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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인셉션], [다크 나이트]에 기생하다.
김영주 2010/07/26 15:46    

※ 제 영화이야기는, 영화평론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저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접목시켜 펼쳐 보이는 글로서, 수없이 다양한 견해들 중에서 하나일 따름입니다.


[배트맨, 다크 나이트]이전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다크 나이트]로 감동을 먹고선,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셉션], 앞 영화[다크 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이라는 글귀를 선명하게 앞세우면서 선전이 요란하다. 그 요란한 모양새가 좀 꺼림칙했지만, 그런 사소한 걸로 [다크 나이트]의 감동을 저버릴 순 없다.

<예고편 보기>

‘꿈과 무의식’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Inception하며,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 요란한 액션 · 치밀한 두뇌싸움을 2시간 30분 동안 펼쳐 보인다. 파리의 어느 거리를 느린 화면으로 폭발시키며 부수는 장면 · 도시의 거리나 건물이 접혀지는 장면 · 상상력으로 그려낸 꿈속의 도시 · 도심을 내달리는 기관차나 자동차 추격 장면 · 호텔 복도를 무중력 상태로 떠돌아다니거나 치고받는 액션 · 꿈속에 다시 꿈속을 이중삼중으로 오고가며 벌이는 복잡한 심리와 그 현란한 대사들.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이 뻥치는 효과음처럼 귓가를 지나치게 엄습하지만, 그 장엄한 비장감이 서리는 음색이 참 좋다. [다크 나이트]에서 ‘은빛 동전’이라는 그 작은 소품 하나가 사건과 사건 사이에 중요한 포인트로 연결고리를 맺어가는 게 기발했듯이, 이 영화에선 작은 팽이가 사건의 중심에 돌면서 어지러운 꿈과 현실의 기준을 잡아주며 끌고 가는 게 참 기발했다. 이런 것들이 영화를 제법 재미있게 만든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은 [2012]이나 [투모로]와 많이 비슷하면서도 스케일이나 긴박감이 약해 보였고, 액션은 [본 씨리즈]나 [미션 임파셔블]과 거의 비슷하면서도 여기저기 빵구나고 어설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타이타닉]에서 예리한 반항아의 앳된 마스크가 참 신선했는데, 나이 들어 골격이 굵어지면서 뒤틀린 옹고집이 옹이처럼 박혀드는 이미지로 별로 탐탁치 않다. 마리앙 꼬띠아르, 에디뜨 삐아쁘의 일생 [라비앙 로즈]에서 열연한 그녀가 뮤지컬[나인]에서 루이사와 동일한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여자는 머리모양만 바꾸어도 전혀 달라진다더니, 과연 그렇다. 그녀의 미모와 연기력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였다. 그녀의 사랑이야기도 간절하지 못하다. [다크 나이트]에서 서운한 게 여자주인공이었는데, 이 좋은 여배우를 이런 정도 밖에 그려내지 못한 게 안타깝다. 소녀 엘렌 페이지도 그저 고만고만하다. ‘여자와 사랑’에 별로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고든 레빗, [500일의 썸머]에서 섬세하게 연약한 청년이 냉혈한 킬러로 등장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킬리언 머피, 뒷 모습 씰루엣에 여자인 줄 알았다. 정신병적인 차가움이 서린 눈빛이 섬뜩하다. 냉혈한 악당으로, 고든 레빗과 킬리언 머피, 어느 쪽이 더 나을까? 또 다른 ‘히스 레저’를 기대해 본다.


莊子의 나비꿈 “나비가 나일까? 내가 나비일까?” · [공각기동대] 인조인간의 교란 “로봇이 인간일까? 인간이 로봇일까?” · [메트릭스]의 가상현실 “그가 네오일까? 네오가 그일까?” ‘꿈과 무의식’의 문제는 프로이드에서 비롯된다. 20세기 1차대전과 2차대전에서, 서양 기계문명은 그 어두운 그늘이 가져온 엄청난 재앙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그의 뿌리에 박힌 ‘숨겨진 자아’를 파고들어 간다. 그걸, 이 영화는 자아반성이나 기득권의 해체라는 진보적 관점으로 들어가는 가는 게 아니라, 개인의 초능력으로 가족을 지켜내는 보수적 관점으로 이끌어간다. 7명의 인물들에게 교차시키며 ‘꿈과 무의식’을 二重三重으로 겹쳐서 복잡하게 오고가지만, 그 무슨 철학적 사색이나 사회적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개인의 초능력을 분단장하는 요란한 악세사리 같은 잡스런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의 대사처럼 간결하면서도 오묘하고 깊은 맛은 전혀 없다. 동일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여서, 그의 작품에서 각본을 누가 썼나 찾아보았다. 그가 각본에 손을 대면 작품에 허세가 끼어든다. 이 영화에선 그가 혼자 각본을 썼다. 그래서 이토록 허세가 넘친 게 아닐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나 요란한 액션을 눈요기 하는 대중재미가 A0쯤 되지만, ‘꿈과 무의식’을 오고가며 복잡하게 얽힌 어지럼증으로 대중재미가 B0로 내려앉고, [다크 나이트]의 대사처럼 간결하면서도 오묘하고 깊은 맛이 없어서 삶의 숙성도 많이 떨어진다.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파 입장에선 C0 · 민주파 입장에선 D0 · 사회파 입장에선 F. 그 총점으론 [나잇&데이]보다도 낮아서, [다크 나이트]에 기생한 걸로 보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다크 나이트]의 감동을 잊지 못하니, 다음의 ‘배트맨 프로젝트’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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