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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피에타]에 “자비를 거두소서!”
김영주 2012/09/17 11:25    

난 김기덕 영화가 제일 싫다. 그는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내어 까발리는 사회파 영화를 만든다. 사회파 영화에서, [완득이]나 [방가? 방가!]처럼 겉은 우습고 재미있지만 속은 슬픈 그래서 더욱 슬픈 블랙코메디를 난 좋아한다. 그러나 다른 사회파 영화는 무겁거나 어렵고 또는 삐딱하거나 퇴폐하고 때론 잔혹하고 엽기하다. 무겁거나 어려운 것도 부담스러워서 힘든데, 삐딱하거나 퇴폐하고 잔혹하거나 엽기한 건 너무 싫다.

이창동의 연출력을 존경하고 그 깊고 깊은 슬픔에 감동하지만, 너무 감동해서 맘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에 시달리는 게 아주 힘들다. 정지영의 [부러진 화살]이나 황동혁의 [도가니]가 주는 어두운 슬품은 그 분노와 슬품 자체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번 [두 개의 문]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홍상수의 시니컬하게 무심한 연출은 그 삐딱함에 먹물냄새가 심하고 때론 삶의 모멸감이 느껴져서 싫고, 임상수의 [돈의 맛] [그 때 그 사람] [바람난 가족]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자기 과시이나 허위스런 위선이 느껴져서 싫다. 장선우의 [거짓말] [나쁜 영화] · 양익준의 [똥파리] · 나홍진의 [추적자]처럼 뒤틀린 퇴폐나 잔혹한 엽기 장면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는 그 장면들 자체가 너무 역겹다. 박찬욱 감독은 머릿속에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 천재 같아서 그 천재적 연출력에 이끌려서 그의 영화를 보긴 보지만, 그 잔혹한 엽기를 보고 나면 고통스럽다.(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는 사회파영화가 아니다. 잔혹 엽기물로 자기를 과시하고 쎈세이션을 일으켜서 돈벌이까지 노리는 불순한 계산이 깔렸다고 보기 때문에, 아주 나쁘게 여긴다. )

김기덕 영화는 삐딱하고 잔혹하고 엽기하고 퇴폐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돌발적이고 막무가내여서 더욱 싫다. 몇 편을 보다가 [나쁜 남자]이후론 그의 영화를 보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다가 이번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자 매스컴의 찬양이 자자해서 억지로 맘을 일으켜 보았다. 그 삐딱 잔혹 엽기 퇴폐가 예전이 100이라면 이번엔 50쯤이어서, 그나마 많이 순화되었다. 그가 조금 변한 듯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상당히 진지하게 파고든다. 그 이슈를 파고들어 뒤집어엎는 힘도 강렬하다. 그런데 요령 없이 불끈불끈 힘을 쓰다가, 제대로 힘을 써야 할 곳에서 근력이 딸리고 끈기있게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 그가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바라보는 눈이 싸늘하지만, 그걸 자꾸 포악스럽게 짓이겨버리는 엽기적인 잔혹함에 기대어 절망하고 저항한다. 그게 처참하기에 머리털이 솟구칠 정도로 진저리치지만, 지금 우리의 추악한 삶에 좀 더 근본적인 반성이나 쓰라린 회개를 불러오지 못한다. 내가 그의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막무가내 잔혹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면서도 그게 엽기적인 잔혹함에만 매달리고 다른 상상력이나 표현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하지 못하며, 어두운 사회문제를 곰삭이지 못하고 짱돌로 바로 찍어버리기 때문에 숙성되지 않아 깊질 못하다. 마치 벼랑빡에 “낙서금지!”라고 낙서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의 영화에 문제점이 엽기적인 잔혹함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의 외공과 내공이 모두 그리 수준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 잔혹엽기에 민감한 사람의 대중재미 : F · 둔감한 사람의 대중재미 C+, * 영화기술 C+, 감독의 관점 : 사회파 B0. 이렇게 영화기술과 작품성이 B0도 안 되는 그의 작품들을 유럽영화제에선 왜 A급으로 높이 평가되는 걸까? 그건 서양문명의 뿌리에 심각한 정신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요, 특히 20세기 이후로 서양의 현대예술과 현대철학이 ‘그로테스크한 동굴’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게 광주비엔날레 현대미술이요, 피카소 그림이나 백남준 비디오아트고, 하드 락과 펑크 음악이다. ) 그가 엽기적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돌발적이고 거침없이 막무가내로 보여주는 잔혹한 장면들이, 병든 서양의 현대 예술가들 눈에는 기발하고 도전적이며 창의적이라고 보이는 것 같다. 그걸 예술이라고 찬양하고 ‘표현의 자유’라며 부르짖고 있으니, 서양의 현대문명은 지금 ‘처참한 정신병'에 빠져 있다. 지금 우리나라도 그걸 매우 닮아가고 있다. 심각하다.

