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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동아 읽으며 ‘논술’ 학습하면 빵점 나올 것
동아 조선 한나라당은 민주화운동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
김동민 2006/12/17 11:01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보위)가 간첩 복역자(전력자)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며 보수·수구신문들이 거품을 물고 있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집권한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의 구국학생연맹(구학련)사건에 연루된 황인욱씨를 민주인사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이상배 의원과 조선·동아·문화 등이 주로 문제를 삼은 대목은 황씨가 1992년의 중부지역당사건에 연루된 간첩이었다는 주장이다. 민보위가 간첩 전력자를 민주화유공자로 인정했다며 색깔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민보위가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겠지만, 나는 이 신문들의 보도에 대해서만 사견으로서 그 황당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동아와 조선은 12월15일 각각 <“간첩 복역자를 민주화 인사 인정” / 정형근 의원 “중부지역당 연루 황인욱씨, 北 노동당 입당 전력>(동아 A5면)과 <간첩 전력자를 민주화유공자 인정 / ‘중부지역당 사건’ 황인욱씨··· 심의위서 통과>(조선 1면)로 보도했다. 마치 중부지역당사건의 간첩 황씨를 민주화관련자로 인정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제목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황씨가 신청하고 민보위가 인정한 전력은 1992년의 간첩사건이 아니라 1986년의 구학련 사건으로 인한 유죄판결이었다. 그렇다면 관건은 구학련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구학련은 기본적으로 전두환 파쇼통치에 저항하는 목적으로 결성되었으며, 미국을 그 배후로 지목하고 반미자주화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기치로 내걸었다.

당연히 권위주의 통치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 황씨는 이 활동과 관련하여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니 그 유죄판결이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 상식을 뒤집는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의 논리는, 나중에라도 간첩행위를 했으니 앞의 행위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정형근 의원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국회의원이 됐으니 안기부 시절의 악행은 없는 것이 되는가? 동아와 조선이 마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국신문인 것처럼 행세하면 친일의 행적은 지워지는가? 사회주의자는 항일독립운동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들이 서슬 퍼런 시절에 구학련을 결성하고 부산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민주화운동을 할 때 동아와 조선은, 그리고 정형근은 무엇을 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후안무치도 유분수가 아닌가?

조선은 심지어 <이럴 바엔 ‘赤化’가 ‘民主化’라고 공식 선언하라>(15일자 사설)고 윽박질렀다. “이럴 바엔 민주화보상심의위는 대한민국이 北에 넘어가는 것이 ‘민주화’라고 공식으로 선언하라”는 것이다. 기사를 쓰지 않고 잠잠하던 중앙일보도 일심회 사건을 다룬 16일자 사설에서 “정부도 간첩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는 마당”이라며 “그렇다면 북한 정권에 충성한 사람은 모두 대한민국의 민주화 유공자라는 말이 아닌가” 라고 일갈했다.


이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논리의 비약이다. 전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의 취지를 매도하는 언어의 폭력이다. 독자들께서는 위 조선의 사설중 아래 대목을 읽고 이게 논리적으로 성립이 되는지 판단해보기 바란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이 처음으로 본격 지하조직을 결성한 것이 구국학생연맹이다. 이들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운운하면서 극단적인 反美투쟁을 벌였다. 민주화보상심의 관련법은 민주화운동을 ‘민주헌정 질서의 확립에 기여한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민주화보상심의위 사람들 눈에는 ‘위대한 수령’과 ‘친애하는 지도자’의 품에 안기는 것이 민주화운동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구학련의 성격을 심각하게 왜곡하면서 현실의 보상법과 대비시켜 심의위 활동을 멋대로 재단한 것이다. 사설이란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논제를 서술하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논지가 논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장은 거짓이 된다. 그 점에서 이 사설은 거짓이다. 만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런 따위의 사설이나 칼럼을 모델로 하여 논술을 익혔다면 빵점을 맞을 것이다. 심의위 사람들 중에 민주화운동을 그렇게 천박하게 보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민주화보상심의 관련법은 민주화운동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하여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제2조의 정의에서 우선적 역점은 전반부에 있다. 조선의 사설은 이 부분을 생략하고 뒷부분만 들먹이며 마치 구학련이 극렬한 주사파로서 민주헌정 질서를 깨뜨린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 주사파라는 것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회주의자라고 해서 항일독립투쟁이 무효가 되는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핵심은 이들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전두환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함으로써 이듬해 6월 항쟁의 승리에 한몫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바로 그 권위주의적 통치의 주체였으며, 조중동은 그 하수인이었다. 민주화운동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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