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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마이클 클레이튼]과 김용철, 그리고 삼성왕국
김영주 2007/12/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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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계戒]의 농밀한 베드씬, 외설이..
“威而不猛, 위엄을 갖추되 주눅주지 말라!”(『論語』) 위엄을 갖추려면 상대방에게 주눅을 주기 십상이고, 관용을 베풀면 상대방이 물렁하게 보기 십상이다. “위엄을 갖추되 주눅주지 말고, 관용을 베풀되 물렁하게 보이지 말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흔히 만나는 위엄에선 느끼한 위선이나 막무가내 마초Macho를 주로 느끼기 때문에, 오랫동안 ‘똥폼 잡는 걸’ 싫어했고 역겨워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몰랑한 졸로 보고 ‘갖고 노는 손해’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탈하고 부드러운 남자’쪽이 괜한 똥폼에 얽매이지 않으니 자유롭고 편했다. 그 동안 손해도 많이 보았고, 스스로도 “위엄이 부족하다”는 갈증을 많이 느낀다. 조지 클루니, 그리고 숀 코넬리. 그들을 유달리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건, 그들이 영화에서 威而不猛이 잘 녹아 흘러 ‘이상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러움으로 그들이 출연하는 영화는 가리지 않고 보았다. 그런데 조지 클루니가 그저 이미지로만 매력적인 게 아니라, 미국영화치고는 상당히 무겁고 진지한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출연하기도 하는 평범치 않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션스11]이나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 보는 그의 이미지를 기대하고 이 영화나 [시리아나]같은 영화를 보면 낭패 당한다. 무겁고 진지하고 게다가 스토리 흐름이 꼬여서 어렵다. 무겁고 진지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영화는 아니다. 가볍고 경쾌하든 무겁고 진지하든, 외공(영화기술) · 내공(삶의 숙성) · 대중성(대중적 재미)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려는 노력은 항상 필요하다. 영화기술B0 · 삶의 숙성B0 · 대중적 재미C0.

삶의 숙성에 B+를 줄까 망설이다가 B0로 낮추었다. 삶의 숙성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선과 악을 선명하게 갈라 세우느냐 잘 뒤섞어 넣었느냐에 있다. 선과 악을 선명하게 갈라 세우면, 영화의 스토리가 쉽고 가벼워지고 관객에게 ‘자기몰입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많이 주기 때문에 대중적 재미가 높아지지만, 삶의 깊은 숙성을 놓치게 되어 예술적 작품성이 떨어진다. 실제 세상에선 그 어느 누구에게나 그 어떤 일에나, 거의 대부분이 선과 악이 그리 선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미끄러지면서 얽히고 설켜 든다. 긴 세월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이 선명해진다. 이 알 듯 말 듯한 모호함 속에서 그 절묘한 줄타기의 맛이 있어 주어야 삶의 깊은 숙성에 잠겨 들 수가 있다. [하얀 거탑]이라는 TV드라마에 빠져 든 것도 ‘이런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국 뉴욕의 로펌(법률상담)회사에 근무하는 전문변호사와 U/노스라는 글로벌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암투를 그리고 있다. ‘삼성과 김용철 사건’이 떠올라 일부러 보았다. 여기에서 로펌은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골치 아픈 사건들을 해결해주는 음습한 일을 주로 한다. 주인공은 100% 성공률을 보이는 ‘유명 해결사’이다. 냉철하고 엄격한 일처리를 하는 주인공이, 같은 동료이면서 절친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남긴 의문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자기 삶이 통째로 흔들린다. 골치 아픈 사건에 100% 성공률을 보이려면 그 사건 뒤에 얽힌 집단과 개인의 심리적 흐름을 꿰뚫어보고 그걸 적절하게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 탄복할 정도로 가히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음습한 작업에 그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양심의 가책쯤은 ‘뉘 집 개 짖는 소리’로 치부해 버리는 ‘자기 합리화작업’이 이미 철옹성처럼 단단히 굳어있을 터인데, 그가 그 높은 경지로 얼마나 남 못할 짓과 음습한 일을 저질렀는가는 보여주지 않고, 갑작스레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여 우여곡절 끝에 골리앗의 심장을 찔러버리는 모습만 보여준다. 겉으로는 드라마틱한 스릴러 두뇌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은 유치한 ‘정의의 사도, 수퍼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은 [본 아이덴터티 · 슈프리머시 · 얼티메이텀]과 엇비슷한 각본이면서도 스토리가 꼬여들어 굵은 줄기를 잡기 힘들어져서 대중적 재미를 잃게 된 것 같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이 영화를 감독하기에 앞서 [본]씨리즈의 각본을 썼던 사람이다. )

