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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오감도]에 스멀스멀 풍겨나는 음습한 내음
김영주 2009/07/18 10:28    



[오감도]를 보려고 하는데, 주변 평판이 너무 나쁘다. <예고편>에 설익은 똥폼 냄새가 물씬 났지만, 허진호 감독과 민규동 감독의 이름을 믿고 보기로 했다.

* 변혁 감독의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는 말로 시작하는 쿨하고 짜릿한 유혹. 소다수처럼 톡 쏘는 이런 맛, 현실에서 만나기 참 힘들지만 없지도 않을 성 싶다. 그 심리적 터치가 섬세하다. [주홍글씨]에서 상당히 실망했는데, 이 영화에선 산뜻하게 다가섰다. 처음 보는 여배우 차현정은 맵시와 분위기가 우아하면서도 다부져 보여서 남다르게 매력적이었지만, 장혁이라는 남자는 텁텁하고 솔직해 보이는 게 좋긴 한데 구질구질한 머릿결과 찌질한 수염이 싫다.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B0.


* 허진호 감독의 <나, 여기 있어요!> : 일반 관객들이 제대로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미감은 잔잔하고 깊다. [봄날은 간다]에서 그 깊고 잔잔한 감각에 반해서, <8월의 크리스마스] [외출] [행복]을 빼지 않고 찾아보았다. 그의 이 깊고 잔잔한 미감을 담아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을까? 잔잔하다기보다는 밋밋했고 깊다기보다는 폼 잡다가 끝나버렸다. 훌륭한 감독인데, 안타깝다. 대중재미 D0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C+.


* 유영식 감독의 <33번째 남자> : 배종옥이라는 좋은 배우의 존재감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게 설익었다. 김민선도 설익었지만, 감독은 더욱 설익었다. 마무리는 반전反轉이 아니라 망전妄轉이었다. 대중재미 C0 · 영화기술 C0 · 삶의 숙성 C0.


* 민규동 감독의 <시작과 끝>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만들어낸 솜씨에 반했었는데,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가녀리게 간질거리는 감각적 상상력에 헷갈렸다. 이 작품에선 히스테리컬하게 괴이한 정신병적 산란함이 느껴졌다. 참 이상한 감독이다. 정체가 무얼까? [키친]을 아직 보지 못했다. 대중재미 D+ · 영화기술 B0 · 삶의 숙성 ?.


* 오기환 감독의 <순간을 믿어요!> : 풋풋한 고등학생의 사랑을 도발적으로 뒤틀었다. ‘풋풋한 사랑과 발칙한 도발’이라는 상극相剋으로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상생相生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역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대중재미 C0 · 영화기술 C0 · 삶의 숙성 D0.


<예고편> 첫 머리에, 2007년 [색/계]를 들먹이고, 꾸정한 에로영화 2008년 [미인도]와 [쌍화점]을 들먹이면서, ‘2009년 신감각 에로스’라고 뻥칠 때, 이 영화를 가위표 쳤어야 했는데 ... . 그 다음에 이어지는 배우들의 멘트도 낚시밥이었고, 김수로 멘트는 너무 너무 유치했는데 ... 아휴! 허진호 감독 작품이 유난히도 무성의해 보이고, 더구나 유일하게 각본에 끼어들어 있지 않은 걸로 미루어서, 혹시 허진호 감독은 ‘그 어떤 인간관계’로 어쩔 수 없이 끼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마저 들었다. 유명한 배우들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런 영화 있잖아요? 유명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마치 엑스트라 또는 조연 비슷하게 눈도장 찍는 수준에서 얼굴 내밀고 사라지는 영화.

<예고편 보기>


혹시 누군가가 한 탕 치고 빠질 심산으로 만든 영화가 아닐까? 너무 오바했나? 아무튼 속으론 속물스러우면서 겉으론 속물스럽지 않게 보이도록 선택한 전략이, 관객의 호기심을 쉽게 끌어당기는 에로물이면서도 겉포장은 우아해 보이도록 해서, 나름대론 잔머리깨나 굴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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