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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2012]년에 지구를 덮치는 엄청난 대재앙, 인류의 종말?
김영주 2009/11/19 17:51    

이번엔 ‘종말론’이다. <구약성서>의 시편130에서,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그 모든 죄악에서 구원하시도다"고 하였고, <신약성서>의 에페 1장 7절에,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 풍성한 은혜를 받아서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다"고 하였으니, 인류의 종말이 오는 심판의 날에 하느님은 자기를 믿는 사람만을 선택하여 구원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대재앙은 종교와 아무 상관없다. 1인당 ‘10억 유로’를 낼 수 있는 부자만이 비밀스레 ‘21세기 노아의 방주’에 승선할 수 있는 녹색카드를 받는다. 돈 없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다 그 대재앙에 속수무책으로 하염없이 죽어간다. 이렇게 ‘돈이 구원의 손길’인 상황에서 그나마 ‘보편적인 인간사랑’을 설파하며 앞장서는 영웅은 ‘흑인’이다. 50년 전에 흑인은 짐승처럼 멸시 당하며 천대 받았으나, 지난 해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적이 나타났다. 이 영화에서는 온 천지가 뒤집어엎어지는 천지개벽 뒤에 새로운 세상을 새로이 예비하는 ‘흑인 구세주’를 말하는 듯하다. 중국도 가난한 후진국이나 적대국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앞장서서 당당하게 이끌어갈 중심국가로 그려낸다. 지난 50년 사이에, 천지가 개벽했다할만한 격세지감이다.

이 영화 땜에, 사람들이 다시 종말론으로 호들갑을 떠는 모양이다. [수퍼맨]을 보고 나서, 빨간 보자기 목에 매고 하늘을 날겠다고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어린애의 치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이른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라는 게, 어찌하다가 이처럼 유치해졌을까?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여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해도, ‘생각하는 힘’을 제대로 기르지 못하면 오히려 짐승보다도 더 어리석어지고 더욱 위험해진다. 지리산에 가고 싶다는 것과 지리산에 실제 오르는 것이 다르듯이, 종말이 온다고 믿는 것과 종말이 실제로 오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지리산에 실제로 오르더라도, 지리산을 올라가는 이유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듯이, 백 걸음 양보해서 설사 종말이 3년 뒤에 온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해하고 대처하고 맞이하는 상황과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어떤 종교처럼, 그걸 그토록 유치하게 협박하며 회개하라고 혹세무민하지 말라! 회개하라고 훈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회개해야 되는 거 아닌가? "너나, 잘 하세요!"

그들의 종말론은 그들의 창조론과 동전의 앞과 뒤처럼 밀접하다. 그런 창조론이 있기에, 그런 종말론이 있는 것이다. 난 그런 창조론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에, 그런 종말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창조론과 종말론만 그러한 게 아니라, <성서> 자체의 내용이 도무지 나에게 다가오질 못한다. 인간 자체가 태생적으로 '지나친 자기집착'을 스스로 콘트롤할 수 없는 '정신병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죄와 벌'로 엄포를 놓고 겁을 주어서 그 '지나친 탐욕'을 억누를 필요가 있겠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종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성서>에서 아무런 감동도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며, 때론 인간의 '지나친 자기집착'을 오히려 집단화시켜 더욱 부추기는 것 같아서 진저리치는 소름마저 돋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스러운 책'이라며 찬양하는 책을, 난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 그 내용이 현실적인 리얼러티가 워낙 약해서 비유와 상징으로 겨우 이해해보긴 하지만, 그래도 끝내 가까이 다가오질 않으니 내 체질을 탓할 수밖에 ... .

*****


그런 종말이든 저런 종말이든, 어느 한 도시가 박살나는 게 아니라 지구 전체가 온통 갈라지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폭발하고 덮치며 휩쓴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마저 쓰나미 해일로 물에 잠겨버리니, 더 말해 무얼하겠나! 그 압도적인 재앙이 엄청나고 엄청나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백악관 폭파장면과 외계인의 UFO장면 그리고 [투모로우]에서 로스앤젤로스를 완전 작살내버린 토네이도 폭풍 장면과 자유여신상을 덮치고 뉴욕을 뒤덮어버리는 해일장면을 다시 혼합하여 그 10배 100배로 확대한 대재앙을 보여준다. 도시를 탈출하는 장면 · 엘로스톤 공원의 화산폭발을 탈출하는 장면 · 쓰나미로 온 세상을 휩쓸어버리는 장면 · 그 쓰나미가 마침내 에베레스트산을 넘쳐들며 ‘21세기 노아의 방주’를 덮치는 장면, 참으로 엄청나고 대단하다.

<예고편>

종말론을 믿든지 말든지,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거대한 재앙의 장면은 그야말로 ‘엄청난 구경거리’이다. 두 번 보았다. 어디까지가 컴퓨터그래픽이고 어떤 게 화면조작인지를, 가려낼 심산으로 눈에 힘을 잔뜩 실어서 화면을 내쏘아 보았지만, 무너지는 빌딩 내부와 ‘21세기 노아의 방주’의 몸체 말고는 그걸 가름해 낼 수 없을 정도로 실감나게 잘 만들었다. [쥬라기 공원]과 [트랜스 포머]처럼 컴퓨터그래픽의 신기원을 이루어낸 것 같다. 스토리는 뻔하다. 미국의 보수적인 영화 대부분에 담겨있는 핵가족주의와 영웅주의이다. 그러나 [트랜스 포머]처럼 유치하진 않다. 짜임새 있고 긴박감 있다. 울컥 눈물까지 쏟아지려 한다. 그렇다고 [배트맨, 다크 나이트]처럼 절묘한 맛이나 [터미네이터]처럼 강렬한 맛이 있는 건 아니다. 그 엄청난 장면과 강렬한 음향을, 반드시 영화관에 가서 만나시라! 대중재미 A+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C+.

독자 의견 목록
1 . 65점정도 오거리 2009-11-23 / 13:49
2 . 스토리가 뻔하다. 김영주 2009-11-23 / 14:38
3 . 스토리는 빵점. 볼거리는 상당. 율전 2009-12-02 /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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