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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고고70] 2% 부족한 고고댄스의 그 추억들!
김영주 2008/10/11 16:45    

밤이 금지된 시절, 고고댄스는 70의 내 젊음을 지배했다.

* 고고댄스로 폭발한 ‘이유 있는 반항’


60이 저물던 초등시절, 지숙이 누나에게 영선이 형님의 연애편지를 심부름함서 그 ‘젊음의 싸가지들’이 벌이는 야릇한 틈새를 훔쳐보며 허리를 림보로 꺽어도 보고 트위스트로 비틀어도 보았지만, 그건 불타는 젊은이의 주체하지 못하는 폭발이 아니라 골목길 꼬맹이의 천방지축 개구쟁이 장난이었다.

코밑에 거웃이 거뭇거뭇 짙어지고 이마에 여드름이 알알이 자리잡아 70이 동터오는 시절. 저 멀리 금당산 자락 옥천사로 소풍갔다. 소풍날은 까진스키들이 주름잡는 날이다. 즈그들끼리 몰래 즐기던 비장의 무기, 말로만 듣던 ‘야외전축’을 첨 봤다. 007가방 같은 걸 007스럽게 펼쳐 보이며 레코드판을 올렸다. “(아!) 저 푸른 초원 위에~󰁕, (아!)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 · ” 남진의 <님과 함께>로 개다리춤을 개운하게 한 판 갈아주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이, 씨발!” 나도 저렇게 좆나게 까지고 싶어졌다. 그 까진스키는 다시 탐 존스의 로 ‘싸가지 몸부림’을 쳤다. 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불끈 일어섰다. 그 싸가지 몸부림을 보릿대처럼 마구 흔들어댔다. 금지된 울타리를 넘어 삐딱해지고 우쭐해졌다. 그렇게 ‘고고’를 처음 만났다.


지금 돌이켜 보니, 그 보릿대춤 사건은 바로 내 사춘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얌전한 순둥이 영주’가 싫었다. 생전 안 하던 짓들이 시작되었다. 70이 저물어 가던 대학시절에는 그게 지나치게 오바해서 내 본 모습과는 정반대 쪽으로 ‘날라리 영주’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그러나 "百Go가 不如一Bu라고, 백 번 고고춤이 한 번 블루스만 못했다" 겉만 날라리이고 아무 실속이 없었다. 학점도 개판되어 ‘학사경고’ 받았다. 내 생활 모든 게 수렁에 빠져들어 갔다. 그 어두운 수렁이 싫어서, ‘이유 없는 반항’을 접고 우선 군대로 도망쳤다.( 그 때 생각엔 ‘이유 없는 반항’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나답지 않은 짓이어서 후회스런 일도 많았지만, 맹물 같은 ‘붕어빵 범생이’의 허울을 벗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포크송과 고고댄스가 나의 그 날라리 시절을 지배했다.( 특히 송창식 김정호 어니언스 노래에 순결하게 빠져들었다. 친구들은 지금도 그 내 노래를 무지 좋아한다. )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끓어오르는 용암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지끈 폭발해 버린 활화산처럼 무턱대고 뚜껑 열린 ‘피 끓는 학생’이었다. 막무가내로 열린 뚜껑인지라, 속마음은 순박하고 순정하게 착했다.

박정희의 독재정치가 오버랩되어 우릴 짓눌렀지만, 난 그게 뭐가 뭔지 헷갈리고 어리벙벙했다. 약간 삐딱한 말을 한 적은 있어도, 대학생 티내느라 괜히 헛물켜는 허세였을 따름이었다. 계림동 골방의 병봉이 자취방에서, 윤기가 “우리도 공부 좀 하자!”고 했다. “그래, 나도 해도 너무했다. 아무개는 작년부터 고시공부에 돌입했다는데 ··· .” 근데 윤기가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쑤욱 내밀었다. 그런 걸 읽는 게 공부라는 건 처음 알았다. 난 운동권 체질이 못되었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으면, 몽둥이질 한 대에 한 명씩 한 껀씩 다 불어댈 놈이다. 나 같은 놈은, 운동권 안 하는 게 운동권 돕는 거다.” 다행히도 ‘날라리 영주’는 빼 주었다. 좀 쪽 팔리기는 했지만 ··· . ^.^;;;

