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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포머2]&[터미네이터4] 엄청난 비주얼 & 비장한 장대함
김영주 2009/06/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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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 포머 1] & [터미네이터 3]



둘 다,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이다. 둘 다, 미국 공화당 영화이다.

<트랜스포머2 - 예고편>
<터미네이터4 - 예고편>

*****

[트랜스 포머]는 어떻게 저런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입이 떡 벌어질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라 열 개가 넘는다. 엄청난 스케일 · 더욱 실감나게 그려낸 변신과정 · 복잡한 몸체와 동작의 섬세한 묘사. 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 시내를 온통 쑥밭 짓이기듯이 부셔버리고, 숲 속에서 너댓 개 거대로봇이 리얼한 액션동작으로 격렬하게 치고받고, 항공모함 하나를 통째로 양철통 작신 분질러 짓밟아서 불태워버리고, 이집트 룩소스 돌기둥 궁전을 짓뭉개서 박살을 내버리고, 그리고 마침내 여러 로봇이 서로 뭉쳐서 더 웅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피라밋까지 왕창 무너뜨려버리는 장면들에선 숨마저 몰아쉬기 힘들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 . 1편의 참신함이 보여준 엄청난 충격으로 ‘뽕 한 방’을 미리 맞았던 경험이 있어 망정이지, 하마터면 숨넘어갈 뻔 했다. [쥬라기 공원1]에 뒤이을 또 하나의 ‘영상혁명’이라할 만큼 엄청나고 엄청났다.

그에 비해 시나리오나 캐릭터의 분위기는 겨우 중고등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비주얼이 너무나 엄청나서 그 유치함이 더욱 더 두드러진다. 안타깝다. 시나리오가 여기 저기 구멍이 뚫려 있고 스토리를 끌고 가는 그 분위기 자체가 쫀쫀하고, 미국의 애국적 영웅주의가 노골적이면서 유치찬란하다. 내겐 60년대 일본 만화영화 [철인28호]와 [우주소년 아톰]이 이미지 메이킹 되어 있다. 큰 로봇은 장대한 웅장함, 작은 로봇은 아기자기한 정겨움. 그런데 거대로봇들이 쪼잔하게 어쩌구 저쩌구 구시렁대고 콩이야 팥이야 고시랑거리며, 심지어는 범블비가 애완견처럼 간질거리다 못해 눈물까지 펑펑 쏟아낸다는 게 닭살 돋도록 어색하다. 빨강·초록 쌍둥이로봇이 똘마니처럼 깐죽대는 것도 싫다. [스파이더맨2]의 옥토퍼스처럼 모양과 몸짓 또는 음향으로 얼마든지 스토리를 끌고 갈 수 있을 텐데 ... . 1편에선 실망함에 그쳤는데, 2편을 보고선 거대로봇의 장엄미는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남자 주인공이 똘똘하기는 하지만, ‘지구의 위기’를 구해줄 영웅적 카리스마에서 너무 멀다. 동네 조무래기들의 착한 골목대장쯤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 주인공은 막무가내로 섹시하기만 하다. 1편에선 좀 천박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많이 성숙해졌다. 그 천박한 느낌이 오히려 촉촉하게 요염한 야성적 섹시함으로 농염하게 무르익었다. 그런데 그 농염해진 섹시함이 그저 혼비백산해서 마냥 내달리며 소리만 질러댔다. 그녀의 한계가 아니라 영화의 한계이다. [바디 히트]나 [원초적 본능] 비슷한 다른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 . 조연들도 그 엄청난 비주얼 틈새에 끼어, 그저 그 틈새들을 메우는 땜빵질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 거대로봇의 비주얼 말고는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그렇게 알고 눈요기만 즐기시라. 눈요기 하나는 정말이지 끝내준다.

