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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프리다] 그림과 노래, 영상과의 그 빼어난 만남
김영주 2008/05/23 08:19    

지난 주 [Across the Universe]를 이야기하면서 제가 그토록 찬양한 '줄리 테이머 감독'이 2003년에 만든 [프리다]이야기를 이번에 다시 올려서 그녀를 다시 한 번 더 찬양합니다. 영상 음악 의상이 유별나게 뛰어나며 미술 소품 조명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기에, DVD를 구입하여 두두두고 음미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에서 만나면 그 열 배의 감동입니다마는 ) 대중재미 B0 ` 영화기술A++ ` 삶의 숙성 A++.


[굿바이 레닌]은 독일이 통일되어 가는 그 앞과 뒤를 가족이야기로 풀어 가는,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영화이다. 지구촌을 둘로 팍 쪼개서, 수많은 사람들을 피로 적시고 숨도 못 쉬게 짓누른 냉전체제. 문명이라는 허울을 쓰고 저지른 야만의 시대. 지금의 우리 모든 것을 짓누르고 억압한 그 이데올로기. 그게 저질렀던 죄악이 아직도 절절하게 남아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극악함을 너무나 허전할 정도로 평범하게 그려간다. 한 시절 사회주의가 그려낸 꿈에 기대어 본 사람에게는 깊게 한숨 지으며 접어야 할 시리도록 슬픈 패러디이겠다. 세상은 정말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걸까?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그녀의 예술과 인생을 그려 간다. 둘은 20세기 초반을 뜨겁게 살다간 멕시코 화가이다. 그들의 삶이 범상치 않지만, 그걸 그려내는 줄리 테이머 감독의 작품 연출력도 결코 범상치 않다. “연극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감독”이라고 했다.

영화평론가나 영화기자들의 글이 여러 가지로 마땅치 않아서, 그들의 말과 글을 우연히 만나면 모를까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영화관 앞에 놓인 홍보물 말고는 영화자료를 뒤져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 나절이 넘도록 인터넷을 뒤졌다. 줄리 테이머 감독과 음악감독 미술감독이 너무 궁금했다. 그녀의 연출기법이 워낙 독특하고 훌륭했으며, 음악 미술 의상의 감각 그리고 그걸 영상과 캐릭터 안에 녹여내는 솜씨가 두드러지게 빼어나 보였다. 그 깊은 내공이 '라스폰트리에 감독'에 못하지 않아 보였다. 그녀의 연출역량과 그 독특함을 말하려면 너무 길다. 직접 보고 확인하시라.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미시적인 터치와 거시적인 엮음을 두루두루 음미하시라. 이 정도로 접어두고, 미술과 음악만 조금 이야기해 보련다.


나는 현대 미술을 싫어한다. 프리다는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그래서 디에고를 맨 처음 만나면서 보여주는 자화상 그림 말고는 그녀의 그림에 별로 끌려들지 않았다. 만약 이 영화를 보지 않고 그녀의 그림만 달랑 만났더라면,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느끼는 찜찜함으로 흘려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로 그녀의 그림에 그녀의 삶이 깊이 배어들어 있고, 멕시코 원주민에게서 느껴지는 원초적 미감과 색감이 진하게 우러남을 보았다. 그녀와 디에고의 그림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그들의 그림을 만났다. 멕시코 땅의 열정을 담아 신끼 어린 그 끈끈하고 매운 맛. 그 그림과 영상이 그녀와 디에고의 만남에 깊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어디 그 눈맛 뿐인가! 라틴음악에는 온 몸에 전율이 감기는 귀맛이 있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떨떠름해 하는 건, 이런 필이 팍 박혀 오지 않기 때문이다. ) [그녀에게]에서 까에따노 벨로소의 <꾸꾸루꾸 팔로마>는 그 백미였다. [프리다]는 온통 라틴음악으로 촉촉이 젖어 있다. 챠벨라 바르가스의 <라 요로나 : 울먹이는 여인>는 멕시칸 기타의 선율에 감전되어 서글프게 울먹인다. 데낄라 한 잔에 슬픔을 적시는 프리다 곁에 다가와, 굵은 주름살에 새겨진 삶의 깊이를 담아 들려주는 그녀의 음색은 잔재주 없는 직설로 절규하며 슬픔의 카리스마를 토해낸다. 그 장면을 잡아내어, 인터넷으로 그녀의 노래를 새기고 새겨들었다. "산다는 게 슬픈 것이다! 어느 풀포기 하나 슬프지 않은 게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그 슬픔의 잔혹함을 온 몸이 저리도록 보듬는 것이다." 이 짧은 한 곡만으로도 OST시디를 사지 않을 수 없다.

프리다역을 맡은 셀마 헤이엑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뷔욕이 [어둠 속의 댄서]를 연기하려고 태어난 것처럼 보이듯이, 셀마는 [프리다]를 연기하려고 이 세상에 나온 것 같다. 그녀는 프리다에 신들렸다. 이 영화는 온통 셀마의 프리다역을 보필하려고 만들어낸 듯 하다. 나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찬양하며, 이 모든 찬양을 셀마 헤이엑과 줄리 테이머 감독 그리고 챠벨라 바르가스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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