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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강추/@[방가? 방가!] [조금만 더 가까이], 좋은 감독의 좋은 영화.
김영주 2010/12/10 19:08    

좋은 감독의 좋은 영화, 둘을 또 발견했다. 김종관의 [조금만 더 가까이]와 육상효의 [방가? 방가!]. 사람의 맘이라는 게 하도 다양하고 복잡하게 오고가는지라, 어떤 사람의 속내를 깊이 들여다본다는 게 참 어렵다. 내가 클래식과 詩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건, 어떤 작품을 만나면 그 작가의 속 깊은 맛이 다가와야 하는데, 클래식과 詩는 그것을 잡아내기가 어슴푸레해서 답답하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를 즐기는 이유 중에 하나는, 두 세 편만 보면 그 감독의 속내를 상당히 깊이 만날 수 있는 흡족함 때문이다. 김종관 감독과 육상효 감독의 영화를 처음 만났지만, 참 좋았다. 앞으로도 이렇듯이 잘 차려진 밥상에서 다시 좋은 만남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을 참 좋아하는 것은, 여리고 가냘프지만 그 섬세하면서도 아련한 맛을 여느 영화에선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허진호 작품의 그 맛이었다. 엇갈리는 다섯 가지 사랑이야기,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엇갈린 사랑을 깔끔한 포장지에 정성스레 담아서 옴니버스로 펼쳐 보여준다. 화면의 영상감각도 그러하지만, 그 대사와 표정의 미묘한 엇갈림이 평범하지만 비틀거리는 일상의 틈새 사이로 깊게 우러난다. 스산한 어느 가을날, 그 아픈 사랑이 비와 낙엽에 실려 가녀리게 떨고 있다.( 오창석에게 희미하게 번져가는 실루엣이 쓸쓸하게 애잔하다. ) * 대중재미 C+, * 영화기술 A0, * 삶의 숙성 : 공화파 ? · 민주파 A0 · 사회파 B0.

<예고편>

김인권,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어떤 친구와 투닥거리다가, 갑자기 볼펜으로 머리통을 여지없이 찍어버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교실 뒤쪽에서 수업시간엔 졸거나 낄낄대고 쉬는 시간엔 물 만난 고기처럼 팔팔 살아나 이죽거리며 휩쓸고 다니는 그 때 그 시절 그 친구처럼. 그 놈을 언제 어디서 다시 보나 싶었는데, [해운대]에서 또 그 이죽거리는 뺀질이 모습으로 난리법석을 피웠다. 그리고 마침내 [방가? 방가!]에서 주인공으로 다시 나타났다. 부탄의 새랑파에서 왔다는 가짜 외국인노동자, 방가. 요즘에 잘 나가는지, ‘짜가 올드보이’로 광고에도 등장한다. 좋은 일이다.

<예고편>

[거북이 달린다]처럼 조연들이 모두 빛난다. 담뱃불로 팔뚝을 지져서 맹세한 고향친구 김정태도 대단했고, [라디오 스타]에서부터 눈여겨 보아온 정석용도 좋았고, 어여쁜 베트남 아가씨로 분장한 신현진도 좋았으며, 이름 모를 외국인노동자들도 모두 좋았다. 특히 공장장 최반장 신정근이 돋보였다. 다른 영화에서도 얼핏얼핏 보아왔지만, [거북이 달린다]에서 팔뚝에 ‘어머니 죄송합니다‘ 글자문신을 새긴 시골 읍내 양아치가 유난히 다가왔다. 어릴 적부터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찌껍 더러운 놈‘의 딱 그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도 어쩌면 그리도 영락없이 딱 들어맞게 참 찌껍하고 더러운 최반장을 맡았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그 인상 땜에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모습으로 무심코 흘려 넘겨 버릴 것이다. 천연덕스럽도록 “찌껍찌질하다.” 관객들은 무심코 흘려 넘기더라도, 영화관계자는 이토록 좋은 조연을 그렇게 흘려 넘기면 안 된다.

이렇게 주인공과 조연이 모두 함께 빛나는 영화는 참 드물다. 스토리도 탄탄하거니와 대사와 욕설도 리얼하고 감칠 맛 난다. 너무나 범상하게 생긴 감독이 낮은 예산으로 이만큼 범상치 않게 잘 만들어낸 걸 보니, 그가 상당히 범상치 않은 내공을 갖추었음에 분명하다. 좋은 장면이 많지만, 특별히 강추하는 장면은 세 개, 용칠이가 ‘찬찬찬’의 가사 내용을 설명하며 가르치는 노래교실 장면, 방가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우리 욕설을 풀이하며 가르치는 욕설교실 장면, 외국인노동자 잔치마당에서 부탄사람을 만나면서 벌이는 한바탕 소동 장면. 리얼하고 기발하고 생동하고 배꼽 잡는다. 그런데 그 웃음이 참 씁쓸하다.

<노래교실 장면>

<욕설교실 장면>

이 영화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은 모두 착하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그들이 유행가 ‘찬찬찬’을 아카펠라로 부르는 모습이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울컥ㅠㅠ. ‘찬찬찬’이 그토록 우아하고 고운 노래인지 미처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착해 보였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가 모두 다 착한 건 아니다. 설사 착하다 해도, 항상 착한 게 아니다. 그런데 착하게만 그리고 있다. 그들의 나쁜 모습도 함께 그려 넣었더라면, 리얼러티가 더욱 살아났을 터인데 아쉽다. 그러나 하나의 영화 안에 그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감독이 강조하고픈 포인트나 메시지가 있다. 이 영화는 사회파의 관점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슬픈 모습을 블랙코메디로 그려내고 있다. * 대중재미 A0,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파 D0 · 민주파 B+ · 사회파 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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