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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용의 창업과 경영


먹는 것에 관한 지겨운 호들갑
중국산 김치 파동을 보면서
한규용 2005/10/26 16:09    

지난 토요일 등산길에 들렀던 유명 가든 식당에서도 심지어 오늘 점심시간에 찾았던 김치찌개 전문점에서도 김치는 반찬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회의시간에 가맹점에서 아예 김치를 내놓지 않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괜한 의심 사느니 차라리 열무김치나 맛깔스러운 밑반찬하나 더 준비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배추김치 빠진 밥상을 받아보니 어색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외식사업에 몸담고 있기에 육안으로나 맛으로나 구별이 쉽지 않은 중국산 김치가 국산의 반 가격에 유통되고 가맹점이 그 유혹에 고민스러워 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았지만 유기농 야채를 쓰지는 못할망정 중국산이 웬 말이냐고 단호하게 금지시켜왔던 그간의 노력을 생각하면 식당김치는 믿을 수 없다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여간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 년만큼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문젯거리가 끊이지 않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2년 전 나타나 아직도 진행형인 조류독감의 망령, 만두파동, 중국산 납 꽃게, 수입 밀가루의 농약검출, 최근의 발암물질 생선까지...

사회적인 웰빙 바람과 맞물려 불량 먹거리에 관한 뉴스는 그 심각성이나 파문에 관여치 않고 포털 사이트 뉴스란에 짙은 색을 유지해왔다.
굳이 냄비근성을 탓하지 않더라도 당시의 호들갑이 민망하지도 않은지 몇 달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도 사먹고 대화주제에서도 쑥 빠져버리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뉴스거리가 없나보다’ 자조하게 된다.

솔직히 까발리자면 대부분의 감자탕 체인점들 캐나다산 돼지 뼈 쓰고 한때 유행했던 데리야끼 치킨의 날개와 다리는 미국산이며 저가 삼겹살, 갈비 체인 모두 수십 개국에서 수입된 돼지고기를 쓴다.
그 뿐 아니라 많은 김밥집과 중국집에서 중국산 찐쌀을 쓰고 대부분의 횟집․장어집 수족관에 중국양식장에서 공수된 생선으로 채워진지 오래 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소비자들은 1인분에 3,000원대의 삼겹살, 1마리 9,900원 하는 광어와 한 줄에 천원하는 김밥을 먹으면서 이것이 국산이면서도 이 가격일수 있나하는 의심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단 말인가?
국산이라고 속였다면 모를까 수입산 이기에 가능한 혜택을 모두가 공유하면서 수입은 모두가 나쁘다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다.

식당김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학교 급식하는 아이들에게 별도의 김치도시락을 쥐어주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 마다 도시의 자식들에게서 김장 부탁을 받는 이 호들갑의 시작과 과정을 보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쌀값도 떨어진 김에 1차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계략이 아닌가 괜한 의심이 가게끔 중국산 모든 먹거리의 문제로 상황이 연출되면서 ‘깨끗한 먹거리’를 가려내며 보장할 방법에 맞춰질 초점이 수입 농수축산물은 모두 위험하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납이 기준치를 넘긴 것도 아니고 겨우 6분의 1이 검출되었는데 먹으면 큰일 나는 양 보도한 언론이나 검사를 채 완료하지도 않은 채 안전하다고 미리 발표하여 상황을 악화시킨 식약청은 자기들이 중국산 김치의 대대적 홍보자 노릇을 하게 되고 최대 교역국 중국이 바라봤을 때 괜한 트집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정말 못했을까?

국내 농가 보호한다고 관세를 300% 부과했다가 중국의 휴대폰 금수 조치를 통한 보복에 무릎 꿇고 결과적으로 농민들만 힘들게 했던 2000년도 마늘 파동을 벌써 잊어버린 걸까?
국내 외식업과 야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다 치고 말이다.

그 보도가 나가고 필자의 회사로는 중국산 김치 구매에 관하여 문의하는 가맹점의 전화가 쇄도 했는데 ‘그렇게 싸고 품질 또한 구별이 안 된다는데 힘들여 비싼 김치 담느니 우리도 좀 쓰게 알아 봐 달라’ 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리고 곧 중국산 김치가 품귀현상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여기에 이어 나온 기생충 알 검출 보도는 불난데 기름 부은 격이다.
납 검출 보도와 발표는 서둘 일이 아니었다. 불난 걸로 끝내야 진화가 쉽다.
오늘자로 배추 한포기는 3,000원을 넘기고 대기업 몇몇을 제외한 중소 김치 제조업체들이 매출감소로 공멸의 위기에 처했으며 대형 할인점에서는 중국산 야채와 생선을 모두 치우고 있다한다.

중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그린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난리더니 한국산 향어․송어에서도 검출되어 함몰되는 관련업계를 민망한 모습으로 정부가 나서서 수습하는 장면이 이제 김치에서도 반복될 위기이다.

이번 주말까지 샘플링 검사한 10배의 업체제품을 더 검사하고 발표한다 하니 8월까지 240t의 중국산 배추와 양념을 가져와 ‘메이드인 코리아’김치를 만든 국내 업체 제품에서도 기생충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한 대사관에서 할인점에 직접 전화하여 중국산 철수를 항의하고 벌써부터 한국 화장품에 무역 보복할 조짐이 보이는 중국과의 통상 마찰과 국내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적당한 시기에 순서를 따라 발표하는 정부의 자세와 잘못된 일에는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상처를 더 찢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언론의 보도 자세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중국산 김치 파동이 어떻게 마무리 되더라도 우리사회 전반의 먹거리에 대한 행정과 시스템에 국민들의 정서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상적으로 ‘우리가족이 먹는 다는 마음으로…….’가 아닌 소비자 위주의 행정과 시스템을 구축, 시행하여 부쩍 높아진 국민들의 웰빙의식을 만족시켜 줘야한다.

이번에도 정부는 불법 식품수입업자의 영구퇴출과 형량 하한제 도입, 중국과의 위생약정 체결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공무원을 파견하여 수입해가는 과일을 감시하는 것처럼 현지 공장을 등록하여 관리하는 방안 등 여러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고 있다.

매번처럼 큰일을 겪은 후에 대책을 내놓지 말고 미국의 10%에 불과한 식약청의 인력과 예산부터 늘리고 걸맞은 권한도 부여하여 일할 여건을 먼저 만들어준 후 담당자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 유통자들에게 합리적인 품질 경쟁을 유도시켜 줘야 한다.
작년 만두파동 때처럼 이틀이 멀다하고 찾아오던 공무원들의 실적 위주의 단속은 기업 경쟁력만 떨어뜨릴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교육을 위한 예산의 편성과 위생설비 증설에 대한 지원이 정직한 수입업자에 대한 지원과 맞물리고 농수축산물 수입이 공산품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 경영에 어쩔 수 없는 반대급부임을 인식하여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니라 싼 가격에 좋은 상품을 고른다는 국민의 인식이 앞서야 한다.

국산 돼지고기에서 수입의 수십 배에 달하는 항생제가 검출되었다는 뉴스는 쉽게 무시되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요즈음의 호들갑은 그다지 떳떳치 못하게 느껴진다.

내일은 단골식당에 가서 말해야겠다.
“국산이든 중국산이든 사장님이 파는 것은 믿고 먹어요!”



독자 의견 목록
1 . 콩치고 팥치고.. 용당동 2005-10-27 / 12:57
2 .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해법 2005-10-28 /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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