 1분>
http://program.interest.me/tvn/reply1994/4/Vod/VodView/201307169075/894954/44866

대중음악을 곁들여서 이끌어가는 그 시대의 풍물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그리움을 진하게 그려내는 연출솜씨가 참 좋다. 그 시대의 어두운 구석이 전혀 없어서, 마치 온실 속의 아름다운 화초들만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소소한 삶의 정겨움으로 훈훈하고 흐뭇하다. ‘경상도 공화국’으로 치닫는 그 시대와 지금 세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라도와 경상도’가 이렇게 화목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작가와 연출가의 소망이 간절한 스토리를 엮어간다. 이런 소망을 칭찬해야 할지 비난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일단 좋은 쪽으로 다가온다.( 현실에서 ‘경상도 집단이기주의’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조선 말의 세도정치만큼이나 ‘위험수준’이다. 나라가 무너질 ‘비상사태’라고 할 만 하다. )

<16화 순천해태 군대면회 장면 2분>
http://program.interest.me/tvn/reply1994/4/Vod/VodView/201307169075/896960/46784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 과장되고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딱하다. 성동일 사투리가 지나친 과장과 부적절한 쓰임새가 많아서 의아했다. “전라도 놈인 거 같은디, 뭔 사투리를 조로케까지 오바하까~?” 그런데 그 의아심이 풀렸다. 어느 신문에서 그가 “어린 시절 짧게 전라남도 화순에 살았을 뿐이다.”고 하면서, “사투리 쓰는 역할을 맡으면, 일단 그 지방에 간다. 5일장 열리는 날 오후 4시~5시 쯤에 선술집에 가면, 적당히 취한 노인분들이 많다. 그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놓고 밥 먹고 술 먹으면서 테이프 분량 두어 개를 찍으면 그 안에 별별 이야기가 다 들어있다. 작가들은 문어체로 쓰는데 배우는 말로 풀어야 하니까, 분명히 그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그가 사투리를 긴 세월에 몸으로 익힌 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서 사투리를 공부한다는 뜻이다. 김수미 말고는 배우들의 전라도 사투리가 항상 이상했는데, 이제사 이해했다. “아, 그렇게 해서 배운 짝퉁사투리이구나~! 그래서 조윤진도 그렇게 오바하는구만~!” 60시절부터 중산층을 넘어서면 사투리를 부끄러워하거나 멸시하는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이라고 해도 도회지에 살고 중산층을 넘어서는 사람들에서 나처럼 전라도 사투리를 토종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내 사투리는 고향땅 영광 포천삼거리 수퍼아줌마까지 감동한 토종사투리이다. “아~따 아저씨, 배운 양반 같은 디, 사투리가 징하게 쎄요~이!” ) 아니, 오히려 도회지에 살고 중산층을 넘어서면서도 사투리를 오바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아무개 아무개처럼) ‘소박함’을 위장하는 위선자인 경우가 많다.

[응답]이 앞으로 2주에 걸쳐 4회차가 남았다. ‘고아라의 남편’은 누구일까? 알쏭달쏭, 그 동안 많이 궁금했지만, 이젠 거의 다 드러난 셈이다. 김0준? 쓰레기 오빠이겠지? 설마 아직 남은 4회차로 그 역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부모에게 이미 말했고, 다이아 반지에 찐한 키스까지 갔는데 . . . . 연출자의 장난스런 애드립이나 게임에 놀아나면서, 덩달아서 바짝 맘을 조이는 ‘나의 유치함’이,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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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잘봤어욤 까미 2018-09-18 /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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