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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한국전쟁 발언, 흥분할 일 아니다
김동민 2010/10/30 23:30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위대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 정부(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계속 노력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의 정례브리핑에서 “시 부주석의 발언은 중국 정부를 대표해 천명된 입장”이며 “중국 정부의 정론(定論)”이라고 못을 박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방한한 마자오쉬에게 “우리 정부는 ‘6·25가 북한의 남침에 의한 것임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고 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어쩐 일인지 동아일보가 비교적 냉정하게 이 문제를 다뤘다. 10월 30일자 3면에 3단으로 다룬 <시진핑 “6·25는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 발언 의미 따져보면…>을 보면,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해석이 소개돼 있다.

“시 부주석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참전에 한정될 뿐 북한의 남침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며 “중국은 6·25전쟁이 남북한 간의 내전이며, 미군과 유엔군까지 38선을 넘어 국경지역(압록강)에 진격한 것이 중국에 대한 위협 및 도발, 즉 ‘침략’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박명림 교수가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쓴 논문 <해방, 분단, 한국전쟁의 총체적 인식>을 보면 한국전쟁의 원인이 된 여러 요인과 경과 및 성격이 소상하게 정리돼 있다. 경험실증주의를 신봉하는 남한의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사실(facts)만을 다루면서 통계를 내고 주관적 해석을 하는 데 그친다. 내면의 진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박명림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해 촉발된 건 맞다. 그러나 1950년 6월 25일의 남침이 일방적으로 느닷없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는 인식과 노력은 제각기 정부를 세운 남북 양측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38선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다반사였다.

미국의 공세적 세계전략도 북한을 자극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엄청난 호항을 누렸던 미국은 전후 곧 바로 불황의 늪에 빠졌다. 소련의 사회주의 혁명에 이어 중국도 미국이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장개석이 대만으로 쫓겨가고 사회주의 국가로 통일됨으로써 미국의 고민은 깊어갔다. 게다가 소련도 핵 개발에 성공한 터였다. 획기적인 타개책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이승만은 '북진통일' 노래를 불렀다. 소위 6·25 남침은 이런 맥락에서, 즉 한-미-일의 위협과 통일전선전략이 어우러져 북한의 정규군이 대거 남하한 것이었다. '남침'이라는 한 마디로 규정될 성질의 전쟁이 아닌 것이다. 이를테면 예견된 내전이었던 셈이다. 백범이 평양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것도 바로 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박명림은 위 논문에서 "6월 25일 북한 정규군의 남하가 전면적 남침이 아닌 제한적 무력동원을 통한 통일정부 수립의 몸부림임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제한적 무력 동원을 통해 서울을 점령,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킨 후 통일지향 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남한 국회를 소집하여 통일정부를 수립·선포하기 위한 제한적 무력 사용을 통한 통일전선전술"이었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틀어지자 북한군은 이승만 정부를 쫓아 남하를 계속했고, 낙동강 전선에서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후 인천상륙작전에 의해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박명림은 위 논문에서 "북한군의 38선 이북으로의 원대복귀를 위해 38선 이남에 한해 해·공군을 투입한다는 명분으로 개입한 미군은, 38선 이북까지 미 해·공군의 작전지역 확대→미 지상군 투입→38선 돌파 결정→선만국경지대에 완충지대를 상정한 북진→완충지대 제거 및 국경선까지의 진격→만주 폭격이라는 확전 일변도의 전쟁정책을 밀고나감으로써 중국까지 참전시켜 전쟁을 국제전화시켰다"고 정리했다.

따라서 "중국의 참전은 정권수립 직후의 어려움 속에서도 조국을 방위한다는 측면과 함께 사회주의권을 지키고 대소·대북관계를 고려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장개석 군대와의 지난한 내전을 끝낸 지 불과 1년이었다. 이와 같은 내면의 진실을 보려하지 않고 시진핑의 발언에 흥분하며 "남침이 맞다"고 비판하는 것은 동문서답이다. 중국의 인민교육출판사가 펴낸 세계사 교과서는 한국전쟁을 이렇게 묘사해놓고 있다.

"트루만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해군과 공군을 파견하여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칠 것을 공공연히 명령하였으며, 동시에 무력으로 중국 인민의 신성한 영토 대만에 대한 해방을 저해하며 제7함대를 대만해협에 파견할 것을 선포하였다. 미국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조종하여 조선 문제에 관한 제안서를 채택하고 15개 국가의 군대를 긁어모아 미군을 위주로 한 '유엔군'을 조직하여 조선 북부를 침공하였다. 9월에 미국 군대가 인천에 상륙하여 북침하였으며 전쟁의 불길은 중국 동북 변경까지 뻗쳤다. 중국 인민 지원군은 1950년 10월 25일에 압록강을 건너 조선 인민군과 어깨 걸고 싸웠다. 중조 두 나라 인민들은 미국 침략군을 38선 부근까지 몰아내었다."

이것이 마자오쉬가 얘기한 정론(定論)일 것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 곧 진실은 아니다. 기자들도 사실이 모든 것이라는 우매한 관행과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1950년 6월 25일의 북한군 남침이 한국전쟁을 규정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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