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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연구
김동민 2010/08/09 16:08    

이재오씨가 기어코 은평을 국회의원 자리를 되찾더니 급기야 특임장관에 낙점되었다. 이 정권 2인자라는 이재오는 어떤 인물일까? 말로 머물던 2인자가 날개를 달았으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에서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청렴한 정치인인 것은 맞는 것 같다. 1990년에 가진 돈 850만원에 2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마련한 은평구 구산동의 23평 주택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청렴한 정치인의 이미지에 부합한다. 재산공개 때마다 재산이 불어나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한일회담반대운동 이후 운동권에 투신해 5차례에 걸쳐 10여년 동안 큰집에서 보낸 이재오 특임장관. 그러나 지금 민주화 운동가의 흔적은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 독재정권의 2인자가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에 시험을 보는데 그러지 말고 대졸이든 고졸이든 취업 인력을 지방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1, 2년 일하게 한 뒤 입사 지원 자격을 줘야한다"든지,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며 대입에 실패한 학생들은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하게 해야 하고, 1~2년 일하고 그 성적을 갖고 대학을 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재오 의원은 그의 미니홈피에서 "행복의 조건은 신념의 유무이며 개인의 행복은 사회적 조건의 반영"이라면서 "가정에서의 행복은 사회가 불안정하고 부도덕하고 부패하면 항상 흐트러집니다. 사회적 조건이 인간적으로 개혁되지 않고 반인간적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으면 사회적 작은 단위인 가정은 언제라도 불행에 빠져들게 됩니다." 라고 했다. 그리고 "행복의 기준은 물질적 풍부가 아니라 신념의 유무, 즉 가치관의 문제"라며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내 삶에 부족함이 없다고 믿으면 행복은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학적으로 보면 관념론적 사고와 유물론적 사고가 충돌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이 사회적 조건의 반영이라는 신념은 올바르다. 개인의 행복을 개인의 능력에 떠넘기는 개인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니 이런 신념과 가치관이 복지정책에 반영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행복의 기준이 물질적 풍부가 아니라면서 가난해도 가치관에 따라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은 전자의 신념과 충돌한다.

하늘나라를 차지할 터이니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는 성경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렇다면 이건 신념도 가치관도 아닌 지배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신앙일 뿐이다. 이런 사고방식이라면 힘이 실린 2인자에게 서민생활의 물질적 풍요(풍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조건)에 의한 가정의 행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이 의원이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가치관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뭐 대단한 애국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짜 내가 사는 이 나라의 조건이 바뀌어야만 내가 행복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반독재투쟁에 나섰습니다." 개인의 행복은 사회적 조건의 반영이라는 신념과 일치한다. 훌륭하다.

그의 홈피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이재오는 삶에서 利를 보면 그것이 正義에 합당한가를 먼저 생각해 왔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가난하게 살아도 떳떳하게 사는 길이 정의롭게 사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어두웠던 시절 온 젊음을 바쳐 30년간이나 무모한 투쟁을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하늘높이 치켜들었던 그의 오른팔은 다행히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 이게 문제다. 1960~7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거의 예외 없는 투신 동기다. 사회과학의 이론적 학습을 기반으로 변혁의 의지와 신념으로 민주화운동을 한 게 아니라 불의한 독재정권에 대한 정의감의 발로였던 것이다. 물론 정의감에 용기라는 요인이 결합되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 1980년대와 구별되는 반독재투쟁의 성격이요, 참여했던 지식인들의 특징이다. 이 의원은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은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에 있는 7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도 거의 예외가 없다. 그들은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했을 뿐 당적을 바꾸어놓는다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단순한 정의감으로 해서 형성된 신념이나 기치관은 민주화시대에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본인은 부패하지 않고 청렴하며, 그래서 욕실에 욕조도 없는 막다른 골목길의 허름한 주택에 살아도 행복할 수 있으며, 가난하게 살아도 떳떳하게 사는 길이 정의롭게 사는 길이라고 믿는 가치관으로 2인자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걱정이 앞선다. 꾸준한 공부와 자기 개발로써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으려 하지 않고 과거의 관념으로 확신범이 된 사람들은 위험하다. 사고치기 십상이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서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이 정권의 제반 정책들을 본인만 축재하지 않고 정의롭게 추진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신념으로 강행할 때 정국은 막장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누가 말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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