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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일구어낸 아줌마들, 화이팅!
김영주 2008/01/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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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부라더스]가 애닯게 불러주..
* [황금 나침반]도 이야기하고 싶었고, [아메리칸 갱스터]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광주극장 예술영화 30여 편에서 10여 편은 보고 싶었으나, 아직 [원스]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밖에 보지 못했다. 이래저래 많이 바쁘다. [원스]가 그나마 손님이 가장 많다고 해서 먼저 보았는데, 기대 밖으로 무덤덤했다. “내 눈엔 [시간 소녀]가 훨씬 대중적이고, 작품성도 대단한데 ··· .” [원스] 영화기술 B0 · 삶의 숙성 B+ · 대중적 재미 C0, [시간 소녀]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A+ · 대중적 재미 B0.

[시간 소녀]를 애니메이션이라고 얕보지 말라. 보기 드물게 좋은 작품이다. 내가 이런 분위기를 주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환타스틱 리얼리즘’. [귀를 기울이면]보다 영화기술에서 좀 딸릴 따름이다. 이 정도 영화라면, 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까? 적어도 스무 손가락 안엔 꼽을 수 있겠다. 틈 보아서 이 영화이야기를 꼭 하겠다. 광주극장에서 이 달 22일 오후 4:00시에 상영하니, 모든 남녀노소에게 꼭 보시기를 권합니다.( 손님이 적어 극장 안이 좀 추우니, 옷을 두텁게 입고 가시지요.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보시고, 그 내용과 상징을 왈가왈부해 보시길 ··· . 혹시 극장에서 보지 못하면, 비디오로라도 꼭 보시지요. )

*****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 그녀의 [와이키키 부라더스]에 ‘슬픈 감동’을 워낙 크게 먹어서,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고 그녀의 영화를 무던히도 기다렸다.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그 만큼 [우리 생애 ]를 잔뜩 기대했다. [와이키키 ]가 너무 슬프긴 하지만, 대중적 재미도 제법 있었음에도 대중들이 그 재미를 맛볼 틈도 없이 극장이 막을 내려버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워낙 말초적인 눈앞의 흥행만을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도그빌]이나 [돌이킬 수 없는]처럼 작품성은 높아도 대중성이 너무 낮은 영화는 이해되는 일이지만, 작품성이 높으면서 대중성도 어느 정도 갖춘 ‘진짜 좋은 영화’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예술영화는 손님이 없다!”며, 목욕물만 내버리는 게 아니라 아이까지 내던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와이키키 부라더스] [지구를 지켜라]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다. 더구나 그 감독이 무명이면 더욱 그렇다. 원래 세상인심이라는 게, 유명에게 지나치게 유심하고 무명에게 지나치게 무심하므로 어찌해 볼 수가 없다.

그래도 난 이 ‘저주 받은 명작’을 틈만 나면 홍보하였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그러했다가, 그렇게 받쳐주는 뒷소문으로 [오아시스]에 관객이 상당히 모여들었듯이, 임순례와 장준환 감독의 다음 영화가 그렇게 관객이 모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 .

이창동은 일단 그렇게 성공해서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다. 더구나 이번 깐느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이젠 이창동의 작품을 보지 않으면 폼 잡을 수 없는 분위기를 타게 되었다. 좋은 일이다. 그래서 임순례와 장준환의 다음 작품은 중요하다. 과연? 긴장했다.


이런 갈증과 긴장으로 조마조마한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우리 생애 ]를 보았다. 실망했다. [와이키키 ]는 영화기술 A0 · 삶의 숙성 A+ · 대중적 재미 B0, [우리 생애 ]는 영화기술 C+ · 삶의 숙성 B0 · 대중적 재미 C+.

흔히 만나는 영화에 비하면 작품성으로나 대중성으로나 괜찮은 영화이지만, [와이키키 ]라는 앞 작품의 빼어남에 비교하자면 많이 실망스럽다. [와이키키 ]처럼 진한 맛과 섬세한 배려가 별로 보이질 않았다. 마치 다른 감독이 만든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혹시 감독이 영화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대중성을 의식한 다른 간섭이 있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인터넷마당에 들어가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번 영화까지 실패하면, ( 앞으로 ) 다른 영화 만들기 힘들겠다는 개인적인 절박함도 있었다.”는 그녀의 독백이 스쳐가듯 보였다. 긴 이야기에 살짝 스쳐지나가는 말이지만, 난 이 말이 확 다가왔다. 그렇다. 나도 그녀의 이번 작품에 긴장하는데, 그녀는 대중성이 얼마나 긴장되고 절박했겠나! 기본 주제는 유지하되, 나머지는 모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대중은 작품성이 너무 높으면 힘들어 하거나 오히려 싱겁게 여기도 한다. 깊게 우울한 분위기를 가능한 한 지우고, 자연스럽지 못해 어색하긴 했어도 사랑의 갈등도 넣어 보고 코믹한 재미도 넣어보려고 노력한 듯하다. 그래선지 시나리오가 차분하지 못하고 단단하지 못하며 여기저기 어색하고 빵꾸나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누구지? [화려한 휴가]의 나현? 질문 = 나현 작가의 시나리오가 좋아 연출을 수락했다고 들었다. 사실 나현 작가는 시나리오를 ‘정석대로’ 썼다는 느낌이다. 이름이 각색 크레딧에 올라가 있던데 어떤 부분에 손을 댄 것인가?