이렇게 뒤틀린 서양의 현대예술 풍조가 선택한 최고상을 우리가 영광이라며 찬양하는 것은, 우리도 그 잘못된 수렁에 빠지는 걸 재촉하는 일이다. 서양의 좋은 점을 좋아해야지 나쁜 점까지 좋아하면 안 된다. 서양문명을 향한 무턱댄 찬양과 추종이 언제쯤에나 수그러들까? Pieta! “자비를 베푸소서!”. 그러나 이 잘못된 ‘그로테스크한 죄악’엔 “자비를 거두소서!”

*************

* 예전에 썼던 “예술영화는 재미없다. 왜?”라는 글에서
서양의 현대사상과 현대예술에서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점’을 뽑아서 다시 올려봅니다.

1. 서양사상과 종교는 ‘대립적 이분법’을 뿌리로 하고 있다. 가장 큰 줄기는 ‘낮과 밤 · 인간과 자연 · 남자와 여자 · 영혼과 육체 · 이성과 감성 · 필연과 우연 · 일과 놀이’에 대한 이분법이다.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는 서양의 주류사상은 그 이분법에 극렬한 선과 악을 설정하여 ‘낮 · 인간 · 남자 · 영혼 · 이성 · 필연 · 일'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밤 · 자연 · 여자 · 육체 · 감성 · 우연 · 놀이’를 지나치게 악마로 몰아치며 '마녀사냥'하였다.( 서양 주류의 지나치게 극렬한 선과 악에는 헤브라이즘의 예수교까지 덧붙여져서 일반사람들의 극렬한 자기집착의 생활윤리를 만들어내어, 사상을 넘어서서 일반사람들의 생활문화에까지 깊이 적셔들게 된다.) 20세기에 현대사상과 현대예술은 이에 극렬하게 반항하며 그 거꾸로 찬양하고 미화하고 몰아치고 비난한다. 현대사상과 현대예술은 2000여년동안 주류사상의 부당한 폭압과 마녀사상에 저항한다는 정당성을 갖고 있음에 반하여, 그 동안 주류사상이 자기집착으로 부당하게 폭압에 터전이었던 '대립적 이분법'과 동일한 사색틀을 그대로 똑 같이 닮아있다는 '자기 모순'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동양사상이 서양사상보다 더 우월하다거나 그 대안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동양사상의 주류에도 서양사상의 주류가 범한 문제점이 있다. 그 정도가 좀 덜 할 따름이다. 게다가 동양사상의 뿌리에도 문제점이 있다. 서양사상의 뿌리에 박힌 문제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

