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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아저씨] vs. [악마를 보았다]
김영주 2010/08/13 19:07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진저리치도록 잔혹한 핏빛이 낭자한 이런 영화도 매우 싫어하지만, 박찬욱 작품처럼 웰-메이드하는 감독이 만든 작품은 틈틈이 본다. 심장을 굳게 닫고, 때때로 눈을 가리면서.

이정범 감독. 몇 년 전 [열혈남아]에 상당한 감흥이 있었다. 깡패영화이긴 하지만, 그 아련한 슬픔이 참 좋았고, 설경구의 연기력을 뽑아내는 능력이 돋보였다. 이 영화를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가 다음 작품으로 크게 일어서길 바랐다. 그런데 그게 핏빛 넘치는 영화란다. 볼까 말까 주저했다. 앞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려면, 일단 상업적 성공이 필요할 게다. 핏빛을 견디며 보기로 했다.

<예고편 보기>

내용의 기본 설정이 상투적이고 여기저기 억지스런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상당히 리얼하고 탄탄하게 잘 엮어서 이끌어간다. 조연들도 상당히 잘 살려냈다. 히스테릭하게 앙칼진 깡패녀석이 눈에 띈다. 대사가, 앞 작품에선 감칠 맛이 있었지만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가 거슬렸는데, 이번에도 제법 정성을 들였으나 조금 서운한 점이 있다.

이 영화의 꽃은 원빈이다. [태극기를 휘날리며]에선 그저 맨숭맨숭했고, [마더]에선 바보스러움에 꽃미남의 흔적을 지우지 못해서 별로였다. 이 영화에선, 초반에 긴 머리칼에 가려 눈빛만 번득이며 표정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지만, 머리칼이 짧아지고선 처연하고 다부진 카리스마로 눈빛과 표정이 화악 살아났다. 그가 이렇게 좋은 연기력을 가진 줄 미처 몰랐다. 무엇보다도 액션이 날렵하고 예리했다. 민첩한 순간 동작으로 날카롭게 각을 잡아 정곡을 짧게 후려치는 장면이 참 대단했다.( [셜록 홈즈]의 액션에 버금갈 정도였다. ) 우리 영화에서 이만한 액션동작이 있었나? [달콤한 인생], 이병헌이 룸싸롱에서 몇 초? [무방비 도시], 김명민이 시장골목에서 1분? 아무튼 이렇게 ‘각진 액션’을 영화 전체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액션은, 감독과 원빈에게 기립박수!!!


김지운 감독. [조용한 가족]과 [장화 홍련]은 보지 않았다. [반칙왕]은 죽도 밥도 아니었고, [달콤한 인생]은 몇 장면 말고는 자기 과시가 넘쳤고, [놈놈놈]은 그 과시욕을 심심풀이 껌이나 땅콩으로 팔아넘겼다. 이번엔 그가 핏빛 자욱한 잔혹극을 만들었단다. 쎈세이션이 대단하다. 많이 주저했지만, 그 쎈세이션의 정체를 폭로하고 싶어졌다. [추격자]를 뛰어넘고 싶은 그의 질투가 느껴졌지만, 그의 능력 자체가 딸렸다. 핏빛이 가득 찬 잔혹함도 싫지만, 그 잔혹함 뒤에 자기 과시까지 잔뜩 짓이겨 처발라대니 더욱 싫었다.

내용의 기본 설정이 너무나 상투적이고 여기저기서 많은 억지를 부리지만, 그 빈 구멍을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력과 처참하게 잔혹한 장면으로 가득 채우며 관객들을 핏빛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자기도 속이고 관객도 속이면서. 대사와 욕설이 상당히 리얼하지만, 숙성 깊은 맛은 별로 없다. 음악과 무대도 노골적이고 과장스럽다. 조연들은 허접 쓰레기처럼 내던지는 소모품이다. 감독이 두 주인공에게 줄곧 치열한 모습만을 요구해서인지, 그 열정과 냉정이 어깨에 잔뜩 힘만 들어가서 그들의 연기가 고생스러워 보이긴 해도 감동스럽진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없다. 더구나 이런 영화를 이렇게 만든 이유가 너무나 상업적으로 보여서 더욱 악마스럽다. 그래서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보다 더 나쁘다. 이 영화의 모든 걸,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예고편 보기>

[추격자]를 보면서, 사시나무 떨듯이 진저리쳤다. 이 두 영화가 [추격자]에게서 받은 영향이 큰 것 같다. 일반 사람들에겐 둘 다 보지 말라고 말리고 싶지만, [악마를 보았다]는 더욱 말리고 싶다. 제발, 이런 영화는 그만 만들어져야 한다. 나홍진 감독이나 이정범 감독은 내공과 외공을 함께 갖추었으니, 그 좋은 능력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길 바란다. 김지운 감독은 괜한 과시욕을 버리고 다른 대중재미를 찾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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