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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통큰갈비'와 경향신문의 '착한시민 프로젝트', 그리고 돈의 지배
김동민 2011/01/0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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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착한시민 프로젝트> 라는 재밌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의 경험을 통해 과소비와 불필요한 소비행태를 지양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모색한다는 취지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착한시민'은 합리적인 소비를 실천하는 시민으로 정의된다. 모든 시민들이 착한시민으로 변모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이 발상은 모든 사람이 수행을 통해 착한 마음을 갖게 되면 세상이 깨끗하게 된다는 종교적 관념을 연상시킨다. 나부터, 작은 변화로 시작해서 큰 변화를 도모한다는 기획취지는 백번 이해할 수 있고 '착한' 발상이다. 착한 프로젝트 자체에는 박수를 보낸다.

만일, 경향신문의 착한 프로젝트에 공감하여 MBC와 SBS, 조중동 등 모든 매체들이 동참하여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하고, 국회는 관련법을 만들고 정부까지 거들고 나선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어찌 보면 혁명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찻잔속의 미풍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 보자. <착한시민 프로젝트> 1월7일자에 소개한 신나리(31·웹디자이너)씨의 경험담이다.

“할인혜택을 받겠다고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거나, 대형마트의 ‘1+1’ 프로모션 상품 사는 일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는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없더군요. 소비를 유인하는 각종 제도가 생활 깊숙한 곳까지 촘촘하게 파고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 소비습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기업의 상술에 휘둘릴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다보면 ‘궁상맞다’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돈을 잘 써야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겠죠. 무엇이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하는 소비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그리고 또 롯데마트의 통큰 미국LA갈비 파격할인 행사 등 소비자를 유인하는 프로모션 마케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신나리씨는 소비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 사회에서 볼 때 예외적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사회의 물질적 조건에 맞서는 개인의 의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심으로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일까?

무엇보다도 자본권력이 착한 소비의 확산을 용납하지 않는다. 경향신문이나 혹은 조중동이라도 1회적인 소비절약 캠페인은 애교로 지켜보겠지만, 그것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굳혀질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제동을 걸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의 기본 성격이 대량·과잉생산이고, 따라서 생산된 것만큼 소비가 되어야 한다. 자본은 대량·과잉소비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착한시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경험한 그대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중매체 광고다. 그리고 대중매체란 것은 광고로 먹고 산다. 대중매체는 광고뿐만 아니라 각종 (기획)기사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함으로써 자본을 흐뭇하게 만들면서 광고를 끌어들이다. 따라서 아무리 착한 경향신문이라 해도 이런 기획은 1회성으로 그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다른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또 있다. 소비자들이 행복한 소비를 원한다면 상품의 천성을 이해해야 한다. 상품은 타인에게 사용가치이면서 시장에서 교환가치를 갖는다. 상품은 생산자 자신의 소비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된 재화다. 따라서 상품은 우선적으로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동이 투입되어야 하는 바 상품의 그런 유용성을 만드는 노동을 유용노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품이란 본래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상품은 교환되어야 한다. 그 때 교환되는 가치가 교환가치인 바 교환가치는 교환되는 상품에 투영된 노동시간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즉 사회적 평균 노동시간이다. A라는 상품의 교환가치는 B라는 상품의 가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이 때 사람들은 상품 A에 지출된 유용노동은 보이지 않고 상품 B의 추상적 노동의 크기(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이것이 상품의 물신성이다.

"상품은 언뜻 보면 자명하고 평범한 물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품을 분석해보면 그것이 형이상학적인 교활함과 신학적 변덕으로 가득 찬 매우 기묘한 물건임을 알게 된다. 상품이 사용가치인 한에서는...아무런 신비로운 것도 없다...그러나 탁자가 상품으로 나타나면 그것은 곧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초감각적이기도 한 물건으로 전화한다...종교적인 세계의 신비경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여기에서는 인간 두뇌의 산물(신-필자 주)이, 독자적인 생명을 부여받고 그들간에 또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자립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상품세계에서는 인간의 손의 산물이 그렇게 나타난다. 이것을 나는 물신숭배(物神崇拜, Fetischismus)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는 순간 이들에게 달라붙는 것으로서 상품생산과는 불가분의 것이다."(카를 마르크스 지음/강신준 옮김, 자본 I-1, 133~135쪽)

기나긴 과정을 거쳐 상품 B는 화폐가 된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물신숭배는 화폐의 물신성(物神性)으로 진전한다. 이 상황에서는 인간은 없고 화폐와 상품의 관계만 남게 된다. 돈이 가치척도의 기준이 되고 돈이 인간과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사막을 여행하다 길을 잃고 양식도 다 떨어진 두 사람이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두 사람은 큰 자루를 발견했다. 자루에는 금이 가득했다. 이들에게 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상품에 대한 소유욕은 돈에 대한 욕구로 나타난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돈아야말로 사랑이나 행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생활의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럴까?

"돈은 사람을 타락시키며, 변덕스럽거나 게으르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돈은 선으로부터 악을, 악으로부터 선을 생기게 할 수 있다. 낮과 밤이 교차하듯이 돈도 왔다가 가곤 한다. 그리고 돈은 선이자 악마이며, 천국이자 지옥, 거짓 신이자 악령, 우상이자 도깨비, 독재자이자 도와주는 친구이다. 모든 꿈 중의 꿈이요 저주 중의 저주인 것이다."(Klaus Müller, 돈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16쪽)

<착한시민 프로젝트>는, 구조와 제도의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돌파하게 만드는 것은 한계가 명백하다는 점을 더불어 깨닫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각성된 소비자의 조직적인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프로젝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착한 시민이라 해도 통큰갈비와 같은 자본의 공세에 굴복하여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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