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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똥파리]에게 폭행당했다!
김영주 2009/04/21 17:03    

* [워낭소리]의 기적, 그리고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관객 300만명을 넘어서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독립영화’에 이 세상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낮술]과 [할매꽃]이 그랬고, 이제 밑바닥 인생의 거친 폭력을 그린 [똥파리]와 새만금 간척사업에 처절한 절규를 그린 [살기 위하여]가 그렇다.

독립영화가 초짜 감독이 적은 돈으로 습작 삼아 만든 경우가 많고, 거의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들추거나 도발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반 관객들이 재미를 붙이기 어렵다. 그러나 초짜의 적은 돈과 설익음에서 풋풋하게 유치한 소박함을, 그들이 들추는 어두운 그늘에서 생생한 현장감이나 서민의 찐한 애환을, 그들이 실험해 보는 도발적 아이디어나 표현방식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거나 놀라운 가능성을, 느끼고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독립영화계는, 잡초와 잡목이 무성한 원시림이요 수많은 쌩퉁이와 돌맹이가 뒹굴며 널려 있는 광야라고 할 수도 있고, 미래의 새로운 영화가 태어날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독립영화들을 튼튼하게 뒷받침해주는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무성한 원시림과 드넓은 광야에서 材木과 玉石을 가려낼 시스템과 전문가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 그나마 정부의 작은 지원으로 겨우 숨 쉬고 있던 독립영화를, 이명박 정부는 좌파영화라며 막무가내로 잘라버리니, 이를 어찌하나!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이 이명박과 함께 영화를 본 것도 그 숨막힘을 조금이라도 틔워볼까 해서 마지못해 응한 궁여지책이다. )

* [똥파리]의 감독에게 폭행당했다!

[살기 위하여]는 상영관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똥파리]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 라스팔마스 영화제 · 도빌 아시안영화제 등에서 각광을 받아선지 매스컴에 자자하다. 난 이 영화에 많이 기대한 만큼 많이 실망했다. 독립영화에는 이보다 못해 보이는 영화도 많기에,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리 실망하지도 않았을 게다. 일반 관객은 보면서 많이 힘들겠지만,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은 권위에 도전하며 함부로 비난하기 어려울 게다. 게다가 ‘좋은 사람 · 착한 사람’이라는 레떼루에 집착하도록 세뇌하는 사회분위기 속에 오랫동안 젖어온 우리에게, 서민의 밑바닥 삶을 따뜻한 눈길로 감싸주고 이해해야 하는 ‘착한 마음새’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밑바닥 삶을 그린 영화를 비난하기 어려운 세상분위기가 있어서 더욱 그렇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7939&videoId=21054

남자주인공이 똥파리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긴 하지만 눈매가 그리 독살스럽지 못하다. 사채업자 사장이 참 잘 어울리고 연기가 자연스럽다. 멀대같이 껀정한 환규라는 똘마니의 연기가 참 돋보인다. 그러나 중요인물인 남주인공의 누나와 조카 그리고 여주인공과 그 오빠가 열심히 연기하기는 하지만, 이런 험한 영화에 거슬릴 정도로 그 생김새와 이미지가 너무 곱고 얄상하다. 영화에 빠져드는 걸 방해할 정도로 리얼리티를 많이 갉아먹는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너무나 작위적이고 많이 어색하며, 둘이 점점 친해지는 과정도 그리 자연스럽지 못하다.

난 어린 시절을 빈민촌에서 찌들어 살아보았고, 지금은 버젓한 중산층으로 살고 있다. 빈민촌과 중산층의 살아가는 모습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빈민촌은 처절하고 거칠며, 중산층은 달콤하고 위선적이다. 주인공의 조카가 동네에서 노는 모습이나 누나 · 삼촌 · 조카 · 아버지 관계에 리얼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그 때 그 자리에 딱 맛나게 찰진 욕설을 제대로 찾으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너무 흔하고 뻔한 한 두 가지 욕설만 지루하도록 반복한다. 앞도 뒷도 없이 쌍시옷이 들어갔다고 해서 욕설인 게 아니다. 그런 정도는 앞 말과 뒤 말 사이에 괜히 끼어드는 군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감독이 빈민촌의 그 생활상을 몸으로 체득한 게 아니라, 그 언저리를 얼쩡대며 기웃거려본 경험 밖에 없는 것 같다.

