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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드림 걸즈]의 화려한 성공신화에 가려진 슬픈 노래
김영주 2007/03/03 14:13    

[시카고]의 빌 콘돈 감독? [시카고]의 감독은 ‘로브 마샬’인데? 인터넷 영화마당을 찾아보니, 빌 콘돈은 [시카고]에선 각본을 담당했단다. 이 영화 홍보담당이 관객을 꼬이려고 [시카고]의 유명세를 빌린 모양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돈을 댔다는 ‘제작’이 마치 그가 감독한 영화인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젤로 많다. 떨떠름하지만, 뭐~ 틈틈이 있는 일이니 넘어가자.

[시카고]는 독특하면서도 빼어나다. 특히 화면연출에서, 색감과 조명이 강렬하고, 앵글이 매우 독특하다. [엔트랩먼트]에서 그녀의 미모와 몸맵시로 우릴 한 눈에 사로잡는 ‘캐더린 제타존스’가 놀랍게도 춤과 노래에까지 뛰어난 재능을 갖추어 ‘하늘의 은총’을 송두리째 받은 여인이라는 걸 확인시켜주었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뚱녀로 우릴 울먹이게 한 ‘르네 젤 위거’가 늘씬하게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변신한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에 비하면 [드림 걸즈]는 빼어난 미모의 쎅시 아이콘 비욘세라는 볼거리 말고는 여러모로 많이 약하다. 그러나 [시카고]에 비교해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스토리도 괜찮고 노래도 좋은 게 많다.


첫 장면의 에서 제니퍼 허드슨의 노래가 영화 안의 관객과 영화 밖의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녀가 이 영화의 중간쯤 터닝포인트에서 을 애절하게 통곡할 때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애달프다. 마무리 즈음에 도 울컥울컥 눈물을 자아낸다. 마지막 장면과 노래도 가슴이 찡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중심흐름은 슬픔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온통 슬픔으로만 넘치는 게 아니다. 화려한 무대에 신나는 노래로 절로 어깨춤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절로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픈 장면이 더 많다. 제니퍼 허드슨이 슬프게 불렀던 를 비욘세가 흥겹고 육감적으로 섹시하게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장면은 우릴 열광의 도가니로 빨아들인다. 슬픈 노래를 이렇게 신나는 노래로 리메이크한다는 게 참 특이하고 음미할 만하다.( 인터넷 영화마당의 OST뮤직비디오로 나와 있으니 신나게 즐기시라. )

2-3년 전쯤에 비욘세의 라는 뮤직비디오에서 그 노래와 댄스에 매료되었다. 노래를 컥컥 받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장면과 길거리 소방폴에 솟아오르며 쏟아지는 분수물을 적시며 흔들어대는 장면의 그 질척한 육감적 공세를 도저히 감당키 어렵다.( 검색창에서 비욘세 홈피를 찾아들어가 ‘Video'코너로 들어가면, 그녀의 화끈하게 육감적인 Music Video를 여러 개 볼 수 있다. 내가 반한 도 있다. 그러나 그걸로 복받치는 숫끼는 책임지지 못한다. )

