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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위험한 상견레] 강추!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보시길 . . .
김영주 2011/05/02 11:52    

[수상한 고객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영화이지만, 숙성이 떨어져서 고지식하고 상투적이었다. [위험한 상견례]는 [황산벌]과 [평양성]처럼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코메디로 그려가지만, 그 중심소재가 80시절 야구이야기라 좀 더 직설적이고 그 맛이 좀 더 숙성되고 이래저래 더 좋았다. 소소하게는, 내 어린 시절 추억이 깊이 새겨진 양림동 오거리 사직공원쪽 부자동네의 큰 기와집이 우선 정겨웠고, 야구장의 중요장면을 만화로 처리하는 기법이 참신했다. 남주인공 송새벽이 [방자전]에서 보여준 어눌한 모습이 과연 연기인지 본래 그런지에 궁금증이 아직 풀리진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도 그 캐릭터가 일단은 먹혀들었다고 본다. 여주인공도 괜찮았지만, 그 캐릭터에 어울리는 개성이 약하고 너무 곱상한 게 좀 거슬렸다. 두 아빠의 조연도 괜찮지만, 단연 돋보이는 건 김수미 그리고 건달 박철민과 부산 고모이다. 이 세 명의 활약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주연보다 더 돋보일 정도로 이 영화의 성공요인이다. 무엇보다 욕설을 너무 남발하지 않고 타이밍을 잘 잡아서 확 질러버리는 연출이 참 좋았다.

<예고편 보기>

박철민이 옷 벗는 장면과 ( 더스틴 호프만의 [졸업]을 패러디한 ) 결혼식 깽판 장면에 숨넘어가는 듯이 웃었더니 몇 자리 건너 쪽 아줌마가 내 웃음소리에 다시 숨넘어가듯이 웃어서 극장이 온통 떠들썩하게 웃었다. 좀 쑥스럽긴 해도 그동안 영화관에 끽소리도 없는 감상태도가 많이 불만스러웠는데, 88년[더티 댄싱]의 그 여고생들이래로 참 오랜만에 만끽하는 정겨운 ‘삼류 카타르시스’였다. “오뚜기 스프!” / “손 말고 어디 잡을 디가 있간디요.” / “서울은 고향이고요~. 이~ 앰뱅!”은 어퍼컷 펀치를 맞는 듯했고, 박철민의 “머언 미친년 꽃다발 패션이여~!” / “xxxx 이런 찌빠빠룰라 씹탱구리! 이거 분노해! 말어!” // 김수미의 “전라도가 머얼 어쨌다고 지랄 엠뱅이야! 전라도 여자가 살림을 못해 애를 못 키워~! . . . 간장 게장 해준께 잘만 처묵드라! 니기미 씨부럴!”은 삼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빠지는 듯한 KO펀치의 통렬함이 저려왔다.

그러나 그 코믹함이 조금은 억지스러워서 [거북이가 달린다]만큼 소박하고 자연스럽지 않았다. ( 김수미와 동양캬바레의 어느 액스트라 여자를 제외한 ) 어색한 전라도 사투리가 역시나 거슬렸고, 특히 주인공 송새벽의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어색하다. 온 국민을 상대로 하는 영화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찌든 지역감정을 兩非論의 화해로 풀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넘지 못하는 답답함은 여전했다. 비록 ‘언발에 오줌 누기’일망정, 이렇게 허허롭게 웃자며 만든 영화로나 이 답답한 현실의 갈증을 풀어보자는 고마운 심성이 아니겠나?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꿀단지에 얽힌 문제를 ‘롯데와 해태’의 야구와 껌으로 에둘러서 그 민감한 수렁에 빠지지 않고 이 만큼이라도 만들어내느라, “고마~, 고생 마~이 했다.” * 대중재미 A+,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당 B+ · 민주당 B+ · 사회당 C+.( 대중재미가 매우 높으면서 영화기술이나 삶의 숙성 점수도 괜찮으니, 가족 또는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두루두루 보기 편한 영화이겠다. 강추합니다. )


*****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낀 묵은 감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면, 경상도가 꿀단지를 독차지할 욕심으로 먼저 잘못했고 매우 잘못했고 아직도 많이 잘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그동안 서울 사람들이 그 떡고물에 눈이 어두워 경상도를 편들고 전라도를 구박하니, 우리 전라도는 매갑시 두들겨 맞고도 나쁜 놈이 되었으니 너무나 억울해서 애통 방통 분통이 터질 수밖에 . . . . 그리곤 그해 오월에 끝내 피를 보고야 말았다. 그래서 김수미가 분통을 터뜨림서 “전라도가 머얼 어쨌다고 지랄 엠뱅이야! 전라도 여자가 살림을 못해 애를 못 키워~! . . . 간장 게장 해준께 잘만 처묵드라! 니기미 씨부럴!”하고 폭발하는 장면이 우리 전라도 사람들에겐 무엇보다도 통쾌하다.

“갱상도 즈그들도 ‘온전한 사람’이라믄 저~ 가심 한 삐짝에 양심이 잇쓸 꺼고, 그 양심에 가책 땜시 역불로 눈 감고 감치니라고, 절라도 놈만 보믄 몬지를 텀서 그리도 싸납게 물어뜯는 거시여~!” 그러나 실은 경상도 사람들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다. 만약 박정희가 전라도 사람이고 김대중이 경상도 사람이었더라면, 전라도 사람들도 그 거꾸로 꿀단지에 눈이 멀어서 경상도를 구박했을 테고 서울 사람들은 전라도 편을 들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자 자체가 원래 그런 거지, 경상도 종자입네 전라도 종자입네 따질 껏도 없다.

그 잘못이 개인이라면 그나마 어떻게 노력하고 노력해서 소주잔 기울이며 화해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게 집단이라는 거다. 그 동안 우리 인류가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인간이라는 종자가 종교 민족 지역으로 한 번 이 수렁에 빠져들면 도대체 답이 없다. 우리 전라도가 노무현을 선택했을 때 지역감정을 누그러뜨릴 절호의 찬스였지만, 이젠 그마저도 오히려 더욱 꽈배기처럼 꼬여드는 쪽으로 잘못 가고 말았다. 참으로 답답하고 답답하다. 도대체 무슨 뾰쪽한 수가 보이질 않는다.

나도 80시절엔 영호남 화합을 주장했고, ‘87년 김대중과 김영삼의 대통령후보 단일화’엔 ( 김대중을 지지하면서도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 전라도 땅에서 김영삼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게 뒤틀리면서 지역감정의 골이 더욱 깊게 패였다. 내가 한 시절 노무현에게 그토록 열광한 것도 그 뒤틀림을 바꾸고 싶은 갈망 때문이었다. 김대중의 가장 큰 잘못은 87년에 김영삼에게 양보하지 않은 것이다.( 양적으로야 김대중 잘못과 김영삼 잘못이 서로 반반이지만, 질적으론 김대중 잘못이 훨씬 크다. ) 그는 이 땅의 역사에 큰 죄를 지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전라도에게 지은 죄만큼은 아니지만, 그 반에 반쯤은 되는 죄이리라. 그리고 노무현이 전라도에게 지은 죄도 크다, 지역감정을 누그러뜨릴 절호의 찬스를 놓친 죄도 있지만, 지역감정을 더 뒤틀어버린 죄가 더욱 크다. 김대중이 역사에 지은 죄에 못지않을 게다. 유시민과 민노당도 죄를 짓고 있지만, 그 죄를 씻을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유시민과 민노당, 많이 실망스럽지만 잘하길 빈다. 그들을 위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 땅의 역사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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