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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용의 창업과 경영


실수 - 고객을 감동시킬 절호의 기회
한규용 2003/09/30 13:38    

난 되도록이면 맥도날드보다 롯데리아를, 나이키보다 프로스펙스를 찾는 국산품 애용주의자이다. 그러나 한달 전부터 사무자동화 기기 만큼은 미국 출신 다국적 기업 H사 제품의 홍보 전도사가 되고 말았다. 아마도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반년동안 H사 욕만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H사 제품 구매를 권유하는 걸 보며 이상스레 생각하겠지만 그 내막을 알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지난 4월 서울 사무소를 정비하면서 H사의 복합기를 구매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담당 직원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에 따른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 담당 직원은 국산품을 사지 않은 질책을 제품을 배달해 왔을 때보다 프린트가 되지 않는 원인미상의 고장일 때 더 많이 들어야 했다.
하필 중요한 문서를 출력해야 할 때 한번씩 나는 고장은 A/S를 2~3차례 받아도 좀처럼 시정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8월, 퇴근 무렵 복합기가 고장이 나서 평소보다 1시간가량 늦게 퇴근하게 된 담당 사원이 A/S 센터에 항의 전화하는 걸 봤는데 다음날 아침 출근해 보니 말끔한 새 기기로 교체되어 있었다. 복사기 임대를 고려할 정도로 지난 5개월 동안 출력한 문서가 많았었는데 비록 몇 번 고장은 있었다지만 새 기기로 바꿔준다는 것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A/S에 대한 약속을 지킨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나를 포함하여 그 제품을 사용한 전 사원들은 H사에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 철저한 고객관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구! 이거 미안해서 다음에 꼭 이 회사 제품 사줘야겠네.”
거의 반년을 H사 욕하기 바빴던 서울 사무소 직원들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 고객이 보는 앞에서 실수한 대한 대처 능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늘 고개 숙이는 마음으로..
이제 독자들의 얘기를 해보자.

당신이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한 부부가 선글라스를 구매하러 와서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데 데려온 4살짜리 아이가 테이블에 진열해 놓은 안경을 건드려서 깨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겠는가?

“ 먼저 사장님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현장을 정돈합니다.”
50점짜리 대답이다.
지금은 이 부부를 값비싼 제품의 구매로 유도할 수 있으며 향후 단골 고객으로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우선 아이가 다치거나 놀라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후 아이를 안심시키고 미안해하는 부부를 위로하는 게 먼저이다. 그 일가족을 쇼파로 안내하여 앉게 한 후 현장을 청소하고 피해금액을 파악하는 순서로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청소하는 동안 그 가족에게 마실 음료수를 서비스 한다면 금상첨화이다.

앞선 H사의 사례처럼 제공자의 실수가 됐건 후자처럼 고객의 실수가 됐건 실수는 양측 구매 관계의 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위기에서의 효과적인 대처는 평소보다도 더 큰 감동을 주고 신뢰를 쌓게 만든다. 실수했을 때가 바로 기회인 것이다.

‘세피앙 화장지’의 대표이사이면서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인 ‘필하우스’를 운영하다가 현재는 익산, 군산에 지점까지 두고 있는 K사장님의 경험담은 약간 엽기적이지만 그 사람이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두어 달 지났을 때입니다. 지금은 개발이 끝나서 주변이 불야성을 이루지만 그때는 상가 조성이 덜 된지라 신주거지 특성상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어요. 저녁 식사시간 쯤 일가족이 아들 생일 축하 식사 자리를 가지면서 메뉴를 고르는데 젊은 엄마는 속이 좋지 않다고 주문을 하지 않더라구요.

그러려니 하면서 축하음악 틀어주고 폭죽도 터트리고 하면서 축하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데도 아이의 엄마는 얼굴빛이 점점 새파래지는 거였습니다.

제 집에 오기 전에 뭔가를 잘못 먹은 것 같은데 아들 생일파티 분위기를 해칠까봐 꾹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더라구요. 갑자기 제가 조마조마 해졌습니다. 저러다 큰일 나지 싶어서요. 아니나 다를까 케이크 불을 끄자마자 그 엄마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화장실 쪽으로 뛰어 나오더군요. 제가 마침 화장실로 가는 통로쪽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제 앞에서 참았던 구토를 터뜨렸습니다.

그 엄마의 돌출 행동을 모든 손님이 쳐다보고 있는데 음식 맛 떨어지는 이 사건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찰나지간에 오가더라구요.
그러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받아버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쨌든 손님이 안 보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후 그 사건은 전주 인후동 일대에 과장이 덧붙여져서 전설같이 퍼져나갔고 ‘필하우스 사장은 완전한 프로다’라고 인정받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내 자신도 이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다.
그래서 K사장이 나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벌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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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서비스업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풀꽃 2003-10-01 /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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