그런 비욘세에 눈이 멀어 무턱대고 찾아간 영화이다. 앳된 모습이 농염하게 성숙해졌다. 나오미 캠밸 · 타이라 뱅크스에 우열을 겨룰 만큼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도록 다듬어져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비욘세를 잔뜩 기대했으나 얼렁뚱땅 넘어가버린 게 서운했다. ) Music Video보다 훨씬 못했지만, 농염해진 그녀의 매혹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그런데 제니퍼 허드슨의 슬픔이 이 즐김을 가로막았다. 돈이 장땡인 세상에 남녀가 얽혀서 벌어지는 쓰라림이다. 여기에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이 양념으로 끼어들어 있다. 예술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 1960년대의 미국 사회상을 담으려는 뜻은 그리 짙어 보이지 않는다. 기대한 바도 없지만, 어차피 몇 장면을 담아 넣을 바에야 이 쓰라린 스토리 안에 곰삭여 넣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 뱀발 : 그런데 말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이리도 흥겨운 영화를 보면서 끽소리도 없다. 교양이 강물처럼 도도히 넘쳐서 있겠지요. 우리 관객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숨 막혔다. 그렇다고 내가 관객들의 그 엄숙한 교양을 깨뜨리고 선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결국 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탄성과 환호를 몇 번 질렀다. 예전처럼 그런 나에게 교양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보니 나만 늙으수레하고 나머진 새파랬다. 그들의 ‘불 꺼진 젊음’이 차암 불쌍했다. 더구나 이런 음악댄스영화를 화면이 손바닥만하고 오디오시스템이 화끈하지 못한 영화관에서 본다는 게 불끈 화났다. 답답한 맘을 풀 길이 없어 허공에 대고 마구 욕했다. “xx 교양해야 할 땐 저질임서, 열광해야 할 땐 고질이야! xx "

* 다음 글은 [드림 걸즈]를 좀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씨네21>의 차우진 기자의 글을 조금 손질하여 올렸습니다. 참고하세요.

드림걸즈 그리고 슈프림스와 모타운

<드림걸즈>는 ‘전설적인 걸 그룹’ 슈프림스(와 다이애나 로스)를 모델로 구성된 이야기다. 슈프림스는 모타운에서 활동하기 전 프라이메츠(Primettes)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영화에서는 드림메츠(Dreamettes)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시카고 출신의 세 여자 에피 화이트(제니퍼 허드슨)와 디나 존스(비욘세 놀스), 로렐 로빈슨(아니카 노니 로즈)으로 구성된 이 ‘걸 그룹’은 우연한 기회에 중고차 딜러이자 음악 매니저인 커티스 테일러(제이미 폭스)와 계약을 하게 되고, 당대 슈퍼스타인 제임스 ‘썬더’ 얼리(에디 머피)의 배킹 보컬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다. 이 세 소녀들이 가수로 성공하고 다투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하지만 다시 시작한다.

어쨌든, <드림걸즈>는 모타운 레코드와 슈프림스의 성공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당대 최고 스타인 제임스 ‘썬더’ 얼리는 제임스 브라운과 마빈 게이를, 타고난 비즈니스맨으로 등장하는 커티스 테일러는 모타운의 설립자인 베리 구디 주니어와 1960년대 당시 걸 그룹의 사운드를 창조했던 ‘사운드의 벽’(wall of sound)공법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필 스펙터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마할리아 잭슨 ` 잭슨 파이브 ` 슬라이 앤드 더 패밀리 스톤과 같은 가스펠 솔 펑크 음악가들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재치있는 위트를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말해 1960년대 흑인음악 커뮤니티를 백인들의(혹은 할리우드의) 낭만적인 노스탤지어로 왜곡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적어도 1960년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해, 게다가 흑인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 인종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다민족 국가이자 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미합중국에서 대중문화란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맥락의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이것은 어느 자본주의 국가든 마찬가지다). 각설하고, <드림걸즈>가 2시간 동안 묘사하고 구축해놓은 ‘솔 커뮤니티’는 전적으로 백인 수용자들의 낭만적인 노스탤지어의 반영이다. 특히 커티스 테일러는 흑인이라는 정체성이 제거된 ‘자본가’로 등장할 뿐이다. 여기에는 1960년대 후반을 뒤흔들었던 흑인 인권운동도, 베트남 전쟁도 주인공들의 삶과는 무관하다. 오로지 예술적 집념, 혹은 가족의 회복만이 이들 사이에서 작동하며 레인보 레코드 소속 음악가들의 갈등도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된다. 잠깐, 개인적인 갈등이 무가치하다는 뜻이 아니다. ‘콜 앤드 리스펀스’(흑인음악 특유의 화답 방식)를 통해 개인의 문제가 공동체의 문제로 수용되던 경험과 이런 과정을 통해 솔 커뮤니티가 구성되던 맥락이 영화에서는 생략되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모든 갈등이 가족애로 해결된 뒤 백인 청중 앞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은퇴하는 더 드림스의 모습은 다사다난했던 어느 걸 그룹의 아름다운 마지막이 아니라, 미국 역사상 가장 반문화적 가치가 드높았던 1960년대의 한 성과로서의 흑인음악(과 커뮤니티)을 탈정치화, 낭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중요하다. 심지어 영화 중반 이후의 사운드트랙이 대부분 솔이 아닌 발라드였다는 점조차 의미심장하다.

