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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한의 해남이야기


추석에 작은어머님이 주신 선물
박수한 2004/10/09 11:59    

이른아침 청량리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새벽안개 피여오르는 호수 같은 남한강 맑은 물줄기를 굽이굽이
돌아가며 옛 생각에 젖을즈음이면 양평 도착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들립니다.
기차를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십여분 달리면 그리운 내고향 양평군 개군면 석장리가 나옵니다.

지난 추석 전 이였습니다
추석 연휴가 닥치면 일이 많이 밀릴 것 같아서 집사람과 부지런히 토마토 유인작업을 하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급작스러운 작은 어머니의 부음!!
출상일이 추석일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난감한 한숨섞인 형수의 소리를 들으면서 하던 일을 마치고 나의 애마 더불캡을 타고 양평으로 향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벌초 때 몇 년 만에 처음 왔으면서도 벌초만 끝내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작은어머니를 뵙지도 않고 와서 마음 한켠 죄송한 마음이였는데 그것이 양평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자정에 도착하니 서로가 살아가느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촌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은어머니께 분향을 하고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하다보니 피곤함도 잊을채 밤을 새웠습니다.
자식들 집에 오면 부침개며 송편이며 이것저것 맛있는 것 해주시려고 장을 많이도 보시고 피곤하셨던지 일찍 누우셨는데 별안간 고통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서 병원으로 모셨는데 그대로 돌아가셨고 추석과 맞물린 빈소문제로 장례식장에서 그대로 모시고 있다며 애통해하는 사촌형과 누이들의 아픔 속에서도 날은 밝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추석날의 출상은 많은 사람들께 폐를 끼친다며 추석 다음날인 4일장을 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던 중 저는 장지를 보기위하여 우리의 조상들이 모셔져있는 선산으로 갔습니다.
남한강물이 잔잔히 흐르는 것이 보이는 양지 바른 곳인데 이곳은 저희가 고향 사람들께 항시 미안함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장지와 집이 3.5킬로미터로 정도인데 직선거리로 오면 그나마도 쉬울텐데 우리의 옛풍습이 상여는 동네 고개를 넘지못하도록 되여있어 하천을따라 남한강을 끼고 돌아오면 족히 5킬로미터는 되는 거리를 상여를 메고 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닌 매번 그런 신세를 져서 정말 미안한데 이번에 또 추석 다음날 그 신세를 지게 된다고 하니 어찌 미안함이 들지 않겠습니까. 물론 먼저처럼 힘들게 먼 거리는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추석날엔 문상객이 거의 없어 고향마을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형님 아저씨 아주머니 등 모두가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자주 찾지 않은 탓이였는지 후배들의 이름을 기억 못하기도 하고 조카뻘 되는 동생들이 누군지 몰라 반올림해주는 인사를 하다가 친구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 옛날 일등상답이던 진사댁논 가운데로 도로가 생기고 모든 논은 경지정리가 되였다

△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고향

그렇지만 뻘건 황토빛 민둥산과 잔디와 진달래 밖에 없던 산들은 아름들이 참나무 소나무로 우거졌고
겨울이면 코 흘리며 친구 집 행랑채 처마 밑에서 고드름 따며 누구것이 더 큰지 내기를 하다 외양간 소 오줌 받는 통에 빠져 집으로 울며 들어갔던 그곳은 모두 사라지고 현대식 양옥과 조립식 주택이 들어서고 있었고 이리저리 굽이지고 물꼬가 있던 논둑길을 한참을 가서야 우리가 벌던 논밭이 나오던길도, 유일하게 사시사철 물마르지 않아 우렁이를 잡을 수 있었던 일등상답 진사댁 논들도 이제는 논 한가운데로 이차선 넓은 길이 나서 버스가 다니고 잘 경지정리가 되여 이제는 어디든 편하게 농사를 짓는 일등상답이 되여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친구들과 옛 이야기중 냇가에서 잡아 얼큰하게 끊여먹던 매운탕 이야기가 나와 지금 내가사는 곳에서는 된장을 이용하여 매운탕을 끓이는 바람에 고추장으로 끓인 매운탕 맛을 못보고 있다니 그러면 이참에 맛을 보고 가라며 추석날임에도 불구하고 강에서 고기를 잡아 파는 집까지 먼 길을 달려가서 매운탕으로서 쏘가리에 이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빠가사리라는 가시많은 고기를 사오니 친구부인 마다하지 않고 기분좋게 끓여내는데 고추장을 듬뿍 풀고 거기에 청양고추 마늘 파 등과 고기를 넣고 수제비를 떠 넣으니 얼큰하면서도 감칠맛나는 그 고향의 맛 자체 였습니다,

