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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시골은 '묻지마 관광'
동네주민들과 선거운동 냄새나는 '알 수 없는 관광'을 다녀오다.
박수한 2003/07/11 00:44    

장맛비가 내리는 어제 나는 집사람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정말 오랜만에 관광버스를 타고 놀이를 다녀왔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하우스 농사일이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라서 한쪽의 시간을 낼수 있었던 것이다.

개별적으로 관광을 다녀왔던 기회는 여러번 있었으나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이번이 처음이었고,특별히 주의깊게 알아봐야할 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 관광놀이에 참여하기로 했다.
△ 동네주민들과 어울리는 맛에 함께 다녀온 묻지마 관광의 찜찜함, 선거도 여러번 치러지다보니 배후자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단수가 높아졌나 보다. 영화 묻지마 패밀리 포스터.
이여름에 더구나 장맛비가 쏟아지고 언제 어떻게 환경의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관광 버스를 대절하여 놀이를 간다고 하니 모두가 의아해 할것으로 본다.
놀이의 배경은 이렇다 .

며칠전 마을에서 일을 하러오신 아주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마을에서 관광 버스를 대절해서 놀러 가기로 했답디다"
"민주당의 A 의원 지역활동책으로 있는 B 씨가 버스2대를 대주고 나머지는 부녀회에서 부담하기로 하고 놀러간대요."

내가 듣기에는 무엇인가 떨떠름하고 냄새가 날듯한 뉘앙스속에 관광이 결정되었다는 말에 내귀는 솔깃해질수 밖에 없었고, 그 의원의 지난 선거행적 소문때문에 더더욱 궁금증은 더해갔다.

때마침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하자는 연락이와서 관광을 가게된 동기도 알아볼겸 내려갔더니,처음이야기와 똑같이 B씨가 차를 대주기로 했다는 것인데 차를 대주기로 한 이유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생각하는것이 B씨가 활동책이니까 만주당의 A 의원이 대줬겠지하는 추측겸 진실을 말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래? 그러면 관광을 가는날엔 틀림없이 정당 관계자나 A의원의 측근이라도 나와서 한마디할 것이다'라고 예상하고 녹음기와 카메라를 준비하고 마을 회관으로 갔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가 이쁘게 단장을 하시고 나와 계셨다.
부녀회에선 출발전 준비한 먹을것들을 챙기느라 부산했다.
전날에 돼지도 잡고 술과 음료수도 준비하고 닭도 튀기고 떡도하고 과자도 사고 김치도 새로 담그고 모두가 고생을 해서 준비를 했다고 한다.

나나 집사람은 일하느라 준비를 같이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상황을 봐서 노력 봉사나 하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출발을 하려고하니 이게 웬일인가? 원래부터 뚜렷한 목적을 갖지 않은 관광이었지만 '비도 오고 그러니까 원래 계획했던 목적지를 가지말고 변경했으면 좋겠는데 어디로 가는것이 좋으냐'며 설왕설래 하는것이 아닌가?

결국은 버스기사의 의견대로 가까운곳을 다녀오기로하고 일단 출발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내용이야 어떻든 이렇게 여럿이 놀이를 가는것이 마냥 즐거웠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저 심드렁하니 별수없이 가는 듯한 인상을 주게되니 조금은 분위기가 침체되었다.

노력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나는 출발후에 곧 먹을것을 나르고,이것저것 심부름을 하다가 마이크를 잡고 자연스레 사회를 보게 되었다.

여자나 남자나 한사람씩 마이크를 들이대며 본인의 이름을 소개하도록했는데 모두가 한동네 사람이지만 생전처음 자기이름을 대며 소개하라고 하니 모두가 당황하고 말을 더듬는 것이 아닌가.

특히나 나이드신 여자분들은 본인의 이름을 대는것을 엄청 쑥쓰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 "나 무슨댁이요"하며 좀체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렇게 시작한 관광은 분위기를 서서히 달구어 우리나라 '특유'의 관광버스 춤이 나오고 노래가 나왔다.

그렇게 점심도 맛있게 먹었고, 지리산 온천에서 온천욕도 주민들은 즐겼다. 업소에서 준비한 음향기기로 한바탕 소화도 시키고, 우린 다시 우리마을로 향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궁금했던 A의원이 누구인지는 도대체 알 수 없었다.

별 의미없이 그저 하루의 즐거운 놀이로 보낸것이 되었는지 아니면 일을 추진한 사람의 의도대로 마음한구석에 감사하는 마음의 한자락과 함께 다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인상이 박혔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단지 일을 추진한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A의원과 관계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안보였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기도하고 한편으론 고단수의 전략이 아닐까하는 나의 추측정도일 뿐이다.

이미 처음 관광버스 제의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A의원이 대준 것이라는 심증만을 심어준 것이 커다란 소득으로 보는 고단수의 선거전략이라면 새로운 형태의 향응제공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벌써 시골은 선거를 의식한 향응제공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수법도 더욱 지능적으로 변했다.
이번 선거역시 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감시자가 되고, 내가 고발자가 되는 수밖에..

독자 의견 목록
1 . 장마에 괘안으신지요 버버다리 2003-07-11 / 10:51
2 . 총선준비 2003-07-12 / 12:20
3 . ㅎㅎㅎ 봉롱이 2003-07-21 / 10:28
4 . 삶과 정치는 하나 반디 2003-07-22 / 00:26
5 . 어쩐지 냄새가 난다 음지달 2003-09-17 /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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