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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Be kind rewind]의 미셸 공드리, 21세기 챨리 채플린?
김영주 2009/01/23 12:07    

Be kind rewind? 쉬운 뜻이지만, 문장형식이 아리송했다. 명령문인데 ... . kind에 부사 뜻이 있나? 아닌데? 그럼 혹시 rewind가 명사? 사전을 찾아보니, 명사 뜻이 있다. 난 까맣게 동사로만 바라보았다. 2형식에 명령문이다. 의역하면 “비디오테이프를 돌려줄 때에는, 되감기를 해서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달동네에 아직도 남아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얽힌 이야기이다. 이것도 이젠 지나간 추억의 풍물이 되었다. 달동네에 개발바람이 불어 술렁이는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이다.

달동네에 개발바람! 문득 어제 철거민 진압에 6명이 불타 죽은 서글픈 사건이 떠올랐다. “끝내 이 지경에 이르고야 마는구나!” 위대한 국민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정부이다. 엄청 압도적으로 밀어준 정부이다. 아~! 대한민국! 근데 왜 작년 ‘남대문 火災’가 자꾸 떠오르지?

* 비디오 테이프에 얽힌 소박하고 훈훈한 서민의 애환

부자와 서민 · 엘리트와 대중.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핵심 화두’이다. 엘리트가 항상 고상하고 세련된 게 아니라 거만하고 위선적이기도 하듯이, 서민이 항상 소박하고 정겨운 게 아니라 천박하고 찐득거리기도 하다. 이 영화는 서민의 그러한 모습을 소박하고 정겨운 쪽으로만 조명한다. ‘서민주의’ 쪽으로 편파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민의 그 소박하고 정겨운 점을 억지로 강변하지 않으며, 그 상징적 이미지를 기발하고 숙성 깊게 녹여내었다. 서민에 편들어 주어서 좋은 영화인 게 아니라, 그 소박함과 정겨움을 강변하지 않고 숙성 깊어서 좋은 영화이다.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A0.

서민주의에서 삶의 숙성을 음미해내는 재미를 알고 본다면, 재미도 A학점까지 높일 수 있다. 서민주의 쪽으로 편파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서민생활을 구석구석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모습을 잡아내었고, 그걸 기발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다양한 상징적 표현으로 살려내었다. 그 기발함과 다양함이 사뭇 놀랍다. 특히 유명한 옛 영화 [고스트 버스터] [로보캅] [킹콩]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러시아워]들을 Parody하거나 Kitch하는 게 매우 그렇다. [로보캅]흉내가 젤로 눈에 박혀왔다.

영화기술도 그렇다. 컴퓨터 그래픽나 갖가지 테크닉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감독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땀내 나는 맨몸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기술적 측면에 A학점을 준다는 게 잘못 아닐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영화에 동원되는 모든 도구와 소품이 순전히 생활쓰레기들을 요긴하게 오리고 찟고 썰어서 그리고 붙이고 박아서 만들었고, 그걸 순전히 출연배우가 직접 땀 흘리며 달리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헐떡거리며 이루어냈다. 그리고 그 허접스러움을 날 것 드러내어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서민적 상징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니 이 얼마나 기발하고 복합적이고 의미심장한가! 낄낄대고 웃어넘겼지만, 이리 굴리고 저리 뒤집으며 자근자근 씹어 볼수록 그 상징적 풍자의 맛이 깊이 스며들어 온다.


잭 블랙의 코믹함이 압권이다. 잭 블랙이 짐 케리보다 더 나은 코메디 배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독특한 생김새와 표정으로 요즈음 명성을 높이 날리고 있다. [스쿨 오브 락]이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보다 코믹한 연기를 더 잘한 것 같진 않지만, 그의 ‘코믹한 무대포’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만큼 적절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게 된 것은, 아이디어와 상징적 표현력의 보물창고이면서 뛰어난 풍자력까지 갖춘 감독을 만났기 때문일 게다.

<예고편 보기>

* 미셸 공드리, 21세기 챨리 채플린?

미셸 공드리 감독, 그에게 호기심이 잔뜩 일었다. 그의 작품 6개 중에서 [수면의 과학]과 [이터널 션샤인]을 찾아보았다. [수면의 과학] : 장자가 호접몽胡蝶夢으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헷갈렸다고 하였듯이, 주인공도 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이다. 인간의 어지러운 내면심리를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보다도 더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들어갔다. 이 영화보다, 상징적 이미지와 표현법은 훨씬 다양하지만, 기발함 · 의미심장 · 현실적 리얼러티 · 삶의 숙성은 덜 해 보였다. 대중재미 C0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B+. [이터널 선샤인] : 남녀의 사랑을 기억상실이 아닌 ‘기억제거’로 뒤틀고 꼬아서 인간의 내면심리를 헤집어본다. 짐 케리 · 케이트 윈슬렛 · 커스틴 던스트라는 유명한 배우가 나오고, 그의 독특한 기묘한 화면연출이 돋보이지만, 이야기를 매갑시 뒤틀고 꼬아서 머리속을 괜히 어수선하게 헝클어 버린다. 자기가 천재라는 듯이 허세부리는 것으로 보였다.( 니체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번역을 잘못했나? ) 대중재미 C+ · 영화기술 A0 · 삶의 숙성 C+

그래서 [이터널 선샤인]은 화면연출 말고는 별로였고, [수면의 과학]은 매우 독특하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는 투정이 일어났으며, [Be kind rewind]는 그의 특이한 장점들이 모두 제대로 살아났다. 그 Parody와 Kitch에 담긴 사회비판의 신랄함과 씁쓸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더욱 재미있고 음미심장한 ‘블랙 코메디’이다. 조금 오바해서 말하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버금간다고 할 수도 있겠다.

* 유명한 사람이 항상 잘 하는 게 아니다.

유명한 감독이 항상 잘 만드는 게 아니다. 잘 만드는 때도 있고 잘못 만드는 때도 있다. 처음엔 잘 만들다가 나중에 잘못 만드는 경우도 있고, 처음엔 어수룩하다가 나중에 잘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 어느 수준을 엇비슷하게 유지해 가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좋은 감독이었는데 크게 실망시키는 감독도 있다. 괜히 뻥치며 허세부리는 감독도 있고, 대중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작업하는 감독도 있다. 내 관점이 정답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유명하든 무명하든, 사람은 얼굴 다르듯이 체질과 발자취가 낱낱이 다르고, 그걸 이해하는 관점과 끌고 가는 스타일도 낱낱이 다르므로, 유명한 사람에게 너무 주눅 들면 그 다양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 SWEDED VIDEO?
: 스웨덴식으로 만든 비디오. 영화에서 비디오 테이프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겨서 엉겁결에 둘러대며 만든 말. 일상생활의 잡동사니와 간단한 기술로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 완성된 작품을 조촐한 파티와 함께 상영하는 것. “엔터테인먼트는 스스로 만들고 즐길 때 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오던 그는, [Be kind rewind]를 통해서 많은 관객들이 직접 카메라를 쥐고 영화를 만들어 보라고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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