* 75년 대마초 사건 & 69's Woodstock Festival


1975년, 신중현 김추자 송창식 이장희를 비롯해서 그 시절에 쟁쟁했던 가수들이 ‘대마초 사건’으로 활동정지를 당했다. 독재로 비난받던 박정희 정권이 국민에게 환심도 사고 은근히 협박도 할 뜻으로 사회풍조가 퇴폐로 흐트러졌다며 연예인들의 군기를 확 잡았다.( 대통령 아들 박지만이 대마초를 피고 놀다가 들켜서 그 불똥이 튀어서 생긴 사건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 [고고70]의 주인공들 ‘데블스’의 멤버들도 잡혀가 몽둥이 한 대에 대마초 가수 한 명씩 불어댔다. 조승우는 ‘지미 헨드릭스’까지 불었다. 해방 후에 밀려든 미국 대중음악이 그즈음 한국적인 향기로 막 꽃피어나려던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저질 퇴폐 딴따라’라며 질끈 목 졸라 분질러 버렸다. 허세와 허영이 가득 찬 세상이 저지른 참으로 무지하고 애석한 일이다.

“락Rock은 자유의 외침이다!” 락은 미국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개다리춤이나 샤우트 창법으로 ‘젊음의 끓는 피’를 달구었다. 어른들에게 ‘개망나니들의 타락’으로 비난받았지만, 60년대가 저물어가면서 ‘사랑과 평화’의 'Flower Movement'를 외치며 베트남전쟁 반대운동 · 흑인 민권운동 · 여성해방운동 그리고 프랑스 68혁명의 ‘반체제 운동’에 연결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해 간다. 그게 1969년의 'Woodstock Festival'에서 지미 핸드릭스와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와 연주로 꽃피어난다. 미국 공화당에게는 ‘개망나니의 타락’이 국가의 뿌리를 뒤흔드는 ‘악마의 자식들’이 되었다.( [색/계]의 이안 감독이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장편 극영화로 재구성한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을, 2009년 6월에 40주년 행사에 앞서 미국 전역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드스탁 이야기는 그 때 더 자세하게 하기로 하자. )


이게 사상과 종교와 예술에까지 흘러들어 ‘근대와 탈근대 또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립을 가져오는데, 영화로 말하면 [포레스트 검프]와 [펠리칸 브리프] · [배트맨]과 [공각기동대]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다빈치 코드] · [원초적 본능]과 [베터 댄 섹스] · [오페라 유령]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그러하다.( 이 상호관계를 짜임새 있고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길게 말하자면, 책 10권도 나올 수 있다. 내 영화이야기에서 [배트맨, 다크 나이트]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눈꼽만큼 이야기한 적이 있다. )

* 2% 부족하지만, 500만명은 보아야 할 [고고70]


<예고편 보기> : 3번째 ‘고고70 감상법’을 꼭 보세요.

데블스는 정치하고 아무 상관없다. 글자 그대로 그냥 ‘딴따라’다. 미군부대 언저리에서 얼쩡거리며 놀다보니, 먹고 살려고 미군들의 ‘기쁨조’가 되어 연주하고 노래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쏘울에 빠져들고 락&롤로 흔들어대고 대마초도 빨았다. 궁색한 농촌을 바꾸어 보겠다는 “잘 살아보세!”라는 근대화의 물결은, 사람들을 공장으로 도시로 몰아넣었다. 그 잿빛 도시그늘에 반짝이는 네온불빛은 떠도는 욕망에 기름을 끼얹었고, 락과 포크 음악은 그 틈새에 방황하는 젊음에 불을 땡겼다. 69년 클리프 리챠드의 내한공연에서 팬티를 벗어던졌다는 어느 여대생도 정치하고 아무 상관없다. 나의 여드름 시절과 대학시절이 그러하였듯이, 그냥 그 젊음의 끓는 피를 어찌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그 시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대마초 사건’처럼 느닷없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도 있기에, 인간 세상의 모든 일에 객관적으로 홀로 서서 정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은 없다. 저기 불어오는 가을바람도 인간의 옷깃을 스치면 정치적이게 된다. 만사가 정치이기에, 정치가 만사이다. 이 영화는 그걸 말하고 있다. 그래서 겉은 음악영화이지만, 속은 정치영화이다.

