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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2]와 '닥터 옥토'의 숨막히는 카리스마
김영주 2007/05/09 21:36    

[스파이더맨3]가 관객을 휩쓸고 있답니다. 이번 3편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마는, 제 개인적으론 2편이 더 나은 것 같드라구요. 3편이야기를 하려다가, 3년전의 2편이야기를 먼저 올립니다.

영화관이 주로 부모님들이 어린이를 데리고 와서 보는 게 거의 대부분이더라구요. 어른들도 아주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화면이 큰 곳을 찾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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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홀딱 반했었다. 이웃집 총각형님이 송정리 미군부대에서 민간근무를 하였는데, 우리 작은 누나를 좋아해선지 나와 동생에게 미군냄새가 잔뜩나는 과자나 노리개를 자주 안겨주었다. 거기엔 순 영어로 된 만화책도 있었다. 영어를 모르니 그림만으로 즐겼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말썽꾸러기 바니] [고인돌 시대] [프래쉬맨]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 . 만화그림 옮겨 그리길 좋아해서, 그 복잡한 스파이더맨을 멋지게 그려 동네친구들에게 자랑스레 선물로 주었다. 샛붉고 샛파랗게 색깔까지 칠한 그림은 그 만화책과 함께 상자안에 고이 간직하였는데, 이사 다니면서 어느 골목길 모퉁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곤 까까머리 시절 흑백TV만화영화 [왕거미]로 다시 돌아왔다. 신나고 반가웠다. 우리 집엔 TV가 없고, 그 총각하고 갓 결혼한 작은 누나의 신혼방에 눈치없이 자리잡고 [왕거미]는 물론이고, [밀림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우주왕자 빠삐] [철인28호]에 퐁당 빠져 버렸다. 그것만으로 길게 이어질 한 바탕 노가리는 접어두고, 스파이더맨은 그렇게 어린 내 가슴에 박혀버린 우상이었다.

악당들과 벌이는 싸움그림 컷들이 참말로 굵직하고 박진감 넘친다. 스파이더맨의 굵은 근육과 날렵하고 유연한 몸자세가 너무 매혹적이다. 기묘한 캐릭터 악당들이 보여주는 갖은 액션과 이미지는 긴장을 빠짝 세운다. 지금도 코뿔소맨의 저돌적 파괴력과 싸우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또 그렇게 세월 속에 까마득히 사라져간 스파이더맨이 느닷없이 영화로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깜짝 놀랬다. 포스터의 스파이더맨이 강인하고 아름다웠다. 스파이더맨이 컴퓨터그래픽이 이리 발달된 시절에 그 굵은 액션으로 영화관의 큰 화면으로 만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절로 가슴 설레었다. 예고편으로 맛이 가버렸다. 그가 훨씬 화끈한 업그레이드 영웅으로 뉴욕의 빌딩숲을 가르다가 멈칫 나를 노려보았다. 오금이 바짝 저렸다.


그런데 막상 [스파이더맨1]을 보니, 그 업그레이드 영웅의 카리스마가 숨 막히게 황홀하였지만, 몇 가지 불만에 김이 빠져 버렸다. 거미옷을 벗어버린 생활인 피터 파커는 굵고 듬직한 근육에 깃털처럼 날렵한 몸자세로 보여주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남성미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쌍꺼풀 깊게 진 소방울 눈의 가녀린 기생오래비에 솜털을 갓 벗은 듯한 애송이. 평범하고 어리숙하지만 실은 놀라운 영웅이라는 설정은 평범한 우리에게 "개천에서 난 용"으로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주어 자본주의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려는 문화적 마약인 '스타탄생 신화'의 전형이다. 그러나 나에겐 어려서 자리잡은 굵직한 카리스마 이미지가 워낙 깊게 박혀서인지, 그게 너무 거슬렸다. 게다가 여주인공은 도대체 어떻게 저런 배우가 뽑혔나 싶도록 실망스러웠다. 영화가 예술이고 나발이고 간에, 이런 오락영화에서 주인공 남녀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대중적 호소력은 더 말할 나위 없는 핵심이다. 대체로는 기묘한 매력이 배인 미남 미녀를 선호하지만, 설사 그런 미남 미녀가 아니라도 캐릭터 이미지의 적절함이나 짙은 연기력이 있어 주어야 한다. 스파이더맨을 황홀하게 즐기다가도, 그들이 나타날 때면 환상이 확 깨져 버렸다. 신경질이 났다. 게다가 악당마저도 모양이나 액션이 좀 유치했다. 스토리도 굵지 않고 개운치 않았다.( 2편을 보고 왜 그랬는지 이해했지만. ) 환상과 실망이 티격태격 오고 갔다.

2편이 나오자마자 주인공을 찾아 보았다. 그대로였다. 봐? 말어? 그런데 예고편에서 보이는 악당의 캐릭터와 액션이 범상치 않았다. 가슴이 다시 두근거렸다. 실망스런 그 남녀는 지워가면서 보기로 했다. 캬!!! 그 범상치 않음이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스파이더맨의 환상적 액션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악당의 몸과 마음에 혼연일체하며 움직이는 기계발의 그 미묘한 몸짓과 표정은 섬뜩하고 감탄스러웠다. 짓이겨버리는 액션도 정교하고 폭발적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까지. 그 어떤 장면보다도 이 맛이 이 영화에서 가장 독보적인 백미이리라! 이왕이면 광주극장의 진짜 대형화면으로 보시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라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보여주는 영웅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게 엘리트주의나 스타탄생의 신화를 북돋우는 정치적 이념이 숨어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엉? 황당한 공상영화에 왠 정치적 노림수? 스파이더맨의 고달픈 생활과 숙모의 영웅찬양에, 미국 공화당이념을 새겨넣는 비밀이 숨어있다. 이 이야길 펼쳐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둔다.

* 작은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게장 담았으니, 엄니 자시게 가지러 와라” 작은 누나는 언제나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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