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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아닌 마키아벨리가 필요하다는 최장집의 정치철학 비판
김동민 2010/07/25 07:44    

   “마르크스 이론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죠”

   중앙일보 7월24일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그리고 부제. 진보학계 거장의 새로운 도전 ‘민주주의론에서 정치철학으로’. 조인스닷컴의 톱 기사였다.

   나는 최장집 교수를 진보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진보학계 거장'이라고 치켜세운다. 진보학자는 자본의 대변지인 중앙일보에 이름을 팔아 마르크스를 비난하지 않는다.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이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라고! 진보를 자임하는 학자 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는 이미 진보학자가 아니며, 마르크스를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고 했던가? 지식인들은 자신이 아는 지식의 편협함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학자라고 해서 마르크스 이론을 정치이론으로 평가하려는 관성은 비루하다. 마르크스 이론은 정치이론을 풍부하게 할지언정 정치역할이 없다고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

   늦은 나이에 비교정치에서 정치철학으로 영역을 넓힌다면서 공개하는 첫걸음이 너무 요란하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정치철학 공부 좀 했다고 굳이 배경을 설명하면서 마치 득도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거침이 없다. 이건 학인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은 마르크스가 아닌 마키아벨리가 필요한 때라는 주장을 들어보자.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폭력·악과 같은 것들을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어요. 정치의 기준을 윤리규범으로 본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현실을 초월한 유토피아를 설정해 놓고 그리로 몰고 가는 것은 혁명이지 정치가 아닙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이나 규범에서 좋은 정치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플라톤을 한번 보세요, 정치와 윤리가 혼합돼 구분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는 플라톤 계열이지요.”


   뒤죽박죽이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그 당시 이탈리아로서는 위선적인 도덕을 앞세운 지도력보다는 위악적인 지도력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이명박 정권의 포악성을 두둔하는 언론권력의 지면에 쏟아내는 이런 해석은 이명박 정권에 의문부호를 찍고 있는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이명박 정권이 혁명을 하려는 게 아니니 그 '권력·폭력·악과 같은 것들'도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것들을 제압할 폭력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마르크스가 플라톤 계열이라는 새로운 학설도 제기하셨다. 아주 획기적이다. 고대 그리이스 시대에는 유물론과 관념론이 동시에 출현했다. 그 중 관념론의 대표선수가 플라톤이었던 바, 그는 노예제사회에서 귀족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민주주의를 반대했다.

   그런 관념론을 배격하고 자연발생적 혹은 소박한 유물론의 전통을 계승하여 유물론 철학을 완성하는 한편 지배와 착취와 계급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 마르크스가 플라톤 계열이라니 새로운 학설이 아닌가?

   최 교수는 플라톤을 ‘이상의 정치’ 그룹에 배치했는데 그 '이상'이란 게 바로 객관적 관념론의 특징이며 종교와 신비주의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지금 현실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현실 정치의 대안으로 마키아벨리식 군주론을 거론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 이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건 비판의 소지가 있다.

   그의 정치철학 강의에서 마르크스가 빠졌다는 기자의 질문에 최 교수는 “일부러 뺐어요. 마르크스 이론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읽혔고 진보파들에게는 ‘유일한 지식’이라 할 정도로 보편화되었죠.” 라고 대답했다. 마르크스 이론은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읽히지 않았으며, 진보파들에게 ‘유일한 지식’이라 할 정도로 보편화되지도 않았다. 그 반대다. 마르크스에 대한 최 교수의 용감한 비난은 계속된다.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점이지요. 마르크시즘이 현실 속에서 작동을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정치는 없이, 이상과 규범만 강요됐기 때문에 권력의 문제를 잘 다룰 수 없었지요. 그런 이상과 당위의 논리는 우리에게 넘쳐요. 오늘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규범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이끌 실력이라고 봐요.”


   마르크스 이론에 정치의 역할이 꼭 있어야 할까? 프랑크푸르트학파가 그랬듯이 무슨 종교의 경전처럼 완벽한 지침을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기대를 갖고 마르크스를 읽었다면 잘못 접근했다.

   레닌만 해도 마르크스 이론에 충실하면서 정치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스탈린 역시 마르크스 이론가이면서 정치인으로서는 해석에 따라서는 마키아벨리가 꿈꾸던 군주의 모습에 가까웠다.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은 치명적 결함 운운하지 않고도 마르크스 이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치를 했다.

   마르크스 이론에 정통하면서 마키아벨리와 같은 현실 감각을 갖춘 정치인을 기대한다고 하면 말이 된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대한민국에 걸출한 진보정치인이 없는 게 문제지 마르크스 이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독자 의견 목록
1 . 어쩐지 꼬꼬 2010-07-28 / 19:37
2 . 말씀을 삼가하시오 데모 2010-07-29 /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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