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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화려한 휴가], "우린 폭도가 아니야~!"
김영주 2007/07/19 18:15    

케이블TV에서 우연히 보게 된 [목포는 항구다]. 처음부터 본 게 아니라, 목포깡패 두목인 차인표가 웬 여자에게 반하여 환심을 사려는 장면부터 보았다. 한 10여분쯤 보는데, 그 분위기도 유치하려니와 차인표의 ‘전라도 사투리’가 어처구니없이 어색하여 닭살 돋아서 도저히 영화를 더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신경질마저 돋아 올라서 확 꺼버렸다. “어떻게 저런 걸 영화라고 만든 거야?”

그런데 그 영화감독이 5.18을 소재로 [화려한 휴가]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에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그래서 북아일랜드판 5.18영화 [블라디 썬데이]를 이야기하는 뒤 끝에 “··· [목포는 ...]는 싸구려 코믹액션영화이다. 더구나 주인공 차인표의 전라도 사투리가 어찌나 어처구니없이 서툴고 어색하든지 기본 성의마저 없어 보였다. ··· 욕심으로야 오월광주를 잘 승화시켜 그려내 주면 오죽이나 감사할까마는, 그렇진 못하더라도 제발이지 오도하거나 우롱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 ”며, [화려한 휴가]를 많이 염려하였다.


그런데 염려했던 것만큼 후지지 않았다. “[목포는 ... ]은 정말 후졌는데?”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에 돌아오면서 당장 비디오가게에서 [목포는 ...]를 빌려다 보았다. 괜찮은 영화였다. 코믹한 장면은 은유적인 페이소스를 깔고 들어가는 풍자가 깃들어 있어서, 보기에 따라선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 주인공 차인표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기와 어처구니없이 어색한 전라도 사투리는 이 영화에 치명적이다. 하필이면 가장 후진 그 10분 장면을 쏙 뽑아서 본 셈이었다. ‘싸구려 코믹액션영화’라고 한 말, 잘못이다.


두 영화가 많이 닮았다. 제작자가 무려 100억원이나 들여서, 그것도 흥행에 실패할 위험이 다분한 ‘광주의 5.18’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 왜 ‘삼류영화’라는 구설수에 올랐던 [목포는 ...]의 김지훈감독을 선택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은 ‘비장한 5.18과 대중적 재미’라는 정반대로 튀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함께 잡을 것인가를 상당히 고민한 것 같다. 그는 아마 그 절묘한 접점을 ‘5.18의 서민성’에서 찾은 듯하다. 서민의 풋풋하고 소박한 남녀의 사랑과 코믹에피소드로 대중적 재미를 잡아내고, 공수부대의 잔인무도함을 정성들인 도청과 금남로 세트장에 담아 그 해 오월의 처참한 참혹함을 생생하게 그려내려고 한 것 같다.


5.18은 ‘전두환의 패거리’가 정권을 잡기 위해서 ‘지역감정’의 초점인 광주를 타겟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불 지른 사건이다. 광주의 데모학생들이 덫에 걸려들도록 일반서민까지 염두에 두고 일부러 잔인하게 진압하였다. 그 ‘화려한 휴가’의 극악무도함이 하늘을 찔렀기에, 하늘이 우르릉 꽝 분노하였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우리 국군이, 그것도 최정예 인간병기 공수부대가 평범한 서민들에게 ··· ”


天心이 民心이었고, 民心이 天心이었다. 5.18의 위대함은 그렇게 天人이 共怒한 民心에 있다. 민주화도 아니었고, 전라공화국도 아니었고, 김대중은 더 더욱 아니었다. 그렇게 天心을 내려받은 그 民心을, 어느 개인이나 단체가 독점하거나 먹물로 솜씨 부려 폼나게 단장하면, ‘그 해 오월의 순이’는 네온불빛 아래 립스틱 짙게 바르고 타락해 간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만나는 5.18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난 정말이지 싫다.


이 영화의 작품성을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시나리오의 줄기를 이루는 남녀의 사랑이 6070의 그 뻔한 신파극이어서 별로 간곡하지도 않고, 예비역 대령의 설정과 그 역할도 억지스럽고 다른 인물설정도 그리 매끄럽지 않아 어색하다. 다른 영화에서도 대체로 그렇듯이 세 주인공과 말쑥한 이준기는 전라도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조연 택시운전사와 제비뺀질이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긴 쓰는데 오바하여 어색한 대목이 많았다. [목포는 ...]를 망쳐버린 차인표에 못지않게, 이 영화에선 김상경의 연기력이 너무나 상투적이고 뻑뻑했다. 이 감독은 왜 남자 주인공에서 이토록 똥볼만 차는 거야? 그러나 이요원의 간호사 역할과 연기력이 좋았고, 조연 운전사와 뺀질이의 코믹한 모습이 가슴 미어지도록 비장한 5.18장면들에 완충역할을 해 주면서 ‘전라도 서민’의 모습이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그나마 제법 그럴싸하게 그려냈다. 마지막 장면은 참 잘 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손꼽히는 장면은, 단연코 도청 앞에서 총 맞아 죽은 아버지를 붙잡고 우는 꼬마의 모습이다. 앙알거리며 울어 제치는 그 모습과 음색이 어찌나 실감나는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부지~~!”


영화 자체만 보자면, 잘 만든 영화도 아니지만, 형편없는 영화도 아니다. 더도 덜도 아니고, 꼬옥 [목포는 항구다]만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광주를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않았고, 어설프게 목에 힘을 주어 굳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게 더 없이 좋았다. 모든 국민들이 무어라 말로 형언키 어려운 부담을 안고 있는 5.18을, 너무 넘치지도 않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비장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려냈다. 우리가 그 오월정신을 이 땅에 더욱 드높이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 해 오월에 우리 광주가 얼마나 처참하고 참담했는가를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만 해도 고맙겠다는 뜻이라면, 이 영화의 이런 정도의 모습이 대중들에겐 오히려 더 부담 없이 다가갈 수도 있겠다. 더구나 광주에게 미안해하는 맘을 오랫동안 잊지 않고 살았다는 대구사람이, “우린 폭도가 아니었다”는 걸 이 만큼이나마 그려내 주어서 더더욱 고마웠다.


“갱상도 사람들아! 지발이지 이 영화 좀 보고, 우리 절라도한테 인잔 너무 그라지 좀 마쇼! 아~따, 우리가 먼 죄고, 당신들이 먼 죄다요? 웃대가리 고놈 시끼들 따문이제~!”

독자 의견 목록
1 . 웃대가리 고놈새끼들이 문제라구요? 길동 2007-08-02 / 11:10
2 . 실은 그렇죠! 김영주 2007-08-09 /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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