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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언론개혁


<한겨레>에서 손석춘의 임무는 오로지 노무현 비판?
개혁·진보진영의 자기성찰과 희생이 필요한 때
김동민 2006/12/09 10:46    

나는 강준만 교수의 부탁으로 인물과 사상사에서 펴낸 <시사인물사전>에 인터뷰어로 역할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손석춘 당시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을 인터뷰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 ‘언론개혁을 실천하는 참언론인’이었다. 그의 칼럼은 늘 감동적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가 ‘참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언론개혁에 대한 그의 사고에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특히 요즘 그의 시사평론을 읽으면 감동은 고사하고 답답함이 엄습한다.

손석춘 칼럼의 주제는 늘 노무현 비판이다. 노무현 비판하는 거 좋다. 잘못한다고 생각하면 비판해야지.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 그가 기획위원으로 신분이 바뀌어 올 3월1일부터 쓴 칼럼이 14개인데, 그 중 13개가 노무현 비판이다. 편집증도 이 정도면 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언론인토론회에 다녀와 12월1일자로 쓴 ‘남북언론인 공동성명’이 유일하게 다른 주제였다. 이 토론회가 없었다면 아마 또 그 주제였을 것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 해도 중용의 도를 넘어서면 역효과가 나게 마련이다. 더구나 손석춘의 주장이 다 옳은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톤을 높여 거부감을 준다. 그게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독자가 알아먹지도 못하는 조선시대 사어를 쓰면서. 고담준론(高談峻論), “아무 거리낌 없이 젠체하며 과장하여 하는 언론”(한글학회 지음, 우리말 큰 사전)은 아닐까? 젠체하는 건 아니겠지만 과장하는 건 분명하다.

손석춘은 <청와대 브리핑>과 <국정브리핑>을 나라 망치는 ‘권력신문’이라며 ‘신문권력’에 빗댔다.(나라 망치는 곡필, 8월4일자 칼럼) “정책을 책임지고 집행해나가야 할 공무원들이 어설프게 언론인 흉내를 내고 있어서”란다. ‘언론인’이란 게 하늘에서 부여받은 성직도 아니고, 고시 패스해서 자격증 받은 것도 아닌데 ‘언론인 흉내’란 게 가당한 표현일까?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오마이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던 손석춘이 이런 특권의식을 갖고 있다는 게 놀랍다.

정부도 매체를 소유하고 담당 공무원이 정책의 내용을 설명할 수도 있다. 인터넷 시대 아닌가? 잘못된 내용을 지적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런 식의 오만한 비난은 정도가 아니다. 조중동이 두 사이트를 사이비언론이라고 비난한 바 있는데, 종이신문 기자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배타적 특권의식이라도 공유하고 있는 모양이다.

손석춘은 모든 진보가 단결할 수 있는 3원칙을 제안했다.(왜 ‘모든 진보는 단결’인가, 6월28일자 칼럼) NL과 PD의 과거 불문, 양극화 부채질하는 신자유주의 반대와 한미 FTA 저지, 6·15 공동선언 실천 등이다. 방향은 대체로 옳다. 이 원칙을 거부하는 진보는 없을 거라고 본다. 그러면 이걸로 단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까? 모든 허물은 노무현 정권에게 뒤집어씌우는 바탕에 이 3원칙이면 모든 진보가 단결할 수 있을까?

이 3원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진보진영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갈갈이 찢겨진 상태에서 제각기 추구하는 목표는 ‘내 살 길 찾기’ ‘내 몫 지키기’다. 8월24일에 쓴 <괴물 ‘한-미 FTA’와 살 길>에서 “신자유주의를 좇는 ‘민주정부’가 휘두른 폭력에 농민, 노동자에 이어 임신부의 태아까지 생명을 빼앗겼다”며 “노동을 배제하고 민중을 죽이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서, 창조적 노동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노동 주도 경제’는 뜻만 모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게 살 길이라는 것이다. 선동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런 논의는 잘난 먹물들에게나 통용되는 레토릭이지 현실적 대안은 아니다.

대안 찾기는 진보진영의 자기 성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손석춘은 진보진영의 실상부터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중심 없이 모래알처럼 흩어진 상태에서 제 살 길만 찾아 아귀다툼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손석춘은, 그리고 <한겨레>는 공무원연금개혁에 저항하는 공무원노조를 비판할 수 있을까? 사이비 개혁을 부르짖는 KBS 노조와 민주적 절차가 다 끝난 뒤 뒤늦게 사장 선임을 저지하고 나섰던 EBS 노조에 대해서는 왜 침묵했을까?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당연히 공무원·군인·사학연금에 대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중앙일보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아젠다로 띄우고, 연일 분위기를 돋울 때 손석춘과 <한겨레>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12월8일자에야 3면에 머리기사로 등장했는데, 제목이 <‘더 내고 덜 받게’ 대수술 논란 격화>였다.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이건 뒷북도 못 된다.

중앙이 <“공무원 연금 혜택 확 줄인다” 연금제도발전위 ‘개혁 시안’>(12월5일자 1면 톱), <수술대 오른 공무원연금 국민적 논쟁 불붙었다>(12월6일자 1면 톱), <공무원연금 개혁안 늦출 수 없다>(12월6일자 사설), <일본·프랑스·독일도 공무원 연금 개혁중>(12월7일 1면 준톱) 등으로 치고나가는 열의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동아와 조선도 사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법 개정하고 특수연금도 수술하라>(12월1일자 동아 사설), <공무원이 연금개혁 ‘고통 분담’ 앞장서야>(12월7일자 동아 사설), <국민연금법 개정, ‘高효율 복지’ 계기 삼아야>(12월1일자 조선 사설), <언제까지 이렇게 공무원 ‘奉養’해야 하는가>(12월7일자 조선 사설) 등이 그것이다. 개혁 과제 아젠다를 이렇게 보수신문들에게 빼앗기면서도 노무현 정권만 때리면서 모든 진보는 단결하라고 외친들 무슨 소용이랴. 정작 그 진보는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데.

권력을 비판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권력에 경종을 주어 변화시키려 하든지, 국민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이다. 둘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손석춘식 비판은 권력에 경종도 되지 않고 국민들에게는 짜증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개혁·진보진영의 자기성찰과 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한 역사는 어두운 과거로 회귀하고야 말 것이다.


독자 의견 목록
1 . 손석춘식 비판이라... 행인1 2006-12-13 / 11:07
2 . 손석춘을 만나 봅시다 촌부 2006-12-14 / 22:19
3 . 행복을 찾아가야 행복도 다가옵니다. 김삿갓 2018-04-14 /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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