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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쿵푸 팬더] 홍금보, 오겹살로 구름타고 승천하다!
김영주 2008/06/13 10:48    

[쿵푸 팬더]? 쿵푸에 웬 팬더곰? 아하, 중국의 상징 팬더곰에 뚱보 액션의 상징 홍금보를 버무린다~! 앗싸, 아이디어 좋은데! 게다가 다섯 동물의 몸새를 본떠 만들었다는 소림5대권법을, 영화 캐릭터로 삼은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虎拳(타이그리스) 猿拳(몽키) 鶴拳(크레인) 蛇拳(바이퍼) 螳螂拳(맨티스).

영화를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서, 그들의 몸동작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상화시켰는지 호기심이 확 당겼다. 당장 예고편을 찾아보았다. 그 자세와 품새가 사뭇 환상적이었다. “삼류영화라도 좋다. 단단하게만 액션해다오!” 이소룡 영화도 영화 자체는 삼류이다. 딱 하나, 이소룡만 수퍼스타. 곰탕집에선 곰탕만 맛있으면 되지, 금사발 은사발이 그 무슨 상관이랴?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에 출연한 홍금보

홍금보를 처음 본 건, 이소룡의 [용쟁호투]에서 잠깐이었다. “저런 비곗살 뚱보를 왜 무술선수로 내놓지?” 의아했다. 그런데 [忍者無敵]에선 아예 주인공으로 나왔다. 그 뚱뚱한 몸을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으면서 온 몸을 내던지며 보여준 ‘삼겹살 권법’은 놀랍도록 발군이었다. 원화평 감독이 [취권]이라는 기발하게 코믹한 무술영화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잡아내더니 [인자무적]에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뚱뚱보의 고정관념을 박살냈다. “하마에 날개가 돋았다!”

그리곤 [鬼打鬼]에선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의 펑퍼짐한 비곗살에 그리듯이 써 내려가는 부적글씨는 아직도 눈에 박혀 있고, 스산하게 귀기어린 주문을 읊조리는 소리는 귀에 박혀 있다. 관뚜껑을 깨부수고 직각으로 벌떡 일어서는 강시귀신은 우리의 한 시절을 떠들석하게 휩쓴 캐릭터였다. 그렇게 [오복성] [쾌찬차]로 이어지면서, 그는 중국 무술영화에서 항상 정겨운 친구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세월을 보냈고, 이번 [삼국지]에선 귀밑머리가 하얗게 새었다. 그가 영연映淵에서 삼겹살을 꿈틀거리며 용트림을 하더니, 이제 이 세상에 그 허물을 벗어 던지고 마침내 [쿵푸 팬더]에서 애니메이션 구름을 타고 ‘오겹살 권법’으로 승천했다.

홍금보가 삼겹살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구름타고 승천하듯이, 국수집 아들 팬더는 굼뜬 오겹살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마구잡이 먹성으로 무술달인이 된다. “네 안의 영웅을 깨워라!”는 예고편의 마무리 외침처럼, 이 영화의 결론은 그 흔한 ‘미국의 영웅주의’이다.

그러나 같은 곰탕이라도 그 요리솜씨에 따라 그 맛이 다르듯이, 같은 영웅이라도 그 영웅을 만들어내는 솜씨에 따라 그 재미가 다르다. 동양의 노장老莊사상을 섞어서 버무린 영웅주의이다. 쿵푸를 소재로 하니 노장사상이 섞여들지 않을 수 없겠지만, 거북도사와 너구리 스승의 풍모나 가르침 그리고 팬더가 ‘용의 전사’로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감에 평범치 않은 내공이 담겨져 있다. 천하태평하게 굼뜬 바보스러움 · 막무가내 먹성을 부리는 표정들 · 화룡점정畵龍點睛하는 Nothing(無) · 무작스런 엉덩이 짓누르기 같은 ‘오겹살 권법’은 웃자고 만들어낸 ‘돈벌이 수단’이라고 흘러 넘기기엔 아깝다. 막바지에 이르러 보여주는 ‘뱃살 권법’은 그 평범치 않은 내공과 이 영화의 모든 것을 그 한 컷에 담아낸 이 영화의 꽃이다.

