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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트랜스포머]의 장쾌한 스피디 로봇액션, 엄청나다!
김영주 2007/07/06 08:46    

내 어린 시절의 환타지엔 유난히도 각별한 게 몇 개 있다. 엄지공주처럼 작은 인간이 되어 수많은 모험을 하는 환타지, 손오공처럼 구름타고 다니며 갖은 요술을 부리는 환타지, 그리스신화 황금양털의 이아손처럼 아르고를 타고 기이한 나라들을 여행하는 환타지, 철인을 조정하며 갖가지 악당로봇들을 쳐부수는 환타지. 만화 · 동화 · 영화에서 별별스런 상상을 그려내어, 동네친구들에게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도 하고 노가리로 풀어서 홀려내기도 했다.

울 엄니는 “환쟁이든 말쟁이든 가난에 찢어진다든디, 니는 가난한 거 징하도 안해서, 헌다는 짓이 가난한 짓꺼리만 골라서 찾어댕기냐~?”며 역정을 내셨다. 그 때 그 시절부터 만화 · 영화의 환타지에 빠져든 중독증을 버리지 못하고, 이젠 글로 노가릴 풀고 있으니, 글자 그대로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겠다.


내가 맨 처음 만난 로봇은 아직도 젖내나던 시절에 동네 만두집 옆 만화방에서 본 이종진의 [철인]이다. 그 원본이 [바벨2세]의 일본만화가가 만든 [철인28호]였다는 걸 까까머리시절에야 알았다. 우리 어린 시절의 그 수많은 만화들이 거의 대부분 일본만화 복사본이거나 표절한 것이란다. 하늘의 별처럼 많이 본 만화책와 만화영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철인]과 [아톰]의 장면들은 아직도 눈에 가득하다.(1년 전쯤에 SBS에서 최신판 [아스트로보이 아톰]이 그 그리운 캐릭터들을 새로운 색조감과 생동감으로 화려하게 업그레이드되어서 대단한 장면들을 선사해 주었지만, 그 옛날 흑백만화로 본 [우주소년 아톰]이 오히려 고졸古拙한 맛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정겨운 그리움을 자아냈다.)


거대로봇의 원조는 철인28호이다. 그게 마침내 70년대엔 마징가Z와 태권V로, 80년대엔 변신로봇으로 진화했다. 내 어린 시절의 열광을 떠올리면서 정겨운 눈길로 조카세대의 그 매니아들을 지켜보았다. 그 변신로봇과 만화잡지를 즐기려고 일본어 공부까지 하던 세대였다. [건담] [맥칸더V]에서 [에반겔리온]까지. 그 일본의 변신로봇이 느닷없이 미국영화로 등장하였다. 컴퓨터그래픽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젖히더니, 이번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손을 빌려 [트랜스포머]로 다시 새로운 장을 열겠구나! 잔뜩 기대했다.


로봇영화를 돌이켜 보았다. [로보캅1], 대단했다. [터미네이터2], 놀랍고 황홀했다. [A.I.], 괜찮았지만, 많이 서운했다. [월드 오브 투모로], 거대로봇만 대단했다. [아이 로봇], 괜찮았지만 로봇 자체가 서운했다. [우주전쟁], 로봇이 땅속에서 등장하면서 그 으스스한 눈초리는 정말이지 잊을 수 없다.( [트랜스포머]포스터에서 이 눈초리를 도용한 것 같다. 그 눈초리를 기다렸는데,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

[트랜스포머]의 예고편을 보니까, 더욱 기대가 차올랐다. 예고편만으론 경솔하지만, 지금까지의 로봇영화는 이 영화가 나오기 위하여 워밍업하는 오픈게임처럼 보였다. 두근거리는 맘을 다둑거리며 일찌감치 자릴 잡았다.

처음 10분, 참 대단하대요. 헬리콥터가 내려앉고선, 삐직 빠지직 찌리릭하더니, 그리곤 끼리릭 끄르륵 빠그륵 으그극 가갸각 캭 고오고옹. 난 “우와~!”. 영화에선 “Oh my GOD!" 트랜스포머가 등장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막의 미군기지를 초토화시켜버린다. 건물이 부서지고 깨지고, 탱크 전투기 버스가 마구 나뒹글며 모든 게 산산히 박살이 나버린다.


