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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은교]의 젊음이 눈부시게 싱그럽고 섹시하다. 그러나 . . .
김영주 2012/05/03 09:08    

로리타 콤플렉스, 존경받는 70대 시인과 철부지 십대 여고생 사이의 불륜이다. 은교가 여고생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섹시함을 드러내어 말한다는 게 도덕적인 주저스러움이 없지 않지만, 어차피 이 영화는 그녀의 섹시함을 상품으로 쎈세이션을 일으키려고 작심한 작품이다.

[해피 엔드]를 만든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라 잘못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은교]를 만났다. 박해일의 노인 분장이 많이 거슬렸다.( [이끼]에서 정재영의 노인 분장은 대단했는데 . . . 쩝쩝 ) 박해일이 그렇게 연기를 못한 건 처음 본다. 목소리도 너무 고지식하고 딱딱하다. 제자도 주어진 캐릭터만 겨우 유지해 간다. 스토리도 순 억지로 꿰어 맞추고, 대사도 괜한 똥폼으로 먹물냄새만 낭자하다. 부담스럽고 맛없다. 내 나름대로 다시 다 뜯어고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 영화에서 볼만 한 건 딱 하나, 김고은의 은교!

은교의 젊음이 눈부시게 싱그럽고 섹시하다. 그 섹시함은 남다르다. 조선 토종의 섹시함이다. 그 동안 그걸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이나 일제 시절 ‘조선기생 사진첩’에서 틈틈이 엿볼 수 있었지만 그리 생동감 있게 다가오질 않았다. 그나마 신윤복의 ‘미인도’가 상당히 생생하지만, 한 장의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조신스런 자태를 그렸기 때문에 그 섹시함만을 온전하게 느끼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의 섹시함을 향한 미감이 확 바뀌었다. 우린 마릴린 먼로처럼 백치스런 섹시함 또는 소피아 로렌처럼 육감적인 섹시함이나 안젤리나 졸리처럼 뇌쇄적인 섹시함 또는 페넬로페 크루즈처럼 퇴폐적인 섹시함에 넋을 빼앗겼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섹시스타로 떠올랐던 김지미 김혜정 최지희 · 정윤희 이미숙 · 이혜영 김혜수가 모두 이런 서양 섹시함의 아류들이다. 이혜영이 조선 토종의 섹시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은교처럼 맨 얼굴이 아니라 화려한 화장으로 덮어서 서양의 뇌쇄적인 팜므 파탈로 바꾸어 버렸다. 마침내 은교가 조선 토종의 섹시한 매력을 맨 얼굴과 온 몸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어린 나이의 티 없이 맑은 웃음소리와 철없고 풋풋한 당돌함이 싱그러움을 머금고 보시시 피어오른다. 마냥 예쁘다.


요즘엔 그 토종의 섹시함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은교의 섹시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평범하게 여기고 스쳐지나가 버린다. 다행스럽게도 감독은 그걸 알아보았다. 은교가 등장하는 첫 장면의 앵글은 숨을 죽이며 더듬어간다. 꼼지락 발가락에서 미끈한 종아리를 타고 짧은 반바지에 살짝 가려진 매끈한 허벅지를 지나서, 하얀 반소매 옷 위로 드러나는 어깨선에서 뽀얗게 새하얀 목덜미를 타고 약간 젖어 흐트러진 생머리 사이로 천천히 클로즈업하는 그녀의 옆 얼굴이 가녀린 숨결로 새근거린다. 뽀얗게 부셔지며 드리우는 부드러운 햇살. 첫 만남, 첫 인상, 그것은 싱그러운 섹시함. 그 젊음이 눈부시다.

<예고편 보기>

스토리나 내용으론 실망스럽지만, 영상감각으론 은교를 참 잘 그려간다. 그 풋풋한 싱그러움 속에 몰래 숨어있는 은근한 섹시함을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참 잘 잡아낸다. 벌거벗은 몸도 음탕한 정욕으로 짓밟아버리고 싶다기보다는 고급스런 백자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싶다. 질펀한 섹스에 복받치는 희열이라기보다는 미지의 실크로드를 찾아드는 법열이고 싶다. 그렇기에 행여나 정사 장면을 천박하게 그려내면 안 된다. 앞쪽 정사 장면은 참 좋았다. 좀 더 천천히 섬세하게 그려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 . . , 조금 서운했다. 그러나 창문으로 엿보는 뒤쪽 정사 장면에선 모욕감이 확 덮쳐왔다. “잘 해 가다가, 이게 뭐야?” 한 순간에 그 고운 백자가 땅바닥에 쨍그랑 깨져 버렸다. 보물스런 여주인공이 너무나 불쌍했다.

분노가 벌컥 치솟았다. “이 영화에서 볼만 한 건 딱 하나, 김고은의 은교!” 감독이 이마저도 망쳐버리니, 그 낭패감에 쌍욕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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