꼭 매운탕을 끓여줬다고 해서가 아니라 진한 고향의 마음을 전해주는 친구들로해서 표현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말로만 표시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가슴깊이 새기게 되였고 매년 오월 첫주 일요일에 열린다는 리민의 날에는 혹여 참석을 못한다해도 제가 고향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사표시라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 내 고향에서는 초상이나면 상가집에서 일을 도운 마을 사람들에게 비가 안오면 운동화를 비가오면 장화에다 수건 담배 한갑을 싸서 주는 관습이 있습니다.

추석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마을 사람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며 출상할 채비를 했습니다.
마을 창고에 보관되였던 나무로 만들어진 행여를 꺼내 먼지를 털고 작은 부속들을 챙기기도 했고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운동화와 수건 담배(고향에서는 상가집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비가오면 장화를 비가안오면 운동화와 함께 담배한갑 수건 한 장을 같이싸서 주는 관습이 있답니다.)등을 준비했습니다.

△ 조립식으로 만들어진 상여를 꾸미고있다

장례식장에서는 영구차로 운구를 산 아래까지 하고 거기서부터 행여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운구를 하는데 행여를 조립하면서 어느 부속하나라도 잘 맞지 않으면 “아니 자식들이 부모한테 효도를 다하지못한 모양이야. 왜이리 안맞지?” 하면서 은근히 상주와 자손들이 그동안에 알게모르게 저질렀던 잘못을 꾸짓으며 꽃상여는 만들어져 갔습니다.

북을든 소리꾼의 처량한 소리와 북소리가 상주들의 가슴속을 후비는가운데 한발 한발 장지를 향해 올라갔고 남녀노소 많은 마을 사람들이 장지에 모여 먹을 음식을 챙기기도 하고 포크레인이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작은아버지의 묘 옆자리를 파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 남한강과 용문산이 훤히보이는 우리의 선산이지만 언제나 마을 사람들께 죄송함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 깊게 판 무덤에서 다지기를 하며 고인이 좋은곳으로 가길 빌어준다

△ 3번에 걸쳐 정성스레 다지기를 하며 흥을 돋궈 고인에 대한 슬픔을 치료해 주기도 한다


절차에 따라 매장은 순조롭게 이여졌고 묘를 튼튼히 만들기위하여 다짐꾼들이 지팡이를 들고 묘지위에 서서 발로 다지면서 흥겹게 도는데 소리꾼의 소리에도 다짐꿈들이 꿈쩍하지 않으면 망자가 가는길에 여비가 모자란다고 하기도하고 술이 없어서 못가기도 한다며 딸과 사위를 불러내여 돈을 내게 하거나 술시중을 들게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은 것이 작은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픔보다는 좋은 것으로 편안하게 보내 드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이모습도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언제 끊길지도 모른다는 마을어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석과 함께 보내야했던 작은어머니의 돌아가심을 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누구 일 이든간에 또 누구든간에 고향을 이곳에 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해주고 도와주면서 따뜻한
고향을 느끼게 해주셨던 마을 어르신, 아주머니, 그리고 형님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이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군 생활 졸병시절의 애환이 깃든 곳입니다. 청명수 2004-10-10 / 00:46
2 . 작은 어머니께서 정말 선물주고 가셨군요 노만 2004-10-11 / 09:52
3 . 꽃상여 바아보 2004-10-11 /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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