남주인공의 어린 시절이나 여주인공의 생활여건을 그토록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실감나게 그려낼 수도 있는데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세우면서, 다른 나머지도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세운다. 특히 여주인공과 그 오빠의 갈등은 거북스러울 정도로 무턱대고 막무가내이다. 경찰을 마구 두들겨 패주고 싶은 감독의 맘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있을 수 있지만, 경찰을 그렇게 두들겨 패고 짓밟았으면 유치장에 며칠 갇히는 장면을 짧게라도 처리해 주어야 하지 않나?

사채업자 사장이 똘마니에게 그토록 모질고 악랄한 짓을 시켜서 벌어들인 피 묻은 돈으로 ‘말 되는 변명 한마디’ 없이 불고기 식당을 어벌쩍하게 오픈함서, 그리도 착하고 선한 얼굴로 즐겁고 화목하게 그려내도 되는 건지? 밑바닥 인생이면 무조건 서민이고, 서민이면 무조건 장땡인가? 어색함과 낭패감으로 좀처럼 영화 안으로 빨려들질 못했다.

가슴 뭉클하고 처절한 장면이 없진 않다. 한강변에 여주인공의 무릎에 누워서 흐느끼는 장면 ·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둘러업고서 병원으로 뛰어가며 발광하는 장면 · 마지막 즈음에 망치로 머리통을 얻어맞으며 피를 쏟으며 쓰러지고 죽어가는 장면은 처절하고 리얼했다. 그러나 이걸로 영화 전체를 흐르는 어색함과 낭패감을 지우기엔 너무 부족하다. 이 영화는, 감독이 개떡 같은 이 세상을 향한 처절한 절규라기보다는, 돈 들이고 시간 죽이며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착한(?) 관객들’에게 휘두르는 ‘감독의 폭행’이다. 해외영화제에서 상 받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서민의 어두운 그늘을 감싸주어야 한다는 착한 의무감 때문에, 감독이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영상 폭력을, 매스컴은 폭력의 미학이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며 찬양하고, 관객은 주눅들어 끽소리 못하고 감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난 그 동안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이런 영상 폭행을 많이 당했다. 이 영화는 김기덕 영화보다 더 거칠고 조잡하다. 실은 이런 폭행이 이 영화나 김기덕 영화에 그치는 게 아니다. 그 동안 ‘예술’이라는 이름아래, 현대미술 · 현대음악 · 현대문학 · 현대영화에 이런 폭력은 자심하였다. 우리는 국가와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횡포도 고발하고 저항해야 하겠지만, 학문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횡포도 고발하고 저항해야 한다.

감독이 이렇게 세상을 으르렁거리며 물어뜯는 걸, 폭행으로 느끼지 못한 사람은 대중재미 B0 · 폭행으로 느낀 사람은 대중재미 C0 · 예술적 능력으로 본 사람은 영화기술 A0 · 예술적 능력으로 보지 않은 사람은 영화기술 C0 · 밑바닥 인생의 날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치열함으로 본 사람은 삶의 숙성 A0 · 서민을 우상화하며 내공도 부족하고 정성도 부족하다고 본 사람은 삶의 숙성 C+이겠다. 난 모두 뒤쪽이다. 많이 실망했고, [똥파리]에게 폭행당했다.

독자 의견 목록
1 . 같은 영화, 그러나 전혀 다른 해석 펀 글 2009-04-21 / 23:27
2 . 예술과 그 권위에 덧댄 폭력이라 도토리 2009-04-25 /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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