이토록 엄청난 비주얼을 보여주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나 작품분위기는 어찌 겨우 이 정도밖에 잡아내지 못할까? [진주만] [아마겟돈] [더 록] [나쁜 녀석들1·2] [아일랜드]같은 그의 작품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가 대중재미를 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큰 재주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정신연령은 스무 살 시절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재주에 도취해서 더 깊은 삶의 숙성에 관심도 없고 그걸 만날 기회도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것 같다. 미국 대중문화의 전형이다.


******


[터미네이터4]도 비주얼이 아주 좋다. 그러나 [트랜스 포머]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이다. [트랜스 포머]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그 정도 비주얼도 대단하다. 거대로봇의 압도적인 장대함도 대단했고 오토로봇의 속도감과 화력 그리고 강물 속의 뱀로봇도 섬뜩했다. 그들과 싸우는 액션도 탄탄하고 화끈했다. 더구나 시나리오가 단단하고, 작품 분위기도 장대하고 비장하여 검푸르게 무겁고 진지하다. 대사가 상당히 숙성되고 긴박감 있으며, 음향과 싸운드가 잘 어우러져서 더욱 실감났다.

이러한 탄탄한 짜임새와 비장미를, 출연배우들이 매우 적절하게 잘 이끌어간다. 두 남자 주인공 존 코너와 마커스가 팽팽하게 긴장하며 당당하게 맞상대하며 끌고 간다. [터미네이터]의 둘 도 없는 상징인 ‘아놀드 스왈쯔제너거’를 대신할 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을 텐데, 이 드높은 장애물을 무사히 넘어서서 새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터미네이터]의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었다. 고생 많았고 축하할 일이다. 마커스는 처음 보았지만 연기가 탄탄했다. 크리스찬 베일은 [아메리칸 싸이코]부터 [머시니스트]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배트맨, 다크 나이트]로 대중에게 제법 알려진 배우이다. [아메리칸 싸이코]와 [머시니스트]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그 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다가, 이번 [터미네이터4]에서 제대로 드러내어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조연에서 문 블러드굿이 단연 돋보인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한국인 2세 모델로, 남성잡지 <맥심>이 선정한 ‘가장 섹시한 100인’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이국적인 미모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자랑한단다. 한국인의 얼굴이면서도 이국적인 야릇함이 살짝 뒤섞여 있어서, 분장에 따라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당차고 다부진 연기이다. 강한 포스가 바짝 다가온다. ‘카일 리스’가 존 코너의 아버지로서 상당히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해 서운하다. 삐쩍 마르고 껑충해 보이는데다가 음색까지 가늘다. 3편에서는 울먹이는 얼굴표정이 깔린 배우가 존 코너 역할을 해서 김빠졌는데, 이번엔 ‘강렬한 카리스마 존 코너’의 아버지란 사람이 왜 이리 꾀죄죄한 거야?


******


[터미네이터]의 장대한 비장감과 [트랜스 포머]의 엄청난 비주얼이라는 장점으로만 잘 뭉쳤다면, [쥬라기 공원1]의 감동과 전율을 넘어설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이 장점과 저 장점만 골라서 함께 만들 수 있을까? 세상 이치라는 게, 이 장점에는 반드시 이 단점이 함께 있고, 저 단점에는 저 장점이 함께 있기 마련이다. 이 장점과 저 장점만 골라서 함께 이루어진다는 건,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쥬라기 공원1]이나 그에 거의 버금가는 [킹콩]처럼, 그런 완벽함을 향한 갈증이 차오른다. [트랜스 포머2]와 [터미네이터4]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나요? 중학생 딸아이는 [터미네이터4]를 택했다. 난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그 엄청난 비주얼의 [트랜스 포머2]를 택했다.


* 긴급 구원요청 : [트랜스 포머2]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거북이]가 이런 물량공세에 휩쓸려서 떠내려가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우리의 [거북이]가 미국의 토끼를 이길 수 있도록 많이 보아주세요. 애국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재미와 작품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트랜스 포머]와는 전혀 다른 맛입니다마는, 아주 맛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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