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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산책 7-고대 그리이스 철학의 물질적 기초
김동민 2010/09/24 07:46    

이번 학기 '언론사상사'란 과목을 강의하는데 선택한 교재의 첫 번째 주제가 '아리스토텔레스 레토릭관 -아테네 여론학으로서의 레토릭'이었다. 글이 하도 난해하여 애를 먹었다. 무슨 학회의 학보에 실은 논문이라고 하니 공인(?)을 받은 셈인데, 심사를 했다면 내용을 이해하며 심사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책의 머리말부터가 난해했다. "신문학은 사회 철학의 영역이다." 라고 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언론학이 사회과학의 대상 중 하나이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19세기 역사학자 랑케(Leopold von Ranke)가 "신은 살아 있으며 전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라고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그렇다면 (그날그날 사회의) 사건을 움직이는 숨어있는 의도들을 우리 언론인들이 망각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인들은 신의 섭리까지 헤아리며 취재를 해야 하는가? 신문학(언론학)을 관념철학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위 논문에서 "플라톤과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력을 강조하고 가장 이상적인 정치를 소수의 사람이 지배하는 귀족제로 간주했다." 라고 썼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텍스트(text)만 옮겨놓았을 뿐 콘텍스트(context)는 고려하지 않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이 고대노예제사회의 이데올로기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면서도 학계의 보수적인 풍토를 염두에 둔 것일까?

철학은 고대 인도와 중국, 이집트에서 문명의 여명기에 태동했고, 역시 고대의 그리이스에서 발전하였다. 철학은 과학적 지식의 맹아가 발생하고 학문적 연구에 대한 욕구가 형성되면서 탄생하였다. 애니미즘의 미몽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사색의 산물인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분석하자면, 원시공동체사회에서 생산력의 증대와 더불어 잉여가 발생하면서 사적 소유, 빈부의 차, 지배와 피지배, 노예소유주와 노예, 나아가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 분화되면서 철학은 잉태되었다. 즉, 육체노동에서 자유로워진 지배계급 내에서 지식분자들이 학문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된 배경이 철학을 비롯해서 천문학, 물리학, 수학 등 학문의 탄생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그들은 역사상 처음 탄생한 지배계급이었다.

당연히 이 시대 철학자들은 귀족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노예제사회를 옹호하는 사상을 갖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정치에 반대하여 독배를 마셨는데, 그것은 노예소유주 계급들 사이의 이해관계였다. 이를테면 그리이스 귀족계급과 식민지 상공업자들 사이에 민주정치에 대한 갈등의 소산인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은 귀족 출신으로 그의 스승의 철학을 이어받아 관념론적 선험론을 고수했다. 한편, 이 시대 소피스트들이란 노예소유주 계급으로서 지배계급의 부패하고 타락한 사상을 반영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중동, 김대중, 류근일, 최시중, 김인규, 김재철... 우리 시대 소피스트들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덕을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네 종류로 나누고 인간을 국가를 관리하는 지배자(왕과 귀족)와 군인, 그리고 자유민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왕은 최고의 지혜자로서 군림하고, 수공업과 상업 및 농업에 종사하는 자유민은 절제의 미덕을 아는 순종하는 부류로 묘사했다. 노예는 사색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 국가가 정의로운 국가로서 그것이 바로 이상국가라는 발상이었다. 플라톤의 사상은 그 자신이 귀족 출신으로서 노예제사회 지배계급의 이익을 반영한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관념론을 다소 극복했으나 노예제도를 당연하고 합리적인 제도라고 합리화했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는 중산층, 즉 자유민의 이해관계와 밀접했다는 점에서 사상적 차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고대 그리이스 사회에서 지배계급 내의 분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시적 유물론의 입장을 대변하며 민주정치를 옹호했던 헤라클레이토스 등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지만 자유민의 대변자로서 노예제도를 옹호했으며, 플라톤 등은 귀족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였다.

이런 얘기다. 피라밋과 같은 건축은 잉여생산물이 발생하여 건축노동에 전념할 수 있는 노예들이 존재할 수 있음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사변적 사고에 전념하는 철학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확보됨으로써 비로소 원시사회의 종교와 신화의 관념세계를 극복하는 철학이 성립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context)에 대한 학습이 배제된 학문(text)은 사회과학이 아니다. 무늬만 사회과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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