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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아깝다 [위험한 관계]! / 안타깝다 허진호 감독!
김영주 2012/10/15 15:21    

허진호 감독이 남녀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고 여린 감성으로 그려내는 아련한 애틋함을 좋아한다. 나쁘게 말하자면, 그 시대 사회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이 어느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그려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개인적이고 소소하다. 그러나 난 오히려 그게 더 좋다. 군더더기가 없다. 슬프지만, 애잔한 가슴 상처난 갈증에 레모네이드 한 컵을 마신 듯이 상큼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서 매우 그러했고, [행복] [호우시절]에선 조금 실망했다.

[好雨시절]을 본 뒤에, 관객과 감독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관객님들께 바라옵건대, 비록 그의 섬세한 미감이 너무 잔잔하고 은은해서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관객의 눈으로 보기엔 맹물처럼 싱거워 보이겠지만, 그래도 허진호 감독의 잔잔하고 은은한 미감을 성원해 주길 바랍니다. 좋은 감독이 말라 죽지 않도록 우리가 돌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진호 감독님께 바라옵건대, 님의 절제되고 그윽한 미감이 참 훌륭하지만, 설사 작품성이 좀 떨어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대중재미에 신경을 많이 써주길 바랍니다. 대중성이란 게 대체로 천박하고 때론 역겹기까지 하지만, 때때로 무시할 수 없는 생명력과 먹물에 젖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진솔함을 간직하고 있으니, 대중성에 관심을 주지 않는 건 잘못입니다.” 내 부탁이 감독에게 전달된 건지, 이번 [위험한 관계] 예고편을 보니 대중성에 사뭇 신경을 썼다.

그 이름도 쟁쟁한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가 주인공, 스토리는 유명한 소설[위험한 관계]를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각색, 상하이 부유층 생활을 잘 그려낸 의상 무대 소품, 그리고 이에 잘 어우러지는 음악과 미술, 해 볼만 하겠다. 홍보가 약한 듯하지만, 기대했다. 난 그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고대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그의 작품에 애정보다는 응원하는 맘으로 영화관에 달려갔다. 텅 비어있다. 맥 풀렸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예고편 보기>


장쯔이, [집으로 가는 길]에서 참 좋았는데, 그 이후론 연기력이 풋내 나고 상투적이어서 항상 아쉬웠다. 지금까지 주로 화려한 캐릭터였는데, 분장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캐릭터 때문인지 얼굴이 좀 늙어 보였지만, 이 영화엔 더 어울렸고 연기력에 숙성된 맛이 있었다. 장백지, 아주 중요한 캐릭터를 잘 살려냈지만, 1988년 [위험한 관계]의 글렌 클로즈나 2003년 [스캔들]의 이미숙만큼 간악한 맛을 우려내지는 못했다. 장동건, 그 유명자자한 명성에 비하면 그동안 작품의 성가를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에서만큼 멋진 장동건을 만날 수가 없다. 이 영화에선 바람둥이 캐릭터를 너무 뺀질거리는 쪽으로 오바했다. 연기력이 괜찮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항상 조금 아쉽다. 감독의 잘못인지 그의 잘못인지 잘 모르겠다. 중국어를 잘 한 건지 평가할 순 없지만, 그 만큼 하느라 고생 참 많았겠다.

이렇듯 세 주인공이 A급에 가까운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영상도 품격있고 고급스럽다. 첫 장면, 바람둥이 장동건을 두고 두 여자의 싸움, 섬세하지 못하고 너무 상투적이다. 실망. 그 다음, 장백지 좋고 장쯔이 좋다. 장동건의 연기가 좀 과장스럽다. 대체로 맘에 들지만 허전하다. 그게 무얼까? 소녀 신부와 미술선생 그리고 일본침략에 맞선 열혈청년 에피소드, 매끄럽지 못하고 겉돈다. 에피소드와 조연들의 역할이 잘 받쳐주어야 하는데, 약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긴박감이 떨어진다. 대중을 사로잡기엔 부족하다. 그나마 영화의 2/3쯤까진 대충 괜찮았는데, 나머지 1/3에서 스토리 흐름에 구멍이 뚫리고 마무리를 서둘러 몰아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선 그렇지 않았는데, [행복] [호우시절]에서 했던 실수를 또 다시 보게 된다. 섬세함은 아직 살아있지만, 짜임새가 부족하다. 안타깝다 허진호 감독! 아깝다 [위험한 관계]!

* 대중재미 B0, * 영화기술 A0, 감독의 관점 : 민주파 B0.( 이 영화도 마지막 ‘1년 후’ 장면은 없는 게 더 낫겠다. )

영화, 잘 만든다는 게 참 어렵다. 더구나 대중재미까지 갖춘다는 건 더욱 어렵다. 이 영화가 그에겐 대중성을 얻기 위한 절호의 찬스였는데 . . . . 나도 한 시절 영화감독을 꿈꾸었는데, 허진호 감독을 향한 안타까움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독자 의견 목록
1 . ^^ 정아 2018-09-18 /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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