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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전우치] 최동훈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다린다.
김영주 2010/01/08 09:08    

[타이타닉]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 · [타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 · [시카고] 롭 마셜의 뮤지컬[나인], 이 셋 중에서 하나를 쓰려고 내 영화이야기가 좀 늦어졌다. [아바타]로는 미국 인디언을 이야기하고 싶고, [전우치]로는 최동훈 감독의 빼어난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고, [나인]으로는 롭 마샬 감독의 화려한 영상미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하나 밖에 이야기할 여유가 없기에, [전우치]를 선택했다. [아바타]는 기대한 바에 못 미치지만 대단하다, 대중재미 A0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B+. [나인]은 [시카고]보다 대중재미가 없고 작품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의 영상미감은 아직 쟁쟁하다, 대중재미 C+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B+.

[범죄의 재구성]에서, 최동훈 감독 그리고 배우 백윤식과 염정아에게 놀랬다. 난 염정아 같은 얼굴에 지루함을 느낀다. 더구나 그런 말라깽이에겐 히스테릭한 메마름이 다가오기에 더욱 싫어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녀가 치열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임을 알게 되었다. 외모에서 오는 상투적인 선입견을 불신하기에 지우려고 노력하는데, 그녀에겐 그 선입견에 까맣게 매달려 있었다. 반성했다. 그 뒤로 염정아를 눈여겨보니, 그녀는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여배우였다. 이번 [전우치]에서도 허영끼에다 푼수끼까지 섞인 역할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녀에게 박수를!!! 백윤식, TV드라마에서 조금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지구를 지켜라]에서 강렬한 파워를 발산하는 연기력에 깜짝 놀랬다가, 이 영화에서 대단한 저력을 가진 배우임을 절감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그대로 반복되어 지루해지고 있다. 획기적인 변신이 필요하겠다. )

[마더]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단해서 인공적인 조작이 느껴져 부담스러웠듯이, [범죄의 재구성]도 그 재구성이 너무나 단단해서 그러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캐릭터가 호소력 있었고, 구성지고 생동감 있는 말맛이 기막혔고, 화면의 구성과 전개가 탄탄하고 박진감 있었다. 곽경택의 [친구]에서 싸늘한 서릿발이 치는 암흑가의 비장함 그리고 박찬욱의 [올드 보이]에서 밤하늘에 처연하게 울어대는 늑대의 신음소리와는 달리, 박진감 있게 밀어붙이는 강단진 남성미를 치밀하게 재구성해는 솜씨가 수컷의 질긴 근육을 씹는 것 같았다. [타짜]도 같은 맛이지만, 그 솜씨가 더욱 맵고 시렸다. 게다가 김혜수의 능란한 요부가 요사스레 농염했고, 유해진의 깐죽대는 촐랑이가 오두방정을 떨었다. 처음 만난 김윤석의 쌀벌한 아귀도 긴장을 바짝 당겼다. 최동훈 감독의 솜씨에 저절로 탄성이 일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옛 전래민담 [전우치]를 21세기의 서울로 데려와, 도술과 무술을 펼쳐 보여준단다. 그가 손을 대면, 모든 게 잘 만들어질 것이다. 기대가 절로 땡겨왔다. 백윤식과 염정아가 살짝 뒤로 빠지고, 강동원과 임수정이 전면에 나섰고, 김윤석과 유해진 그리고 세 도사가 단단하게 뒷받침해 주었다. 강동원의 눈맵시 자체에 서린 서글픈 우울함을 지우지 못하여 다부진 맛이 없다는 점 그리고 [거북이가 달린다]에서 다방 레지 선우선이 악귀로 액션을 보여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는 점 말고는, 앞의 두 영화에서 보아왔던 그 모습 그대로 그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잘 소화해 냈다. 그러나 [타짜]만큼 탄성이 절로 나오지는 않았고, [범죄의 재구성]만큼 강단진 박진감이 있지도 않았다. 그냥 재밌고 무난했다. 이것저것 서운하면서도 장래의 가능성을 기대해 봄직하다. 대중재미 B+.


무엇보다도 ‘생동감 있는 말맛’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게 많이 서운하다. 컴퓨터 그래픽에 많이 정성을 들였고 고생한 줄은 알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많이 서툴고 어설프다. 전우치가 구름타고 내리는 모습이 얼렁뚱땅했고, 천관도사가 거처하는 산봉우리의 전경이 너무 조악했다. 악귀도 十二支神에서 겨우 두 마리뿐이고, 모습이 선명하지도 않고 동작도 너무 빠르다. 돈이 유명배우 몸값에 많이 들어가서 CG에 들어가야 할 돈이 너무 딸렸나? 앞의 두 작품에서 감독의 치밀함을 미루어 보건대, 감독의 욕심에 비해서 제작비용이 너무 빠듯했던 듯하다. 여기저기 틈새로 제작비용을 아껴 보려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영화기술 B0.( 빠듯한 비용과 우리 CG기술수준을 감안한다면 A0. )

그러나 능력 있는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와는 색다른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빠듯한 돈으로 이만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한다. 그 동안 중국 무술이나 일본 사무라이 냄새가 펄펄 나는 짝퉁 무술과 조금은 달리, 전래민담 ‘전우치’를 서울 한 복판에 끌어들여, 우리 전통적 냄새가 담긴 ‘천방지축 악동’으로 이만한 스토리와 액션을 일구어냈다는 게 반갑다. 그의 작품답지 않게 여기저기 서운한 점이 없진 않지만, 난 그의 능력을 믿기에 그가 새로운 영역을 넓혀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펼쳐나갈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해 본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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