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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붉은 돼지] 그리고 돼지가 웃을 세상
김영주 2003/12/26 23:23    

이번 주에는 보고픈 영화가 세 개나 되었다. [붉은 돼지] [반지의 제왕3] [아타나주아].

[반지의 제왕]은 뻔한 오락영화이다. 다른 무얼 기대할 껀 전혀 없다. [매트릭스3]에서 전투장면이 엄청나다고 했는데, 맛은 다르지만 전투장면이 더욱 엄청났다. 그 스케일과 컴퓨터 그래픽의 솜씨는 가히 숨죽이도록 압도적이었다. 원작 소설이 길어서이겠지만, 스토리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한 대목이 너무 많다. 괜히 허풍치는 군더더기이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 다섯 손가락에 하나로 미야자끼 하야오를 꼽겠다. 언젠가 그의 [이웃집 토토로]를 반드시 보라고 강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삶에 깊은 깨달음이 없는 손재주가 예술일 리 없다. [토토로]는 그렇고 그런 만화영화가 아니다. 삶의 깊은 깨달음이 담긴‘예술’이다. 만화 나부랭이를 예술이라고? 예술을 말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만화와 영화를 비웃었다. 그렇다. 그들이 예술로 그리 떳떳치 못하면서도, 비웃을만한 만화와 영화가 많고 많다. 그러나 어쩌다 비웃을 수 없는 만화와 영화를 만났을 때는, 웬만한 예술작품이 오히려 가소롭다.”

이번 [붉은 돼지]가 [토토로]만큼은 못하지만, 그 재미와 감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색감이 잔잔하면서도 찬연토록 아름답다. 이런 게 바로 진짜 ‘환타지’이리라!

[아타나주아]를 보려는데 상영하는 영화관이 없다. [오구]나 [여섯개의 시선]도 그랬다. 좋은 영화는 설사 상영해도, 거의 일주일을 가지 못한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굳이 하는 말인데, 교육방송의 다큐멘터리 말고는 TV방영 시간이 무지하게 나쁜 자리에 있다. 어떤 경우는 지방방송 프로그램이 차지해서 예약녹화마저도 막아버린다. 신경질이 바짝 오른다. 방송사에 정중하게 부탁도 해 보고 항의도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세상이 그렇다는 걸 알기에 포기하고 살긴 하지만 참말로 한심스럽다. 그나마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영화마저도 이런 지경이니 더 말해 무얼 할까마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욕설이 절로 나온다. 지금 우리 인간세상은 분명히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껍데기만 휘황하고 알맹이는 문드러져 있는 것 같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문화예술이고, 이런 광주에서 웬 문화수도이겠나! 돼지가 웃을 일이다.

근대화 열차의 구석지에 몰린 설움이나 달래려고 ‘예향’이라고 백날 외쳐 보아라! 비엔날레가 자기들끼리의 허방 짓을 예술이라고 강요하며 아무리 야단법석을 떨어 보아라! 잿빛 금남로의 머얼건 빌딩숲 사이에 숨은 허황한 조각품이 매연 자욱한 하늘 보며 개폼을 잡아 보아라! 장사 속으로 휘황하게 차려입은 충장로 밤거리를 매갑시 영화의 거리라고 이름만 짓고 떠들어 보아라! 도청 자리에 덩그러니 웅대한 문화전당으로 알록달록한 밥상 차려놓고 나팔을 불어 보아라!
돼지가 웃을 세상에서, 결국은 그 기름진 잔치판을 벌인 사람들의 밥그릇 떡고물이나 마련해 주고, 그들이 허세 부리며 떵떵거리는 노리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협박하지 않고 제법 재미를 갖춘 좋은 영화마저 이리 처참하게 무너지는 걸 그대로 내버려두고서, 도대체 무얼 어찌하겠다는 건가! 광주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모두 다 권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반쯤은 권하고 싶고, 반에 반쯤은 꼭 좀 보라고 하고 싶다. 광주극장을 가득 메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 반에 반쯤 영화가 자리에 휑한 찬바람이 돌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 1950년 광주극장의 모습 (사진/네이버검색)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광주극장 영화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그래서 두어 달에 한 번쯤은 가 보아주십시오.
광주극장은 그나마 남은 우리 광주의 ‘참 소중한 씨앗’입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제가 보는 문화수도론 풀꽃 2003-12-27 / 10:46
2 . 영화평이 아니라 사회평이군요 버버다리 2003-12-28 / 15:32
3 . 우리힘 여러분께 김영주 2004-01-03 / 12:12
4 . 미콘캐시 미콘캐시업뎃 2018-12-07 / 12:00
5 . 미콘캐시 미콘캐시업뎃 2018-12-10 /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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