*****

디트로이트의 흑인음악과 모타운


1959년, 베리 고디 주니어가 디트로이트에 작은 레코딩 회사를 열었을 때 그의 수중에는 800달러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 800달러는 그의 가족, 더 정확히는 어머니와 누이들이 조금씩 모아준 사업자금이었다. 이것이 바로 모타운 레코드의 시작이었다.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수많은 레이블들이 존재했지만, 모타운은 유일하게 그 자체가 장르가 된 레이블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의 흑인 음악들, 흔히 ‘모타운 사운드’라고 불리는 음악들은 공통된 어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공통된 감수성을 전달하는 음악들이고, 모타운 레코드 전성기의 사운드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타운, 그러니까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하다는 이유로 ‘모터타운’이라고 불리던 디트로이트의 애칭을 줄여 회사명으로 사용한 이 작은 회사는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흑인음악을 (백인들의) 뮤직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입시킨 회사였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미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주도했던 회사다. 하지만 모타운은 단지 회사만은 아니었다. 초기 모타운은 회사에 소속된 음악가와 작곡가, 엔지니어들이 하나로 맺어진 공동체이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공장 노동자이기도 했던 모타운 ‘식구들’은 인종차별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열정과 애정을 레코딩에 쏟던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회사의 슬로건이었던 ‘젊은 미국의 소리’를 만들었고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디트로이트에 흑인음악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가 설립된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베리 고디 주니어는 일자리를 찾아 시카고에서 디트로이트로 이주한 청년이었다. 시카고에는 흑인 게토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고향 남부에 친지들을 두고 떠나온 노동자들이었다. 시카고의 산업은 정육점이나 도살장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산업은 일리노이주 철도를 따라 북부로 이주해온 흑인 노동력으로 유지되었다. 이들은 북부로 이동하며 블루스와 가스펠을 함께 가지고 이주했다. 그러나 남부 흑인들에게 약속의 땅이었던 시카고는 갑작스런 인구 증가와 그로 인한 도심의 게토화가 진행되었고,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무런 관심도 대책도 없었다. 흑인 기성세대는 이런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한 반면, 흑인 청년세대는 꿈을 좇아 시카고를 떠났다. 베리 고디 주니어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공장지대에서 흐르던 흑인음악의 상업적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었다. 당시 흑인음악은 백인들에게는 거부의 대상이었다. 백인 중산층 개신교 가정의 자녀들은 섹스와 쾌락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솔음악으로부터 격리되기를 원했고 라디오에서는 흑인음악이 방송되지 않았다. 모타운 레코드는 이런 문화적 차별을 역으로 이용해서 섹스 대신 로맨스를 노래했고, 소속 가수들의 목소리와 사운드를 ‘흑인답지 않게’ 만드는 전문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 여기에 앨범 커버에서 개별 아티스트의 이름을 지운 홍보 전략이 더해져 모타운 레코드는 백인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이뤘다. 물론 모타운이 인종차별의 정치와 무관했던 것은 아니었다. 베리 구디 주니어는 백인 취향의 곡을 만들어 돈을 벌었지만, 라디오 PD들과 접촉하며 뇌물을 주지 않았고(당시에는 라디오 프로듀서들에게 7인치 싱글과 현금을 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공연장까지 올 차비가 없는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버스 투어를 하거나 흑백구분이 된 극장에서 백인과 흑인들을 위한 다른 노래들을 불렀다. 모타운은 단지 ‘흑인 기업’이 아니라, 흑인의 영혼(black soul)이 깃든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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