이 영화를 조금 손질해서 노장사상을 제대로 담아내고 싶은 갈망이 치솟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선과 악의 극렬한 대비를 순화시키면서도 이만한 대중재미를 유지하는 것이겠고, 그 다음으론 비릿하고 위선적인 ‘서민적 영웅주의’를 벗겨내는 것이다. 유치찬란하게시리, 거북도사와 너구리 스승이 거처하는 도장道場을 중국 황궁처럼 으리번쩍하게 그려낸다든지, 악당이 갇힌 감옥을 무시무시 철옹성으로 그려낸 것은 잘못이다.

노장사상에 발맞추어, 깊은 골짜기 높은 산 얼마쯤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초가집에서, 타이그리스와 바이퍼는 집안살림을 하고 맨티스는 잡심부름을 하며 몽키와 크레인은 마을로 내려와 초라하게 탁발하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타이렁은 마을에서 탁발하다가 무술을 뻐기고 으스대다가 깡패두목으로 흘러가 건방 떨다가 거북도사의 도술로 손오공처럼 큰 바위덩어리에 눌려있거나 큰 고목나무 뿌리에 묶여 있는 모습으로 그려가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그리하면 이야기 흐름이 어수선해지고 길어질까? 첫 들머리 장면을 이 스토리로 함축해서 그려 넣을 수도 있고, 중간에 틈틈이 삽입해 넣어도 된다. 방법은 얼마든지 또 있다. 이만하면 노장사상을 이해시키는 '대중교재'로 더 할 나위 없겠다는 욕심이 불끈 솟았다.

그건 그렇고, 난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준 메인 스토리보다도, 첫 들머리 장면과 마무리 자막 장면의 만화애니메이션이 훨씬 맘에 들었다. 내가 사진보다도 그림에 더 깊은 흡인력을 느끼기 때문일까? 그림 스타일도 특이해서 좋았지만, 이미지 캐칭과 그 색감에 개성이 강렬하면서도 귀족적인 우아함과 그윽함을 함께 갖추었다(A+). 그런 이질성을 함께 갖춘다는 건 그리 흔치 않다. 자막 장면에 끝까지 빠져들다가, “아저씨, 다음 손님 받아야 하는데요?”라는 말에 후다닥 일어섰다. 실은 잔뜩 재미있기도 하고 음미하고픈 장면이 많아서, 그 자리에서 거푸 두 번 보았다.

궁전처럼 으리으리한 도장이 거슬리는 것 말고는, 스토리의 흐름과 짜임새도 괜찮고(B+), 색감과 질감 그리고 조형감도 좋고(A0), 캐릭터의 이미지도 좋고(A0), 그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표정과 액션이 너무 좋다(A+). 영화기술에 실로 많은 정성을 들였음이 절로 잡혀온다. 노장사상이 위선적인 ‘서민적 영웅주의’에 뒤틀려 있기에 삶의 숙성을 B0로 주기는 하지만, 그 뒤틀림을 따지지 않고 노장사상을 그나마 잘 담아서 그걸 관객에게 코믹한 재미로 승화시켜 대중재미를 무지 높였다는 노고를 평가한다면 삶의 숙성을 A0로 줄 수도 있겠다.

대중재미가 A+이고, 나이불문 성별불문 학력불문 취향불문이니, 글자 그대로 남녀노소, 모두 줄을 서시오~~~.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비디오로 보는 사람은 손해막심하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알 꺼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냉큼 가서 보시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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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의견 목록
1 . 홍금보.. 우스개 2008-06-16 / 11:37
2 . 곰이 너무 귀엽다 ㅋㅋ 2008-06-16 / 14:56
3 . 영화라! 광우병 2008-06-26 /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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