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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 포에버] 하늘이 내린 목소리에 숨겨진 치명적인 매혹!
김영주 2008/02/1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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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래를 무던히도 좋아한다. 듣기도 즐기고 부르기도 즐긴다. 남들 박수도 박수지만, 그보다는 내 몸이 노래 안으로 빨려드는 기분을 무지 좋아한다. 울 엄니 말씀에 따르면, 어느 날 삯바느질에 정신 팔려 날 잃어버렸는데, 온 동네를 찾아 헤매다가 해 질 무렵에야 집히는 바가 있어서 광주공원 쪽을 찾아갔더니, 밑터진 바지에 새까만 불알 덜렁 내놓고 공원다리 난간을 쓰다듬으면서 홀로 노래 부르며 놀고 있더란다. 어느 곳 어느 때나 맘이 복받쳐 오르면, 노래를 참지 못하고 꼭 티를 낸다. 때론 그걸 오바해서 실수다 싶은 때도 있다. 나이 들면서 조심한다고 하지만 콘트롤이 잘 안 된다. 타고난 천성이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해도, 가난해서 돈 들여 악기를 배울 여유가 없었다.(70시절에 친구가 던져준 고물 통기타를 보듬고 살면서 홀로 두터운 포크송 노래책 한 권을 훑어가며 통기타 가수흉내를 냈던 적은 있다.) 이젠 악기를 배울 돈은 있지만 배울 틈이 없어서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항상 음악을 가까이 둔다. KBS 1FM<풍류마을> <세상의 모든 음악> 등의 ‘다시듣기’ · EBS <세계음악기행> · PBS <명동연가>를 뱅뱅 돌려가며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올려놓고서 내 작업을 한다. 우리나라 음악 말고는 음악제목이나 연주자 또는 가수를 별로 아는 게 없다. 한 때 알아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너무 어지러워 포기했다. 너무 너무 좋은 경우 빼고는 관심 두지 않는다. 그저 듣고 흥얼거리기만 한다. 순전히 혼자서 맨 땅에 헤딩하며 터득한 ‘감각적 통밥’으로 음악을 즐긴다.

Maria Callas (1923-1977)
이런 내가 싫어하는 노래가 있다. 오페라 아리아와 하드 락. 하드 락은 [트리플X]처럼 격렬한 오토바이 액션엔 딱 어울린다. 그밖엔 정신 사납고 몸이 꼬챙이로 들쑤셔지는 것 같아 싫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좋아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페라로 폼 잡는 사람이 많아서 이해해 보려고 조금 노력해 보았지만, 그 작은 노력마저도 힘들었다. 푸르른 시절에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세상의 모든 음악> 중간쯤에 자주 오페라의 아리아가 흘러나오는데, 재빨리 커서를 잡아당겨 건너 뛰어 버린다. 그런데 내 인생에 딱 두 번, 오페라의 아리아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다. [제5원소]에서 푸른색의 괴이한 여인이 부르는 노래 그리고 작년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마리아 칼라스의 ‘정결한 여신’이었다. ‘하늘이 내린 목소리’라더니, 과연 그러했다.

그녀가 죽은 지 30년, 그녀를 기리는 영화 [칼라스 포에버]. 한 시절 내 청춘의 우상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픽션이라지만, 시나리오 짜임새가 너무 좋고, 그 짜임새를 얽어가는 흐름이 하도 리얼해서 여실한 팩트처럼 다가온다. 남녀 주인공, 제레미 아이언스와 화니 아르당. 제레미는 개성 있는 연기력으로 알아주는 배우이니 이 영화에서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화니는 별로 아는 바 없지만, 칼라스의 건방지지만 도도하면서 품격 있는 우아함을 잘 그려내었고 표정연기가 빼어났다. 그러나 칼라스에게서 흐르는 품격 있는 우아함 뒤에 숨은 ‘사나운 암코양이의 앙칼진 섹시함’을 뽑아 올리지 못해 서운하다.(이 점에서 보아 모니카 벨루치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표정 연기가 떨어질까?) 칼라스의 <나비부인>의 어느 개인 날 · <카르멘>의 투우사 합창 · 하바네라 · 집시의 노래를 스토리 안에 적절하게 자리잡아 넣어서 스토리 진행에 팽팽한 긴장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예술을 향한 찬양이 헛돌거나 허세부리지 않았고, 그녀가 말년에 그렇게 살았을 법한 삶의 고뇌와 갈등을 차분하게 담아냈다. 깔끔하고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품격을 갖춘 작품이었다. 만약 내가 오페라 아리아에 깊은 감상력을 갖추었다면, 이 영화로 받은 감흥이 가슴 저미는 감동에까지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 재미B0 · 영화기술A0 · 삶의 숙성A0.

칼라스가 한 시절 지구촌을 온통 휩쓸었다. “왜, 칼라스인가?” 넓은 음폭의 가창력과 절묘한 기교의 능란함 · 감정과 개성을 목소리 색깔에 담아내는 재능 · 관중을 휘어잡는 표정과 제스추어의 카리스마에, 그녀의 드라마틱한 인생행로가 더욱 대중의 관심을 폭발시켰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그러나 난 거기에 사람들이 별로 말하지 않는 그녀의 매력을 강조하고 싶다. 건방지지만 도도하면서 품격 있는 우아함에 ‘사나운 암코양이의 앙칼진 섹시함’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평범치도 않거니와 흔치도 않다. 거기엔 퇴폐적인 축축함이나 이국적인 신비감까지 깊이 서려있다. 그녀의 이러한 재능 뒤에 깔린 복합적인 매혹은, 남자들에겐 잔뜩 긴장감을 주고 함부로 대하지 못하면서도 함부로 다루고 싶은 ‘이중적인 스릴감’을 자극하며, 여자들에겐 더 할 바 없는 부러움의 우상이면서도 질투어린 악담이 함께 뒤섞이는 ‘이중적인 카타르시스’에 빠져들게 한다. 더구나 그걸 그녀의 드라마틱한 인생으로 현실에서 그 이중적인 스릴과 카타르시스를 실현시켜 주니, 그 짜릿함과 통쾌함이 더욱 강렬하고 리얼하다. ‘천상의 목소리’로 찬양받는 벨칸토 창법의 고아한 품격 뒤에 은밀하게 숨겨진 치명적인 매혹. 신과 악마의 격렬한 이종교배. 우아하면서도 짜릿하고, 단정하면서도 유혹한다. 상류층은 그 마녀적 매혹을 ‘개성과 열정’으로 포장하여 찬양하며 마음 놓고 열광하게 되고, 서민층은 천상의 음색을 향한 ‘갈망과 희열’로 구원받고 싶어하며 마음 바쳐 열광하게 된다.

KBS1 <클래식 오디세이>에 ‘다시보기’로 그녀의 인생과 매혹을 먼저 보시고 이 영화를 만나시라! 56K의 코딱지화면이 아쉽지만.



독자 의견 목록
1 . 삼성바이오로직스대박 sslayer혈림 2019-01-09 /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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