답변 = 시나리오가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서 어떤 대사를 누가 쓴 건지 자세하게 기억은 안 난다. ··· 나는 아줌마들의 일상생활을 조금 정리했다. 대사를 배우들에게 맞추기 위해 고쳐야 했던 부분도 있다.”
그녀는 현실과 너무 많이 타협하였다.

*****

이 영화의 화두는 ‘아줌마’이다. 아줌마라는 낱말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복합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친근함이기도 하고 멸시이기도 하고, 억척스런 또순이에 악착스런 막순이가 곁들여 있다. 이 낱말 쓰임새에 깔린 음색이나 맥락에 따라 그 어감이 간들간들 줄타기한다.

이 땅의 아줌마들은, 70시절엔 ‘친근한 또순이’의 모습이 많았지만, 80시절엔 ‘지겨운 막순이’의 모습이 커져가고, 90시절엔 천박한 허영으로 치닫는가 싶더니, 00시절엔 질리도록 무서움까지 보여준다. ‘찌질한 남자’들이 잘못한 게 많기도 하지만, ‘냉혹한 세상’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임순례는 그 틈바구니의 그늘진 인생을 안쓰러움으로 따뜻하게 감싸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아줌마를 ‘친근한 또순이’로 그려내고 싶어 한다. 그걸 이 영화에선, ‘인기 없는 핸드볼’과 ‘허접한 뺑뺑이 인생’의 틈새에 ‘스포츠계의 갈등’과 ‘승패의 긴박감’을 버무려 넣어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일구어내는 또순이 아줌마들을 그려간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의 흐름이 서둘러 다급하게 몰아가면서 여기저기에 빵구가 나고, 삶의 숙성이 깊지 못하고 직설적이고 단편적이다. 엄태웅의 역할도 억지로 꺾어가는 듯 하면서 연기력도 과장하는 오바로 어색하고, 문소리 김정은 김지은의 세 아줌마 연기가 대체로 무난하고 괜찮지만 빼어나 보이지 않았다. 핸드볼 선수처럼 보이려고 많이 노력했겠지만, 몸동작이나 볼 콘트롤이 어리숙하고, 승부 자체가 팽팽하니까 긴장감은 있지만 경기장면 자체가 박진감이 별로 없다.( 덴마크 핸드볼팀의 스케줄이나 형편을 살펴야 하니, 경기장면을 생동감 있고 드라마틱하게 다듬어내기 어려웠겠다. 이해는 하지만, 대중적 재미로 보아 큰 실책이다. ) 문소리 남편이 마지막 그 타이밍에 그런 소동을 벌이는 건, 너무 억지스럽고 어색하다. 그러나 조은지의 조연은 참 좋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얄밉게 발랑 까진 년’ 역할을 빼어나게 보여주어 눈여겨보았는데, 여기에서도 ‘그 얄미운 뻐드렁니’ 역할이 단연 돋보였다.

대중적 재미라는 현실이 엄혹하게 으르렁거리니 대중의 눈치를 보느라 삶의 숙성도를 낮게 잡은 건 이해하지만, 영화기술과 대중적 재미마저도 낮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창동 감독처럼 ‘자기 스타일과 색깔’을 그대로 밀고 가는 게 더 나았겠다. 그래도 관객수는 상영 첫 주에 1위를 차지했고, 오늘 날짜로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맘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혹시 평단이나 매스컴이 위선적이든 자발적이든 이번엔 맘먹고 밀어준 게, 그나마 대중적 재미C+에 발을 딛고 ‘억지 인기’를 만들어낸 건 아닐까? 좋은 게 좋다고, 다행스런 잔치집에 괜한 재승덕才勝德으로 쓰잘데기 없는 경망을 떨고 있다며,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려 해도 껄적지근한 맘을 지우지 못한다.

그나마 이런 정도의 대중적 인기라도 잘 자리 잡혀서 다음엔 영화기술 · 삶의 숙성 · 대중적 재미를 골고루 높아진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갈망한다. 임순례님, [와이키키 ]를 믿습니다. ‘순례 생애 최고의 작품’을 위하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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