2. 서양의 주류사상은 아직도 철옹성처럼 굳건하다.(20세기 후반에 많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그래서 주류사상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악마의 창녀'라거나 '지적 사기'라며, 그 사상적 정신병적인 삐딱함과 엽기성에 따른 잡스런 어지러움 · 돌발적 상상력 · 퇴폐적 문란함과 음울한 자살충동을 맹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류사상이 국가와 종교에 의한 교육과 윤리를 등에 업고 벌이는 행태가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제점에 못지않게 그리 떳떳하지 못한 사회구조적 억압과 제도적 폭행을 일삼고 있는지라, 그들에 대한 도덕적 우월감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기에, 그 맹공에 근본적인 구멍이 뚫려있다. 한편 포스트모더니즘은 국가와 종교를 비롯한 기존의 기득권 세력의 횡포와 억압을 공격하면서, 그들의 지나치게 정신병적인 삐딱함과 엽기성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을 너무 지나치게 뛰어넘어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그들은 이러한 일반사람과의 단절을 연결짓는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은 보이질 않고, 자기들의 이런 잘못을 마치 천재이란 듯이 뻐기면서 일반사람들을 멸시하는 듯한 못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스컴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이들을 하도 '천재'라며 추켜올리니까, 일반사람들은 한편으로 주눅들고 한편으로 쪽팔리면서, 이들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하자니 '무식한 놈이나 천재를 몰라보는 놈 또는 열등감의 삐딱함'으로 몰릴까봐서 이들의 잘못을 내놓고 비난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사람은 '현대사상과 현대예술'을 만나면 매갑시 주눅들고 신경질이 나지만, 억지로 아는 척 위선적인 몸짓을 하거나 슬슬 피하며 아예 그 부근에 얼쩡거리지 않는 쪽으로 피해 버린다. 마침내 이 '못된 천재'들은 외롭게 추위에 떨면서 시대가 알아주지 않는 '천재의 고독'이라는 어두운 그늘에서 개폼잡다가 사라지면 그대로 끝장나는 것이고, 우연히 살아나면 '비릿한 지적 허영'에 놀아나는 '가짜 노블레스들의 노리개'로 팔리게 된다. 자기들 편이 되어주어야 할 서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원한을 품었던 기득권 세력에게 ‘위선적 노리개’로 이용당하고 말게 되는 모순된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현대사상과 현대예술의 비극은 그들이 기존 주류사상에게서 소외당하고 저항하면서 상처받는 것 그리고 어두운 구석에서 알콜중독이나 마약중독 또는 퇴폐적인 문란에 빠져드는 '외로운 천재의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충동에 빠져드는 것에 있기도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모욕적인 비극은 진짜로 사랑받아야 할 서민에게 오히려 외면당하고 마침내는 그들이 저항하며 저주하였던 기득권 세력에게 이용당하고 마는 '적과의 동침'에 있다.

현대사상과 현대예술이 이러한 서양문화의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나는 말과 글들은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그걸 무지 어지럽고 어렵게 말하면서, ‘학문과 예술 그리고 천재’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주눅주고 똥폼 잡는 잘못된 ‘지적 허영’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이러한 ‘예술영화’는 거의 대부분 우울하고 어지럽고 이상하고 쪽팔리고 재미없다. 더구나 영화기술이나 삶의 깊이가 그리 깊지도 않으면서, 괜히 예술영화인 척 진지하게 똥폼 잡는 경우도 많다.( 영화평론가들도 이들의 똥폼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해 보인다. 지적 허영이나 위선에 빠진 평론가가 대체로 그렇다. 상당히 많은 평론가가 이런 수렁에 빠져 있어 보인다. ) 그러나 그 우울하고 시니컬함에 진지한 삶의 어두운 리얼러티를 잘 그려내는 영화도 제법 있다. [박하사탕] [와이키키 브라더스] [지구를 지켜라] [밀양]같은 우리나라 영화나, [어둠 속의 댄서] [도그빌] [돌이킬 수 없는] 같은 외국영화는 참 대단한 영화이다. 내가 [슛뎀 업]으로 소개한 Kitsch영화도 이런 예술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반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싸구려 삼류영화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난 우리 영화 [달콤 쌀벌한 연인]을 최고의 키치영화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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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최고 경민 2018-09-18 /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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