엄청나고 무지막지했다. 그것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했다. 더 우악스럽고 더 무지막지하고 더 엄청난 싸움판이 다가오고 있었다. 화면속도가 어찌나 빠르고, 정의쪽과 악당쪽이 서로 뒤엉켜서 대도시를 쑥대밭으로 짓이기며 난리법석을 피우는 통에, 도무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싸우고 부수는지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냥 입이 떡 벌어지질 정도로 엄청난 장면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지고 휙휙 지나가버린다. 화면을 쭈욱 훑어 볼 틈이 없다. 통째로 보듬고 보아야 한다. 좀더 음미하려거든 한두 번을 더 보는 수밖에 없겠다. 비디오화면으론, 이 엄청난 장면과 음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에, 아마 얘들의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만화쯤으로 보기 쉽겠다. 이런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스토리는 뻔하다. 전형적인 미국 영웅주의. 남주인공은 어리고 조그만 게 자못 똘똘하다. 여주인공은 제법 육감적이지만, 싸구려 이미지가 묻어 있고 표정연기가 많이 허전하다. 무엇보다 서운한 것은, 정교한 그래픽으로 그려낸 거대로봇의 엄청나고 호쾌한 파워풀 액션에 비하여, 싸움 장면이 끝나고 평상시로 돌아간 다음엔 로봇캅이나 브루스윌리스 같은 든든한 아저씨가 뒷골목 조무래기들을 오금저리게 혼쭐내주는 보디가드쯤으로 쫄아드는 허전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우선 그 무시무시한 거대로봇이 그 하나만으로도 엄청난데, 두 셋도 아니고 무려 정의쪽 다섯에 악당쪽 예닐곱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세상 무엇이나 흔해 빠지면 심드렁해지는 법, 거대로봇이 너무 흔해 빠지게 널려 있어서 그 충격적인 압도감에 김을 푸욱 빼버린다. 게다가 거대로봇은 묵묵하게 비장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장대한 무게감을 주어야 마땅한데도, 풋내나는 주인공과 시시콜콜 콩이야 팥이야 이러쿵 저렁쿵 주절대며 꿀꿀한 농담까지 주고받는다. 특히 주인공의 좁은 집마당에 들어와 숨박꼭질하며 우릴 웃겨주는 장면은 그들의 순박함이 아니라 장엄한 품격을 추락시키는 철부지의 오줌싸개 같았다.

이 한 편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3편까지 만든다고 하니, 한 편마다 싸우고 부서지고 망가지면서 다음 편에 업그레이드되고 또 그 다음 편에 더욱 업그레이되는 모습으로 차근차근 천천히 등장시켜가며, 싸움 장면을 그토록 어지럽게 속도감을 내는 것보다는 장대하고 호쾌한 모습에 육중한 무게감을 실어서 좀 차분하게 생생하게 그려냈더라면, 훨씬 멋있고 가슴 벅차게 장엄했으리라! 그래픽영화에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었을 가능성을, 어느 한 시절에 스쳐가는 한 편의 오락거리로 전락시켜버린 것 같다. 안타깝다!!!


이런 서운함과 안타까움은 [철인28호]의 장쾌함에 익숙해진 내 개인의 미감코드인지도 모르겠다. 80년대의 변신로봇과 그 일본만화의 플롯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나의 서운함과 안타까움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에나 빗댈 만큼 허접스러운 건 결코 아니다. 이런 정도의 감흥을 주었던 장면을 보여준 영화를 돌이켜 보면, [터미네이터2] [반지제왕] [투모로우]쯤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내 서운함과 안타까움 때문일까? [쥬라기 공원1]이나 작년 [킹콩]의 그 어느 장면들에 비하면 그 감동이 좀 약해 보인다.


* 뱀발 : 그 엄청난 큐브Cube가 자그마한 보석상자로 변해가는 모습은, 인기가 자자했던 일본애니메이션 [나디아]나 [라퓨타성]의 비밀기지와 비슷한 이미지로 보인다. 이 영화 자체가 이미 일본의 변신로봇을 미국화한 것이다. 백인문화가 예전엔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에 호기심 수준이었는데, 최근 10여년 사이엔 주눅든 듯한 장면이 자주 보인다. 문화교류라는 게 잠시 우월감으로 뻐기고 열등감으로 주눅 들어하는 것 같지만, 한 오백년쯤 길게 보면 그게 우열이라기보다는 결국은 서로 오고 가면서 주고 받는 일인 것 같다. 우리 한류는 과연 얼마나 큰 흐름을 이룰 수 있을까!


독자 의견 목록
1 . 그랜다이져보단 감동이 떨어지구만요 아침이슬 2007-07-08 / 23:36
2 . 맞아요, 그랜다이저 유명했지요! 김영주 2007-07-11 /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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