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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승만 다큐멘터리'를 위한 조건
김동민 2010/12/27 08:57    

KBS가 이승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기로 했다고 한다. KBS는 12월 24일 ‘2011년 10대 기획과 연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 다큐멘터리를 통해 가감 없이 또 객관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다룰 때가 되었다”며 “내년 8월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가제)>을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노조에 따르면 “김인규 사장이 지난 7월 6·25 특집 방송팀과의 점심자리에서 ‘이승만이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 번 다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길환영 콘텐츠본부장이 ‘안 그래도 이런 기획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 이뤄졌다”고 밝힌바 있다.

좋다. 이승만은 대단한 사람 맞고, 방송에서 한번 다뤄볼만 하다. 인정한다. 그러나,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어떻게 대단한지, 사장 얘기는 거기까지만 듣고, 제작자들은 이승만의 무엇이 대단한지 진실을 담아 제작해야 한다. 김인규 사장이 알고 있는 이승만은 가공의 인물일 것이다. 아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국부로 추앙하며 신화적 인물로 묘사한 그 이승만일 것이다. 공영방송 KBS가 이승만 다큐를 제작한다면, 조선일보의 확성기 노릇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왜곡을 바로잡는 다큐여야 한다.

이승만의 만행과 추악한 모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다. 반민특위 해체와 해괴망측한 사사오입 개헌에서부터 시작해 장기집권과 자유당 정권의 부정 부패 타락 등은 모두 독재자 이승만의 책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NLL이란 것도 이승만의 경거망동을 제어하기 위해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것이다.

원초적으로 이승만의 독립운동은 가짜였다. 그 반대로 독립운동의 훼방꾼이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독립운동단체를 분열시켰고, 윌슨 대통령에게 조선의 위임통치를 청원했고, 심지어 일본 천황에게 "일본이 한국을 독립시키면 한국인의 감사와 우정을 취득할 것"이라는 독립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런 일들로 인해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직에서 탄핵을 받고 물러나야 했다. 대통령직에서 두 번 쫓겨난 실패한 인생인 셈이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독립운동가 장인환 의사의 통감부 외무고문 스티븐스(Stevens, D.W) 저격사건을 알 것이다. 미국의 동포들은 재판비용을 모금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투쟁을 열심히 해 무죄로 석방되게 하였다. 그 때 동포들은 이승만에게 자금을 지원하며 변론을 부탁했는데, 이승만은 그 돈으로 호텔에서 지내다 "살인자를 변호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떠났다.

리영희 선생님이 합동통신 기자였던 시절, 4·19 직전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에 연수를 간 적이 있다. 선생님은 귀국 길에 하와이를 들러 대한독립협회를 찾아 교민들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의 회고담이다.

"내가 30세의 젊은 나이로 이승만정권의 철저한 감시와 미움을 받고 있는 독립협회를 찾아갔던 일은 내 자신이 생각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 이승만의 동지였던 독립협회 노인들에게서 이승만의 과거 행적에 관하여 진실을 알고 싶은 기자정신 때문이었어.

그 노인들에게서 내가 들은 이승만이라는 인간의 야비한 인간성에 관해 다 얘기할 수는 없어. 또 식민지하의 조국독립을 위해 고생하던 교포들을 농락하고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이승만 씨가 얼마나 많은 권모술수를 농했는가에 대한 얘기도 여기서 다 하긴 힘들어요. 그런 인간을 건국 초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한 이 나라 국민들이 바보였고 불행했지! 하기는 그것이 미국의 한반도 경영정책이었으니까"(『대화』, 220쪽)

KBS는 리영희 기자가 독립협회 노인들에게서 들은 이승만의 과거 행적에 관한 진실을 취재해 다큐에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도 아니다. 다큐 제작자들은 브루스 커밍스가 밝힌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그는 수입 있는 취업을 한 적이 없는 듯하며 다른 한인들의 기부금으로 생활하였다.… 1943년에 재미 한인연합회는 그를 '어렵게 얻은 한인들의 돈을 남용한 것', '개인선전' 및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 등을 들어 비난하였다.…

군정은 민주의원에게 주차장과 창덕궁의 사용을 제공했으며 의원들에게 매월 3,000원(200달러)씩을 지불했다. 김성수가 사재에서 1백만 원(67,000달러)을 내놓았으며 대한경제보국회에서 2백만원을 내놓았다. 이 돈의 많은 부분은 이승만에게로 들어가 그의 미국 구좌로 송금되었다.…

여기서 버치는 서울에 있는 미국 선교단체들이 이승만의 원화를 달러로 교환해주었다고 말했다. Bertsch 군정장관이 이것을 발견하고 이승만을 횡령죄로 구속하고자 했으나 상부에 의해 제지당했다. Bertsch는 또한 이승만이 일본 치하의 배경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하여 부유한 한인들로부터 금전을 갈취했다고 말했다."(『한국전쟁의 기원』, 250쪽, 306쪽)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런 진실들은 알려지지 않은 채 국민들이 독립운동가요 훌륭한 대통령으로 잘못 알고 있으니 이것을 바로잡을 책임이 KBS에 있다 할 것이다. 스스로 밝힌 대로 "가감 없이 또 객관적으로" 담아야 한다.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다 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추악한 인물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고 미화하는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준엄한 경고를 해야 할 것이다. 자신 없으면 시작하지도 마라. 언젠가 KBS가 바로서는 날, 반드시 밝혀야 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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