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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훌륭하고 너무나 부럽다.
김영주 2011/04/19 20:05    

Michael J. Sandel의 이 책이 지난 해 60만부가 넘게 팔렸단다. 그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해 연말에 교육방송에서 그의 강의를 12부작으로 밤늦게 방영하였다. 그의 강의가 방영되는 줄 미처 몰랐다가 3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1편과 2편을 보지 않아서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강의진행도 빨랐다. 최근에 다시 방영하였다. 빠짐없이 녹화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천천히 보았다. 책은 보지 않았으니, 그의 강의만으로 이야기하겠다.

<강의 예고편 4분>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정반대 세상’으로 뒤집어 졌다. ‘천지개벽’이란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앞 50년에 일본을 통한 서양문명이 그러했고, 뒤 50년에 미국의 시장주의가 그러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그 100년 이전의 조선시대를 잘 알아야 하고, 앞 50년에 넘쳐흐른 일본문화와 뒤 50년에 넘쳐흐른 미국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의 시장주의 문화이겠다. 시장주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문화는 지금 우리 사회와 내 자신 그리고 내 자식들이 살아가는 삶을 온통 뒤덮고 있다. 시장주의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19세기 이래로 공화파 · 민주파 · 사회파 · 공산파가 있다. ‘시장 vs 정부'에, 공화파는 90% vs 10% · 민주파는 70% vs 30% · 사회파는 30% vs 70% · 공산파는 10% vs 90%를 주장한다.( 1990년대 이후로 공산파가 무너지면서 공산파를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사회파는 아직 남아있지만 그 내용이 50% vs 50%쯤으로 바뀐 것 같다 ).

70년대에, 존 롤스가 민주파를 향한 ‘정의론’를 주장하자, 로버트 노직이 반대를 하며 공화파의 ‘시장만능주의’를 강렬하게 주장한다. Sandel은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존 롤스 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내 책 [시장주의, 그 신화와 환상]에서 자세하게 말했듯이, 이들 모두가 근대 ‘경험적 실증주의’의 수량화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 출발점에서 중요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내 노선은 Sandel의 주장보다 조금 더 진보적이어서 장하준과 매우 비슷하다. 내 책과 Sandel의 강의는 시장주의 문화의 뿌리를 말하고 있고, 장하준의 책들은 그 줄기를 말하고 있고, 강준만의 책들은 그 가지를 말하고 있다( 내 책이 Sandel의 강의보다 더 뿌리 쪽이다 ).

그의 강의는 훌륭하다. 제레미 벤담의 功利주의에서 시작해서 존 스튜어트 밀과 존 로크를 말하고 마침내 존 롤스와 로버트 노직을 대립시키면서 임마뉴엘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강의는, 매우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이끌어 간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인지 결론지으려고 한다기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물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면서,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를 배려하는 '이성의 방황'이라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그 내용이 철학적 접근이니 일반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개념의 바다’에 허우적대는 ‘지겨운 철학’은 아니니까, 맘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보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일시정지해서 보거나 다시 되돌려서 보면 그나마 보기가 조금은 더 수월할 것이다.

표류하는 배의 선원들 · 글자퀴즈 대회의 일등상 · 자기 아이들의 게임 · 유명인들의 세금 · 골프대회에서 장애인 문제 ` 대학입학시험과 소수집단 우대정책 · 징병제도와 애국심과 인종차별 · 결혼제도와 동성혼 · · · 과 같은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소재로 삼아서, 학생들의 다양한 견해를 이끌어내어 서로 주고받으며 실감나게 논쟁하고 정리하며 다음 논점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못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다. 특히 ( 시장주의의 문제점에서 내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 ‘태생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차이로 인한 빈부격차를, 논점으로 잡아서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고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30분의 24강좌’로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살아가는 시장주의의 핵심포인트를 콕콕 찍어서 그렇게 짜임새 있고 생동감 넘치도록 이끌어가는 그의 강의솜씨가 놀랍고 부러웠다. 강의하는 중에 농담을 하거나 본의 아니게 살짝 흐트러지는 모습 그리고 강의를 마무리하고 작별인사로 "쌩큐! 쌩큐! 쌩큐!"를 연발하면서 어색하게 쑥스러워는 모습에서, 그의 따뜻함과 순박함이 정겹게 다가왔다. 知와 德이 함께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주의 세상의 뿌리를 이해함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잘 정리하면서 이끌어가는 강의이기에, 혹시 딱딱하거나 지루해 보이더라도 꾹 참고 꼭 보길 바란다. 아쉬운 게 있다면, (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내용까지 담아내라는 건 무리이지만 ) 근대 사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와 베이컨의 시대적 상황에 따른 문제의식 그리고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공화파와 민주파’의 분화 현상을 실감나게 담아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터인데 . . . . “자유지상주의 · 차등의 원칙 · 서사적 자아 · 공동체주의 · · · ”처럼, 번역을 지나치게 직역해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힘들거나 오해할 낱말들이 여기저기에서 거슬렸다.

* 대중재미 : 토론에 익숙한 사람 A0 · 익숙하지 못한 사람 C+ ( 내 재미 A+ ), * 강의기술 A+, * 삶의 숙성 : 공화파 B+ · 민주파 A+· 사회파 B0 ( 내 견해 A0 ).


<마이클 센델 인터뷰 전문 보기(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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