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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볼만한 건 세 놈뿐 ... .
김영주 2008/07/19 08:55    

지난 주에 오우삼의 [적벽대전]을 쓰려고 노리고 있다가 뒤통수 맞았다. 3편까지 나올 모양인데, '메인 게임, 적벽대전'의 오픈 게임이라는 안내문구는 영화홍보물이나 인터넷영화마당 어디에도 없었다. 영화 마지막에 'to be continued'라는 말에 어리둥절해서 혹시나 하는 맘에 10여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극장측에 물어봐도 자기들도 뭔 말인지 모르겠단다. 속았다. 이렇게 황당하게 속은 적이 없다. "영화도 후진 게 뒤통수까지 쳐? 이 사기꾼! 돈 물어내! xx! 오우삼, 이 xxx!"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 “[달콤한 인생]에서 돋보이는 건, 딱 세 가지. 깔끔하고 선명하게 뽑아낸 화면색감과 팡팡 뚫리는 총소리에 떨어져 구르는 청명한 탄피소리 그리고 황정민의 잔인하면서 비열한 모습. 첫 장면 5분쯤은 화끈하고 개운해서 좋았다. 그리고 나머진 참 딱하다. 뒤로 갈수록 축축 늘어져 지루해지면서 영화 전체에 신경질이 났다. 깽영화의 검푸르게 쓸쓸한 비장함을 초쳐 버렸다.”며 실망했다.

그의 영화를 이거 하나밖에 보지 않았다는 게 캥겼다. [장화 홍련]은 공포영화여서 싫고, [반칙왕]을 보았다. 후진 영화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실망했다. 이 두 영화만으로 미루어보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굳이 영화관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깐느영화제에서 관중 기립박수를 받았다고도 하고, 해외 바이어들이 입도선매했다고도 하고, 예매율도 80%를 넘어서는 관중몰이 기운이 보이기도 하니, 소홀히 지나쳐버리기 어려웠다. [달콤한 인생]에 비하면 더 낫다. 총점으론 실망스럽지만, 괜찮은 대목이 있다.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B0 · 삶의 숙성 C0.

[ 예고편 보기 ]

그에게 삶의 숙성을 별로 기대하진 않는다. 괜한 욕심으로 삶의 숙성을 담아 넣으려고 하면 죽도 밥도 아니게 되어 오히려 추락할 수 있으니, 이런 정도의 오락영화를 더욱 단단하고 깔끔하게 만들려는 쪽으로 자길 몰아가는 게 더 나을 꺼다. 오락영화를 만들더라도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 맨]쯤 되어주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오락영화든 예술영화든,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추지 못하면 기초체력이 딸린다. 삶의 숙성을 갖추는 건 어려운 경지일지라도 탄탄한 시나리오는 노력하면 가능하다. 그는 둘 다 딸린다. 그래서 그는 잔재주나 감각쎈스로 자꾸 멋져 보이고 싶어한다.

[달콤한 인생]처럼, 화면색감 그리고 음향과 싸운드를 선명하고 깔끔하게 잘 뽑아냈고, 카메라 앵글과 액션포착도 좋았다. 소품에 정성을 많이 들였지만 그래도 돈이 부족한건지 능력이 부족한 건지 세트장이 많이 어수룩하다.( 차라리 어느 옛스런 시골마을이나 장터를 임대하여 꾸며서 중심무대로 삼고 세트장 장면을 따로 찍어 편집해서 믹싱하였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 ) 사막 전투장면을 우리나라 영화치고는 제법 잘 찍은 편이지만, 간결하고 화끈하게 처리하지 못해 점점 유치해지고 지루해졌다.( 특히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어야 할 ‘삼각 맞짱대결’이 어처구니없이 유치하다. 신경질이 났다. “[달콤한 인생]에서도 그러더니, 이 감독 자꾸 왜 이래~? 목젖을 건들질 말든지, 감질만 내곤 이게 뭐야~! 에이, xx 완존히 초를 치는구만! )

액션장면이 개별적으론 괜찮은데 총체적으론 자꾸 너저분하고 긴박감이 추욱 늘어진다. 코믹 장면이나 대사도 조금 썰렁하게 어정쩡하다. 많이 고생해서 찍었겠다는 느낌은 오지만, 왜 그 정도밖에 못 만들었는지 안타깝다. 체질일까? 내공이 약해서일까? 그래선지 영화기술도 제법 괜찮다가도 중요한 대목에서 김새고 빵구난다.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자꾸 생각난다.