*****

‘삼성과 김용철 사건’이 터졌다. 그 동안의 민주화는 ‘정치 민주화’에 지나지 않았다. ‘경제 민주화’없는 ‘정치 민주화’는 반신불구이다. 우린 삼성에게 두 가지 엇갈린 감정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삼성에 대한 뿌뜻함 그리고 삼성왕국이 온 세상을 음습한 손길로 장악해가는 것에 두려움과 불길함. 당신은 어느 쪽에 더 쏠려 있습니까? 난 두려움과 불길함 쪽에 더 쏠려 있다. 그래서 ‘김용철의 고백’이 용감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 시달림에 따른 감정적 복수냐 자기의 시달림을 사회구조적 폭력으로 보아 저항하는 '공분'으로 승화시켰느냐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이유로 그의 고백을 배신보다는 정의감으로 본다. 첫째, 그를 뒤받치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깊은 신뢰이다. 둘째, KBS의 <단박 인터뷰>와 <시사기획 쌈>을 보고, 개인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공분’쪽으로 보였다. 그는 "제가 돈과 자리에 연연했으면, 그들이 제안한 꿀단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전 그 꿀단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나에 관한 갖은 험담을 다 할 겁니다. 나는 진실만을 말할 겁니다."는 요지이다. 마무리 말에 감동 먹었다. "제가 지은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제 영혼을 신부님들께 맡겼습니다."

삼성 쪽이나 '시장만능주의자' 쪽에선 코웃음치고 말겠지만, 삼성이 이번 '김용철 고백'을 입에 쓴 양약으로 받아들여 '맑은 기업'으로 나아가면 훨씬 시장효율성을 살리게 되고 나아가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던 '가짜 노블레스 오블레주'에서 자랑스럽고 당당한 '진짜 노블레스 오블레주'로 변신할 수 있는 '위기를 기회로'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 그래서 삼성은 제품으로 자랑스럽고, 이건희 가문은 '좋은 부자'로 존경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내가 지금은 “우리 사회가 너무 춥다”고 보아 진보세력 쪽에 서 있기는 하지만, 한 편으론 '진짜 노블레스 오블레주'로 참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보수세력을 애타게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노블레스의 엘리티즘’은 너무 추하고 비겁하다.


근데 그가 전라도 사람이란다. “아이고, 또 전라도야? 이용철도?” 똑 같은 말이라도, 이걸 전라도 사람이 말할 때와 경상도 사람이 말할 때가 천양지차로 다르리라! “아아 대한민국!!!, 아아 전라도여!!!”


### 앞 [색/계]에서 중간쯤에 “탄탄한 스토리의 진행에 누드와 정사 장면의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이어 들지 못한다. 게다가 감독이 섹스 자체에 미숙한 건지 잘못된 고정관념에 갇혀있는 건지, 장면의 흐름이 꺾이고 리듬이 끊어지면서 어색한 과장을 보인다.”는 글을 취소합니다.

우연히 그 영화를 한 번 더 보게 되었는데, 정사 장면을 ‘게슴츠레한 관음증’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남녀의 심리적 움직임이 담겨 있다고 칭찬하였지만, 어딘가 좀 어색하고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욕심에서 위와 같은 글을 덧붙였습니다마는, 제 욕심이 지나쳐서 잘못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이야기를 쓰고 나서 다시 읽어봐도 맘에 드는 글이 있는가 하면, 다시 읽어보니 잘못 판단했거나 잘못 그려냈다는 후회가 드는 글도 있습니다. 영화이야기에 무슨 정답이 있겠습니까마는, 위의 글은 상당히 잘못한 것 같아 이렇게 굳이 밝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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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서울친구들 모임에서 아침이슬 2007-12-10 /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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