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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강추 @[스텝 업4] 참신하고 화끈하고 짜릿하다!
김영주 2012/08/25 08:33    

‘오빤, 강남스타일’로, 싸이가 지구촌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보수문화가 싸이를 천대했지만, 그 ‘싸구려 저질문화’가 기어코 큰일을 내고야 말았다. 춤이 폭발하고 있다. 비주얼이 넘치는 세상이니 당연하겠지만, 그 기세가 자못 등등하다. 그 중심에 ‘B보이 댄스’가 있다.

B보이댄스, 빈민가 천덕꾸러기들이 숨 막히는 막다른 골목에서 주체할 수 없는 몸부림을 뜨겁게 폭발한다. 세상이 잔혹한 경쟁으로 사람을 빠짝 조여오니, 그 틈새로 새어나오는 몸부림이 격렬해서 더욱 그러하다. 뒷골목 디스코텍이나 콜라텍의 그늘에서, 캡을 옆으로 틀어 쓰고 헐렁한 힙합바지로 바닥을 쓸고 다니며, 껄렁한 몸짓과 쌍스런 욕설에 쩔은 양아치들이 남아도는 시간죽이기로 몸을 뒤틀거나 대가리 처박으며 오만가지 묘기대행진을 해대는 화끈하게 요란뻑쩍한 춤. 그 브레이크 댄스에 온 몸을 내던져 흔들고 비틀고 돌리는 샛파란 꼴통들. 그 B보이댄스가 진화하려고 한다. 그걸 그리고 있는 영화가 [스텝 업]이나 [스트리트 댄스]이다.

[스텝 업1]이 상영된 2006년엔, 우리나라의 B보이 ‘갬블러’가 미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나도 B보이댄스에 열광하던 때인지라, 당장 그 영화를 찾아보았지만, 재미있긴 해도 내용이나 댄스가 싱거웠다. 관심이 조금씩 시들어 가는데, 이번 [스텝 업4]의 예고편이 평범치 않게 다가왔다. 그동안 [스텝 업 1 · 2 · 3]에선 B보이 댄스가 진화해 간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시도로 새롭게 진화하려고 노력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스텝 업4]에선 진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덧붙인 제목을 ‘레볼루션’이라고 했지만, ‘레볼루션’했다기보다는 상당히 획기적인 장면을 연출해 보여주었다.

‘플래쉬 몹’이 제대로 잘 살아났다. 플래쉬 몹은 flash(반짝 순간)와 Mob(군중)의 합성어로 ‘번개팅’과 비슷한데, 번개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얼마쯤 익숙해진 사람끼리 가볍게 만나는 모임임에 반하여, 플래쉬 몹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미리 어떤 목적이나 표어를 내걸고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서 잠시 동안 그 행동지침에 따라 행동하고 흩어지는 ‘게릴라 퍼포먼스’이다. 형식은 어떤 모습으로도 가능하고, 내용은 정치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보적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선 그 플래쉬 몹을 모두 춤으로 보여준다. 여기에는 스트리트 댄서들만 참석하는 게 아니다. 해커 디제이 카메라맨 그래피티가 함께 긴밀하게 작업하고, 구경꾼들이 응원단으로 분위기를 돋우기도 하고 댄스 안으로 적극 끼어들기도 한다.


꽉 막힌 도로 · 미술갤러리 · 호텔 식당 · 시의회 건물 · 부둣가 컨테이너광장에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해낸 퍼포먼스들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도발적이고 화끈하다. 꽉 막힌 도로에 줄지어 이어진 자동차들과 그 틈새로 펼쳐지는 댄스 그리고 그 춤사위에 자동차들까지 함께 어우러져 들썩이며 춤을 춘다. 고급스런 미술갤러리의 다양한 작품들에 어우러지는 도발적인 연출로 상류문화와 서민문화가 앙상블을 이루어낸다. 호화로운 호텔 식당의 점잖고 우아한 식사자리에 느닷없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고전발레를 현대무용으로 변형시키는 가면무도회가 펼쳐진다. 도심 재개발업무를 협상하는 시의회 건물에서 동네사람들의 저항구호를 도발적인 댄스퍼포먼스로 호소한다. 부둣가에 레고조각처럼 올망조망 쌓여있는 콘테이너박스들 사이로 동네꼴통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나타나 항의데모를 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댄스파티로 변하면서 파워풀한 댄스를 짜릿하게 펼쳐 보여준다.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참신하고 후끈한 장면들을 멋지게 보여주지만, 굳이 우열을 매겨보라면 1 미술갤러리 · 2 부둣가 컨테이너광장 · 3 꽉 막힌 도로 · 4 시의회 건물 · 5 호텔 식당쯤으로 할까? 5편의 댄스페스티발을 따로 따로 만난 듯하다.

<예고편 보기>

동네사람들과 개발업자 사이의 갈등이 깊어가면서 사회파의 구호도 있지만, 그 갈등을 해결해 가는 모습에 민주파나 보수파의 관점도 보인다. 그 해피엔딩이 결국은 보수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갈등 사이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나 B보이 댄스를 새롭게 연출해내는 기법에서 포스트모더니스틱 사회적 저항의식도 담겨 있다. 오락성도 좋지만 B보이 댄스가 새롭게 진화는 모습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댄스퍼포먼스의 연출력에서 예술성이 돋보인다. * 대중재미 A+, * 영화기술 A+. 대중재미가 A+라고 해서, 단순한 오락영화로만 치부할 수 없다. 예술성도 A+학점이다. 이왕이면 영화관에서 보고, 이왕이면 3D로 보면 더욱 좋겠다.

* 뱀발 : 이토록 화끈하고 짜릿한 댄스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하나같이 끽소리 없이 점잔하게 감상한다. 그나마 나이든 내가 나도 모르게 반응을 보였다. 옆 자리에 앉은 관객이 한 두 자리 옮겨 앉았다. 약간 창피하고 어색했지만, 최소한 나 정도의 반응은 있어야 하지 않나? 30여 년 전, 허름한 영화관에서 [더티 댄싱]에 화끈하게 반응하며 영화관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던 그 여고생들이 너무나 그립다. 過恭非禮, “지나치게 반듯한 예절은 위선이다.”

독자 의견 목록
1 . 잘보고 가욤 뽀리 2018-09-18 /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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