감독이 70시절의 고고클럽 분위기를 살려내려고 많이 노력했고, 일상생활의 풍물들을 보여주고 그 소품에도 정성을 많이 들였다. 그 장면들에 많이 뭉클했다.( 장발 단속에 순경한테 쥐어터짐서 머리 짤리는 장면, 순경 지나가면 슬쩍 피하거나 침 발라서 귀떼기 뒤로 잡아 넘기는 장면, 내 그 시절 그 모습하고 똑 같다. 그거 아는 사람만 안다. 코끝이 찡했다. ) 데블스 데뷔장면에 해골패션 개다리춤 형광장면이 기발했고, 마지막 장면에 샛붉은 배경에 검은 그림자 연주가 키치하게 촌스러웠다. 스토리 흐름도 잘 짜 나갔다.

겉이 음악영화이니 음악이 중요하다.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의 음악감독 방준석이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다. 그의 음악은 실력이 느껴진다. We're Devils · 청춘의 불꽃. 상당히 좋다. 그런데 그의 음악이 아직 낯설어서인지 중요한 걸 때려주는 포인트가 잡혀오질 않는다. 그만의 독특한 끼가 배인 2%가 부족하다. [라디오 스타]에서도 거의 그의 음악이었다. [즐거운 인생]에서는 그의 음악이 적고 80시절의 노래를 조금 편곡한 곡이 많아서 그나마 좋았는데 마무리 음악을 자기 음악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서운했다.

이 영화도 우리 노래는 거의 그의 음악이어서, 70시절 유명한 곡들이 지닌 ‘갱꼴지면서도 순박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그 시절 그 노래는 겨우 이은하의 ‘밤차’와 데블스의 ‘그리운 건 너’뿐이었다. 얼핏 음악다큐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진지한 무게감이 나에겐 좋았지만, 고고시대를 모르는 이 감각세대들에겐 거꾸로 추욱 늘어져 보였을 수도 있겠다. 감독들의 음악 안목이 2% 부족해서 일까? 아니면 영화에 대중음악을 소화하는 실력이 아직 방준석만한 사람이 없어서일까? [와이키키 부라더스]에서 대중음악 감각이 참 탁월했는데 ... .


그나마 그의 음악을 조승우가 잘 불러 주었고, 신민아의 육감적인 댄스가 잘 받쳐주어서 그 늘어지는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에서 이몽룡으로 조승우를 보았을 때는 기생 오래비처럼 간질간질하고 곱게 생긴 꽃미남일 따름이었다. [말아톤]의 정신장애아 연기에 정말 놀랐다. [타짜]에서 고니도 좋았다. 그가 어느 뮤지컬에 출연해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말은 들었어도 이렇게까지 잘 부를 줄은 몰랐다. 그의 아버지가 조경수보다 노래솜씨도 훨씬 낫고 음색도 좋았다. 가수해도 넉넉히 성공하겠다. 그 밴드 멤버들이 실제로 연주했단다.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잘 믿어지지 않아 그들을 찾아보았더니 나름대로 음악 좀 한 사람들이었다. 어떻든 배우들도 고생 많았겠고 방준석도 고생 많았겠다.

신민아의 몸매와 얼굴 그리고 그 몸짓과 표정에 홀려 잡아당기는 매혹이 찐하다. 내쏘아보는 눈빛이 선명하게 뜨겁고 그 눈빛을 돋우는 눈맵씨는 도도하고 귀족적이다. 도톰한 입술은 탱탱함을 이기지 못하고 입꼬리로 숨어들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 매혹과 귀티가 안젤리나 졸리나 전지현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 매혹과 귀티를 함께 갖춘다는 건 드물고 드문 일이다. 천부적이고 태생적이다. 빵빵한 풍선에 바늘끝이 다가가는 듯한 긴장감이 빠짝 돋아 오른다. 그러나 아직 어느 한 고개를 넘지 못하여 ‘김혜수의 경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 이 영화에서 난, 그녀가 보여준 육감적인 춤솜씨 그리고 이은하의 ‘밤차’에 깃든 ‘갱꼴진 맛’을 그 정도 우려내는 끼에서 ‘김혜수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겠고 그 경지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품격을 갖춘 안젤리나 졸리나 김혜수, 그리고 전지현하도는 또 다른 품격에 육감적인 매혹을 갖춘 그녀를 보고 싶다. 기대한다.

여러 가지로 좋았지만, 또 여러 가지로 2%가 부족해서 서운했다.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B+. 확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천천히 100만명쯤 모으다가, 입소문을 타고 200만명까지도 갈 수 있겠다. 영화[맘마미아]가 300만명을 넘었다는데, 난 [고고70]이 훨씬 좋다. 500만명까지 가기를 기도하겠다.

독자 의견 목록
1 . 오거리 2008-10-12 /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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