대중재미에 B0를 줄까 했지만, 그래도 ‘놈 놈 놈’의 캐릭터를 감각쎈스로 제법 맛있게 잡아냈기에 B+로 올려 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 한 게 이병헌 정우성 송강호의 캐릭터이다.

송강호는 약간 구질구질하게 얌체스런 속끼가 흐르는 양아치나 촌놈처럼 무작스런 논두렁 깡패 같은 역할에 어울린다. 이 영화에선 이 두 모습이 잘 섞인 [날아라 수퍼보드]의 저팔계 캐릭터에 엇비슷한 이미지를 잘 잡아냈다.( 그 연기에는 대체로 괜한 오바가 끼어들어 편치 못한 경우가 많다. 백세주 광고가 그 전형이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점이 있다. [밀양]의 양아치와 [공동경비구역]의 북한장교 말고는 그의 연기력에 A학점을 주지 못한다. )

정우성, 그는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항상 깔끔하게 멋져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똥개]에선 썩 어울리지 않았고, [데이지]에선 썩 들어맞았다. 어떻든 그리 얄밉지 않다. 왜 ‘좋은 놈’인지 설명이 많이 부족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그렇다. 긴 장총을 돌리며 “휘리릭 찰칵! 휘리릭 찰칵! 휘리릭 찰칵!” 탄환을 장전하면서, 쭈욱 빠진 다리맵시를 박차에 딛고서 살짝 들어 올려 쫙 붙이고 “파앙 파앙 파앙” 쏘아대는 장면은, 그의 쎈티멘탈한 몸맵시와 깔끔한 몸동작이 어우러지면서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레몬주스를 벌꺽 마신듯이 상쾌하고 개운하다. 이 영화의 가장 꽃장면이다.( 악당 소굴을 밧줄타고 날아다니며 박살내는 장면도 멋있지만. ) 그래서 그를 질투하다가도 결국은 부럽다. 내가 꿈꾸는 만화 속 주인공이 바로 그 모습이기에.

선하고 맑은 눈망울에 다부진 체구로 ‘착한 남성미’의 화신, 이병헌. 그의 독살스런 ‘나쁜 놈’으로 변신이 대단하다. 광기어린 푸른빛을 내쏘며 잔혹한 마적떼 두목. [캐러비언 해적]의 조니 뎁을 흉내낸 의상과 얼굴분장 그리고 옆얼굴에 뭉개진 칼자욱까지 새기고. 잘 만든 첫 기차강도 장면부터 지리멸렬해지는 마지막 사막전투 장면에까지, 송강호와 정우성이 조연으로 보일 정도로 영화를 가득 메우면서 온통 독차지하며 끌고 간다.


“[놈 놈 놈] 볼만한 건 이 세 놈뿐 ...”이라고 말하기엔 좀 야박하지만, 그래도 그 세 놈이 보여주는 강렬한 캐릭터만 남고, 나머진 황량하게 부딪히는 모래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이것저것 우리나라 영화치곤 제법 괜찮은 점도 있지만, 그래도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하면 ‘얘들 장난’이지 않나? 한국사람에게만 통하는 세 배우의 유명세나 그 적절한 캐릭터의 존재감으로 관객을 많이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시나리오의 헐렁함이나 갈수록 추욱 늘어지는 지루멸렬은 실망스럽다.

독자 의견 목록
1 . 양조위.. 반디 2008-07-21 / 23:47
2 . 적벽대전 낚이지 마이소~~ 아침이슬 2008-07-22 / 15:35
3 . 반디님 이슬님! 김영주 2008-07-23 / 00:27
4 . 김영주씨..? 달산이 2008-07-23 / 15:28
5 . 오직 한 놈 속았다 2008-07-28 / 12:04
6 . 달산님! 김영주 2008-07-30 / 08:55
7 . 네..영주씨 달산이 2008-07-30 /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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